‘알라딘’ 지니로 도약, ‘비틀쥬스’ 주연까지 꿰찬 정원영
“알라딘이 배우 삶의 전환점 됐다”
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 수상
“매 공연이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지난달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은 ‘알라딘’의 지니 역을 연기한 배우 정원영(41)에게 돌아갔다. ‘알라딘’의 한국 초연 캐스팅 발표 당시 지니 역의 세 배우 가운데 가장 의외로 여겨졌던 그가 관객과 평단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였던 그는 폭발적 에너지와 날렵한 움직임 그리고 유연한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현재 그는 뮤지컬 ‘비틀쥬스’의 타이틀롤을 맡아 다시 한 번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알라딘’은 배우로서 제 삶의 전환점이 됐어요.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하며 경력이 쌓였지만 뮤지컬계 관계자와 마니아 정도나 저를 알았어요. 오죽하면 저를 가수 장원영으로 잘못 알고 ‘알라딘’ 보러 온 분도 계셨으니까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원영은 2007년 뮤지컬 ‘대장금’의 앙상블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한 해도 쉬지 않고 무대에 선 베테랑 배우다. ‘사랑은 비를 타고’ ‘베어 더 뮤지컬’ ‘구텐버그’ ‘니진스키’ 같은 소극장 뮤지컬부터 ‘완득이’ ‘잃어버린 얼굴 1985’ ‘맨 오브 라만차’ ‘모차르트’ ‘물랑루즈’ 등 대극장 뮤지컬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데뷔 이후 소극장 뮤지컬로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요. ‘완득이’(2012년)와 ‘인더하이츠’(2015년) 등에 출연하며 제가 대극장 뮤지컬의 주역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극장 뮤지컬에선 어느 순간부터 관객에게 잠깐 웃음을 주는 조연인 ‘쇼 스토퍼’(show stopper)로 굳어졌더라고요.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데 보여줄 기회는 계속 줄었습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제자리걸음을 한다고 느낀 그는 주변의 권유로 방송이나 영화로의 진출을 고민했다.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린 뒤 뮤지컬에 돌아오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즈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알라딘’의 오디션이었다. 2022년 ‘물랑루즈’에서 조연 로트랙으로 출연 중이던 그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지니 역에 지원했다.
“제작사의 캐스팅 콜을 받은 배우들은 해외 스태프 앞에서 바로 오디션을 치렀지만, 저는 서류 심사부터 받았습니다. 이태원에서 지니에 어울리는 옷을 구해 입을 정도로 열심히 준비한 끝에 3차 오디션까지 통과했는데요. 최종 오디션을 보게 됐을 때 디즈니 연출가가 제게 키를 물어보더라고요. ‘올 게 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해외에서 지니 역할은 하나같이 컸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큰 몸집 대신 램프의 요정다운 지니의 날렵한 움직임과 귀여움으로 저만의 지니를 만들겠다는 포부와 함께 키를 밝혔는데요. 아쉽게도 최종 오디션에 떨어졌는데, 몇 달이 지나 다시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니는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관객의 미소를 짓게 만드는 존재다. 지니에 대한 정원영의 치열한 준비가 결국 디즈니 스태프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또 그의 철저한 준비는 ‘알라딘’의 주역인 배우 김준수의 마음도 움직였다. 첫 송스루 리허설(작품의 노래를 한 번에 부르며 흐름을 점검하는 연습)에서 지니 역할에 몰입하는 정원영을 보고 전속 계약을 제안한 것이다.
뮤지컬계에서 독보적인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는 2021년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 ‘팜트리 아일랜드’를 설립했다. 이곳에는 정선아, 김소현, 손준호 등 중견 뮤지컬 배우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 지난해 2월 팜트리 아일랜드 소속이 되며 안정감을 얻은 정원영은 ‘알라딘’에 출연하면서 치른 ‘비틀쥬스’ 오디션에서 김준수, 정성화와 함께 주역으로 캐스팅됐다. 그는 “나를 믿어주는 회사가 생긴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밤을 새워 대사를 외우고 캐릭터를 분석했더니 대극장 뮤지컬의 타이틀롤에 캐스팅되는 결과가 찾아왔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1988년 동명 영화가 원작으로,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지옥에서 쫓겨나 인간 세상에 온 악동 유령 비틀쥬스가 엄마를 여읜 소녀 리디아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2021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간 데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재연이 이뤄지고 있다. 정성화, 김준수와 비교해 정원영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성화형이나 준수씨나 존재감이 강한 배우들입니다. 이에 비해 저는 정원영이라는 개인을 드러내지 않은 채 비틀쥬스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브로드웨이 원작과 제가 가장 닮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직 공식 발표 전이라 밝힐 수 없지만 차기작도 이미 결정된 상태란다. 정원영에게 연이어 찾아오고 있는 기회는 그의 오랜 노력과 도전의 결과다. 그는 “내가 데뷔할 때는 국내에서 앤드루 로이드-웨버 스타일의 작품이 주류였다. 그래서 허스키한 내 목소리가 뮤지컬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요즘 뮤지컬들은 팝, 힙합, 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용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도 주인공을 할 수 있다”면서 “또한 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 것이 축적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늘 그렇듯이 매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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