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120만원으로?…자전거로 美 대륙을 종단하다 [여행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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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결핍과 한계의 끝까지 밀어붙였던 청년이 있다.
정씨는 2014년 미국 대륙 8240㎞를 자전거로 종단했고, 12년이 흐른 최근 당시의 추억을 담은 여행기 '그 여름의 아메리카'(미다스북스)를 출간했다.
자신이 세운 이 원칙 탓에 정씨는 밤마다 '길 위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12년 전, 미 대륙을 자전거를 종주하면서 배운 것들은 이후 정씨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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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결핍과 한계의 끝까지 밀어붙였던 청년이 있다. 주인공은 정우창(36)씨. 정씨는 2014년 미국 대륙 8240㎞를 자전거로 종단했고, 12년이 흐른 최근 당시의 추억을 담은 여행기 ‘그 여름의 아메리카’(미다스북스)를 출간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당시 그가 쓴 경비가 겨우 12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 12년 전 정씨는 왜 이런 도전에 나섰던 것일까.
시작은 교환 학생으로 생활하면서 느낀 ‘소외감’이었다. 그는 미국 사회에 스며들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동양인이어서 느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그를 괴롭히곤 했다. 결국 정씨는 이런 결심을 하게 된다. 미국인들을 압도할 수 있는 ‘모험’을 벌이겠다고, 피부색은 다르지만 ‘나만의 서사’를 만든다면 그들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그는 자전거 핸들을 잡게 됐다. 이 도전에서 그가 세운 원칙은 숙박비로는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것. 물론 ‘숙박비 0원 프로젝트’가 수월했을 린 없다. 자신이 세운 이 원칙 탓에 정씨는 밤마다 ‘길 위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노숙이 금지된 미국에서 잠자리를 구하는 일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스름이 깔리면 처음 찾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앞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해야 했다. 돈을 아껴야 했기에 식비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그가 매일 먹은 음식은 맥도날드 햄버거 4개와 신라면 한 봉지가 전부였다.

이 같은 여정엔 고등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쌓은 친구가 함께했다. 두 사람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미국 대륙 구석구석을 누볐다.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 해변,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밤거리, 야생 동물의 천국인 옐로스톤 국립공원….
숱한 장소 중에서도 두 청년의 생존 의지를 시험한 무대가 돼준 곳은 모하비 사막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에 둘러싸인 사막 한복판 고속도로에서 그들은 도로 옆 배수구 주변에 텐트를 쳤다. 밤새 주변에선 퓨마와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허기에 지친 두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정씨는 “식사를 포기하는 게 현명했겠지만 라면은 내일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한 끼이자 자존심이었다”고 전했다.

여행 도중 수시로 느낀 위협은 두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들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해준 것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베푼 기적 같은 선의였다.
가령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중 만난 제빵사 필 아저씨가 전한 이야기는 정씨의 마음에 진한 무늬를 남겼다. 그는 매일 새벽 3시에 출근해 15시간 넘게 일한다고 했는데, 그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아저씨는 ”가족의 안녕이 곧 나의 보람이자 행복”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정씨는 “아저씨 덕분에 인생의 성공은 화려한 성취에 있는 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지켜내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12년 전, 미 대륙을 자전거를 종주하면서 배운 것들은 이후 정씨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됐다. 그는 “당시의 여정은 삶의 주도권을 얻는 과정이었다”며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땐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운 마음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여름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영어교육 박사학위 과정도 밟고 있다. 그는 제자들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갖길 원하고 있었다.
“영어교사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제가 겪은 성찰의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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