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중재하려다 나만 ‘나쁜 놈’ 됐다? [김성회의 리더십 코칭]

2026. 2.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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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서로 다른 관점과 성격이 모인 곳에서 충돌은 필연적이다. 갈등을 단순히 ‘개인적 불화’로 치부하고 방치하는 순간, 조직은 보이지 않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성격심리-경영컨설팅 전문기업 마이어스브릭스(The Myers-Briggs Company) 보고서 ‘Conflict at work(2022년)’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갈등을 처리하는 데 주당 평균 4.34시간을 소모한다.

이는 2008년 동일 조사 결과였던 2.1시간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갈등 빈도 역시 ‘자주 또는 항상 갈등을 겪는다’는 응답이 2008년 29%에서 2022년 36%로 증가하며 직장 내 긴장도가 더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리더로서 갈등 대처법, 사전 예방법, 사후 수습법까지 함께 알아보자.

Q1. 팀원 중 으르렁대는 사이가 있다.

김 코치: 갈등이 생겼을 때 리더들은 흔히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모른척하거나, 조기 진화하려거나. 둘 다 문제다. 리더가 모른척할 경우엔 팀원들은 ‘갈등을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란 시그널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억지로 중재하려고 나설 때는 중재자가 아니라 이해 관계자가 되기 쉽다. 리더의 갈등 관리에서 명심할 점은 ‘해결’이 아니라 경계 설정이다. 갈등은 리더가 통제할 수 없는 조직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그 갈등이 일과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미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갈등이 ‘일’을 방해하고 있는가. 회의에서 특정인의 발언이 줄어들었는지, 사적 감정으로 가시 돋친 반박이 있는지, 협업이 지체되고 있는지,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있는지, 주변 구성원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는지 살펴보자.

이때 리더가 해야 할 것은 기준 선언이다. “갈등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일의 흐름이나 협업에 영향이 생기면, 그때는 조직 차원에서 다루겠다.”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리더의 갈등 관리 지능이다.

Q2. 갈등을 중재하려다가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불만을 샀다.

김 코치: 갈등 관리에서 위험한 게 공정성의 함정이다. 누가 맞는지를 가리려는 시시비비 의도는 역효과를 낳는다. 삼자대면을 해보면 속시원해질 것 같은가? 당사자들은 더 논리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리더는 심판석에 앉아 어정쩡하게 ‘너도 맞고, 당신도 맞다’고 공감을 표하다 보면 시원한 결말은 나기 어렵다.

삼자대면의 목적과 아웃풋을 분명히 하고 만나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자리도, 서로의 얘기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자리도 아니다. 업무 기준을 합의하기 위한 자리로 의미부여하자.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합의했던 기준은 무엇이었고(사전 갈등 관리 기준이 있다면) 어디서 어긋났는가’ ‘앞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 협업할 것인가(없다면)’로 면담 도출 사항을 분명히 정하는 게 필요하다. ‘상대 편을 들었다’는 한쪽의 불만이 제기된다면 반박하기보다 점검 질문을 던지자. “어느 지점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말해달라. 내가 기준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준비 없는 삼자대면은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Q3. 갈등 유형별로 대처 방법도 각각 달라야 하는가.

김 코치: 많은 리더들이 갈등 관리에 실패하는 이유는 갈등을 잘못 진단해서다. 가령 감기 걸렸는데 소화제를 처방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알고 보면 갈등은 성격보다 구조 탓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비율을 2 대 8로 보기도 할 정도다. 갈등 관리의 출발점은 해결이 아니라 올바른 진단이다. 갈등 유형과 대처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제 갈등(Task Conflict)이다. 무엇이 맞는지, 어떤 아이디어가 더 나은지에 대한 이견이다. 논쟁을 막는 순간, 팀의 판단력은 급전직하한다.

둘째, 역할 갈등(Role Conflict)이다.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할 때 빈발한다. 태도나 성향을 탓하지 말고, 역할과 권한을 다시 구획짓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절차 갈등(Process Conflict)이다. 일의 순서, 방식, 기준을 둘러싼 불만이다. “왜 꼭 이렇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반복된다면, 이는 태도 문제가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절차의 목적을 설명하고, 언제 예외가 가능한지 기준을 명확히 해보자.

넷째, 관계 갈등(Relationship Conflict)이다. 감정, 신뢰, 존중이 얽힌 갈등이다. 현실적으로 갈등 원인이 일인지, 관계인지는 ‘계란이 먼저인지, 암탉이 먼저인지’처럼 선후관계가 애매하다. 좋아할 순 없더라도 지켜야 할 조직 행동의 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섯째, 가치·정체성 갈등(Values·Identity·Conflict)이다. 일에 대한 철학, 태도,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 충돌이다. 이 갈등을 설득과 논리로 풀려는 순간, 리더는 논쟁의 당사자가 된다. 성숙한 대응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대신 “다른 관점들이 공존하려면, 우리가 합의해야 할 최소 기준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여섯째, 권력·지위 갈등(Power Conflict)이다. 평가, 승진, 영향력과 연결된 갈등이다. 이 갈등을 개인 감정으로 축소하며 한쪽의 수용만 강조하면 조직은 급격히 불신에 빠진다. 리더의 대응 원칙은 투명성이다. 기준을 명확히 드러내고, 의사결정 구조를 설명할 때 갈등의 독성은 크게 줄어든다.

Q4. 갈등 예방 규칙을 공유하려면.

김 코치: 간혹 ‘갈등 대응 원칙’ 등을 공유하면 ‘생기지도 않은 것을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막상 갈등 사태가 벌어지면 우왕좌왕 당황한다. 조직에서 갈등보다 더 큰 문제는 갈등 그 자체나 빈도보다 갈등 대처에 대한 공통 인식이 없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갈등을 증폭시킨다. 사람들은 갈등 자체보다, 이 상황에서 꺼내서 말해도 되는지, 누구에게 이슈를 가져가야 하는지, 불이익은 없는지를 더 두려워한다. 길을 갈 때 이정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와 같다. 조직이 취하는 기본 태도를 미리 언어로 만들어두자. 즉 “싸움이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3가지 지침 정도만 공유해도 충분하다.

첫째, 갈등은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의견 충돌이나 불편함이 생기는 건 정상이다.” 이 문장이 들어가야 사람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가질 수 있다.

둘째, 갈등 다루는 순서를 명확히 한다. “당사자 간에 먼저 시도하고, 그게 안 되면 리더에게 가져온다.” 이 한 줄 유무가 갈등이 뒷담화로 숨을지, 정상 대화로 갈지를 가른다. 셋째, 허용되지 않는 방식을 분명히 한다. 공개적 비난, 제3자를 통한 여론전 등 금지 사항을 분명히 한다.

한 가지 더! 습관 회로를 돌려 규칙이 아닌 경험으로 학습돼야 한다. 회의에서 의견이 부딪힐 때 “지금은 갈등이 아니라 관점 차이다”라고 이름 붙이고, 갈등이 생산적으로 해결됐을 때 “이게 우리가 원하는 갈등의 방식”이라고 일상 속에서 짚어준다.

Q5. 한쪽에서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한다.

김 코치: “부서를 옮겨달라”고 말할 때, 리더가 주의해야 할 것은 즉흥-즉각 반응이다. 예스-노 대답보다 중요한 것은 차분한 진단 질문이다. “요청은 존중한다. 다만 이게 갈등을 피하려는 선택인지, 아니면 지금 이 팀 상황에서 계속 성과를 내는 게 어렵다고 느낀 건지, 그 판단을 먼저 듣고 싶다.” 상대의 요청을 막지 않으면서도, 갈등에 대한 리더의 태도를 드러낸다. 부서 이동은 갈등 관리의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자. 충분한 기준 합의와 협업 조정 이후에도 업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때, 이동은 회피가 아니라 조직을 위한 적극 선택이 된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7호·설합본호(2026.02.11~0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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