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이해 못하던 딸이 할머니에 대한 진실을 알고 한 행동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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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센티멘탈 밸류> 스틸컷 |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전작에 이어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그의 여섯 번째 장편이며 가족, 예술, 기억에 관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가깝지만 먼 '가족'에 대해 시크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은 물론, 날카로운 유머와 센스 있는 각본까지 더할 나위 없다.
결핍과 상처로 불완전한 인간을 주목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그 출발을 가족으로 잡았다. 가족으로 받은 트라우마와 우울한 기질을 고치려고 하기 보다, 나만의 고유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식을 취한다. 시간에 쫓겨 최고, 성공, 완벽을 위해 달려가는 데 급급했다면 잠시 쉬어 가라고 조언한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픈 곳을 돌아보며, 누구보다도 나를 돌봐 주라며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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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센티멘탈 밸류> 스틸컷 |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이혼한 아내의 장례식으로 오랜만에 아버지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는 두 딸 노라(레나테 레인스베)와 아그네스(잉가 입스도테 릴리오스)와 재회한다. 자매는 아버지의 오랜 부재로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평온한 일상에 느닷없이 나타난 아버지로 인해 단단했던 자매의 관계에도 틈이 생겨난다.
첫째 노라는 어릴 적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게 원망과 애증의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다. 사랑하지만 비슷한 기질의 아버지와 시시콜콜 부딪혀 한계에 도달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하고 가까이하기 겁난다. 아버지로부터 예술적 기질을 물려받은 프로 배우지만 무대 공포증이 때문에 무대에 오르는 데 어려움이 크다. 공연 전 도망하는 것은 예삿일. 급기야 공연 당일 몸이 아프다며 취소할 정도다.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면 좌중을 압도해 버린다. 상처의 기억을 연기에 녹여 내는데 능숙하지만 본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어려워 한다. 늘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가도 부정적인 면을 닮아 여전히 두렵다. 그래서일까. 진중한 관계 보다 쉽게 휘발되어 버리는 인스턴트 관계를 원한다. 무대 스태프와 불륜을 이어가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너를 위해 쓴 각본이다'라며 주연을 맡아 줄 것을 권유한다. 두 사람은 영화(매체)와 연극(무대)라는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이다. 작품을 대하는 견해가 상충하고 싸우고 만다. 연극은 배우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싫다는 아버지는 연극 무대를 폄하하는 말로 딸의 심기를 건드리기 일쑤다. 그런 일이 반복될까 봐 노라는 시나리오를 읽어보지도 않고 아버지와 함께 일할 수 없다며 단박에 거절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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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센티멘탈 밸류> 스틸컷 |
| ⓒ 그린나래미디어(주) |
다행히 구스타브의 새 프로젝트는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는 듯 보였다. 주인공 캐스팅은 성사되었으나 여전히 순조롭지 않았다. 오랜 제작자와 사정이 맞지 않아 결국 넷플릭스행을 택하면서 일은 또 틀어진다. 모국어를 쓰고 싶지만 영어로 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낯선 제작 방식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감독에게 전권이 없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배급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구스타브는 이렇게라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는 모두 할리우드 스타 레이첼의 성과이기 때문에 주인공으로서 대접도 섭섭지 않게 해줘야 했다. 드디어 레이첼과 전체적인 대본 리딩을 진행하는 날, 어딘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목을 잡고, 구스타브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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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센티멘탈 밸류> 스틸컷 |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아버지의 영화에 출연했던 경험도 있다. 그때 받았던 관심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 지 오래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신작에 아들 에리크를 출연 시키겠다고 하자, 본인의 유년 시절이 떠올라 반대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신작에 대한 자료 조사 겸 할머니 카린에 대해 알아보다 그동안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집에 돌아와 미뤄둔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는다. 이 글은 언니를 위한 속죄글이었던 것. 아그네스는 글을 들고 언니 노라의 집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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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센티멘탈 밸류> 스틸컷 |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영화 속 센티멘탈 밸류는 100년 넘은 보르그 가족의 집이다. 집을 하나의 캐릭터로 의인화한다. 3대에 걸친 역사를 함께 한 집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주요 테마이며 조금씩 틀어진 가족의 관계를 은유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깨지고 긁히며 조금씩 주저앉아 균열이 생겼지만 변함없이 맞아 주는 상징적인 공간도 집이다. 집이 있어 가족은 흩어졌다가도 다시 모인다.
집은 가족 기억의 클라우드 저장 기능도 포함한다. 구스타브는 어머니 카린에게 영감받아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으나, 사실 두 딸을 향한 사랑과 미안함을 세상에 내놓은 결과치다. 나만 알고 싶은 사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는 진실까지 모두 알고 있는 집은 또 하나의 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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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센티멘탈 밸류> 스틸컷 |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구스타브의 영화 제작 현장이다. 실화에 기초한 가족 서사를 세트장이란 인위적인 공간에서 재현했다. 100년이란 시간을 관통하며 세대교체의 양가적 감정을 이해하려 한 감독의 색다른 시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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