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역대급 호황…가전업계는 ‘칩플레이션’ 비상

양유라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diddbfk1@naver.com) 2026. 2. 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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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바이스 AI 확산에 메모리 탑재량↑
SSD 전환·공급망 다변화 추진
중저가 대신 프리미엄 모델 집중
삼성전자서 선보인 흡입력과 AI 기능을 강화한 무선 스틱 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AI’ 신제품. (사진=삼성전자 제공)
인공지능(AI) 투자 확산이 메모리 업체와 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이끄는 반면, 가전·정보기술(IT) 완제품 업체들은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메모리 제조원가 상승이 소비자 판매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2026년 신제품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로봇청소기와 스마트가전 등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형 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가격 저항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려면 메모리 탑재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제품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전략의 무게중심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 가격 인상에 민감한 중저가 보급형 라인업 대신 가격 상승분을 기능 혁신으로 설명할 수 있는 프리미엄 AI 가전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원가 절감을 위한 자구책도 병행하고 있다. 저장장치(SSD)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해 비용 상승 충격을 완화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자 우위가 지속되는 한 가격 하방 압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구독형 판매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일시불 대신 월 구독료 형태로 비용을 분산해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카드사 제휴 할인 등을 통해 체감 가격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협력사와의 공급망 협업을 강화해 부품 조달 비용 상승분을 흡수하는 방안도 병행 중이다.

LG전자 역시 반도체 가격 상승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구독 상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구독 매출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대형 가전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전반의 가격 상승 흐름, 이른바 ‘칩플레이션’(Cheapflation)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동반 증가하는 데다 구리·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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