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경제학-프롤로그] 식어가는 공장의 온도, 한술 끼니로 재보다


주말 동안 집에서 한가득 잘 챙겨 먹고 왔을 거라, 월요일에는 고등어조림이 나온다. 수요일쯤이면 힘내라는 뜻으로 제육볶음이 올라간다. 인심 좋은 식당은 두 메뉴를 함께 내놓기도 한다. 기름에 무친 나물과 물에 데쳐 초장을 곁들인 미역이 업소용 반찬통에 수북하다. 식으면 맛이 없는 그날의 메인 메뉴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직전, 마지막 순서다.
오전 11시30분. 사람들은 '기사식당' 혹은 '구내식당' 간판 아래로 모여든다. 음식 앞에 줄을 서 식판을 한 칸씩 채운다. 입에 맞는 것은 욕심 내 담고, 덜 좋아하는 것은 다른 이들 몫으로 남겨둔다. 그렇게 차린 각자의 한 상을 말없이 밀어 넣는 시간은 10분, 길어야 20분이다. 믹스커피를 들고 전봇대 아래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젊은이들은 전자담배 버튼을 누른다.
식판은 효율이 만들어낸 현대 노동의 그릇이다. 빠르게 먹고, 빠르게 치우기 위해 나뉜 칸 안에는 각자의 취향과 사정, 그리고 지나온 시간이 담긴다.
같은 식판 위에 서로 다른 선택이 올라가듯, <식판 경제학>은 이 일상의 장면에서 출발한다. 산업 변화는 통계보다 먼저, 점심시간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기획은 산업단지 식당을 찾아가는 인터뷰로 시작해 쇠해가는 산업단지를 삶의 결 속에서 다시 읽는다.
기존 경제 분석은 위에서 내려왔다. 거대한 통계 속에서 지역을 더듬었고, 사람은 해설에 머물렀다. 우리는 그 순서를 뒤집는다.
식판을 사이에 둔 대화에서 산업단지 현실을 직시한다. 그 뒤에 통계를 배치하고, 전문가들의 진단과 해결책을 한 장씩 쌓아 올린다. 현장 사람들을 통과하지 않은 지표는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 기획은 산업을 위한 보고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제 기록이다.
▶관련기사 : [식판경제학] 1. 남동산단-숫자보다 먼저 늙는 현장
/글 김원진·정혜리·홍준기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사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그래픽 이연선 기자 yonson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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