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앤서니 김, 16년 만에 우승한 비결
노먼 일등공신, 보험금 문제 해결 훈련 지원
아내 에밀리와 딸 이사벨라 적극적 지지
정확한 아이언 샷과 퍼팅 조화 신바람
설 연휴 기간, 쇼킹한 뉴스가 전해졌다. '풍운아' 앤서니 김(미국)의 우승 소식이다.
그는 지난 15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LIV 골프 애들레이드(총상금 3000만 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최종일에는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몰아치며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욘 람(스페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등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냈다. 개인전 우승 상금 400만 달러에 단체전 3위 상금의 25%인 22만5000달러를 더해 총 422만5000달러(약 60억원)를 거머쥐었다.

이번 우승은 2010년 4월 PGA 투어 휴스턴 오픈 이후 무려 15년 10개월 만이다. 긴 공백 끝에 다시 들어 올린 트로피다. 앤서니 김이 과거에 남긴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말은 현실이 됐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거둔 우승이라 더욱 감동적이었다"며 "가족에게 헌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축하했다.
1985년생인 앤서니 김은 2010년을 전후해 1975년생 우즈의 뒤를 잇는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다. 2006년 PGA 투어에 데뷔해 통산 3승을 거두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그러나 2012년, 20대 후반의 전성기 나이에 돌연 골프계를 떠났다. 이후 12년간 공식 무대에 서지 않았다. 선수 시절 술과 약물에 의존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렸고, 그는 "20년 가까이 거의 매일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2024년 LIV 골프를 통해 복귀했다. 하지만 초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년 동안 톱20에 들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시드를 놓고 치른 승격전 성격의 LIV 골프 프로모션에서 3위에 올라 출전권을 되찾았다. 지난해 11월 아시안 투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 공동 5위, 올해 초 LIV 골프 개막전 리야드 대회 공동 22위로 서서히 반등 조짐을 보였고, 애들레이드에서 마침내 정점을 찍었다.

기량 회복의 배경에는 '백상어' 그레그 노먼(호주)의 끈질긴 설득이 있었다. 노먼은 2022년 LIV 골프 출범 초기부터 앤서니 김 영입에 공을 들였다. 초기 접촉에서 거절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년 동안 꾸준히 설득했고, 직접 미국을 오가며 복귀 의지를 북돋웠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과거 부상으로 은퇴하며 받은 보험금 문제였다. 약 2000만달러(약 290억원)로 추정되는 이 보험금은 프로 대회에 복귀할 경우 반환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노먼은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노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앤서니 김은 훈련에 매진했고, 2024시즌 중반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 그리고 2년 뒤, 노먼의 고국 호주에서 16년 만의 우승을 일궈냈다. 노먼은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컴백"이라고 극찬했다.

가족의 힘도 컸다. 그는 아내 에밀리와 결혼해 딸 이사벨라를 두고 있다. 골프를 몰랐던 아내가 먼저 골프를 배우고 싶어 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직접 아내를 가르치며 잊고 있던 열정을 되찾았다. 아내와 딸은 그의 중심을 잡아준 존재였다. 그는 "아내가 '버디보다 보기를 적게 하면 좋은 점수가 나온다'고 말해줬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장타자는 아니다. 올 시즌 LIV 골프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88.7야드로 59명 중 30위다. 대신 날카로운 아이언 샷과 안정적인 퍼팅이 강점이다. 그린 적중률은 79.86%로 1위, 홀당 퍼팅 수는 1.58개(공동 27위)다.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인다. 스크램블 성공률 79.31%로 4위에 올라 있다.
40세 베테랑이 된 그는 "매일 1%씩 나아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때 골프계의 천덕꾸러기로 불렸던 앤서니 김은 이제 LIV 골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상징이 됐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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