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해서 먹는다는 수백만원짜리 명절 요리, 나는 OO을 먹었다
도톤보리, 글리코상, 타코야키, 유니버설스튜디오, 우메다, 난바.... 오사카,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입니다. 오사카라는 지명 뒤에 무슨 말이 가장 어울릴지 AI에게 물었더니 '여행'이라고 답을 합니다. 여기, 오사카 여행이 아닌 오사카살이를 시작한 특이한 중년 남성이 있습니다. 마천루가 즐비하고 네온사인과 휘황찬란한 불빛을 자랑하는 오사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두리에서 오사카 주민으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독거 일기를 시작합니다. 반년간 펼쳐질 좌충우돌, 실수 만발 오사카 생존기를 시작합니다. <기자말>
[김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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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오사카에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다. 오사카는 겨울에도 영상의 날씨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일은 드물다. |
| ⓒ 김용국 |
요즘 명절은 역귀성에, 해외여행이 흔해졌지만, 20대 시절인 1990년부터 객지 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명절'은 '귀성'과 동의어였다.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거창한 표현으로 미화되던 시절. 만원 지하철 같은 전라선 통일호 입석을 타고 8시간 넘게 졸며 가기도 했고, 운 좋게 버스를 예매하거나 친척 차량을 얻어 탔다가 24시간 넘게 도로에서 보낸 적도 적지 않았다.
한국은 음력설에 정월(正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집안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명절이다. 일본은 어떨까. 양력을 기준으로 새해를 맞는다. 한마디로 1월 1일만 새해이다. 우리처럼 2월에 다시 덕담하면서 새해 인사를 하는 일은 없다. 일본의 정월(쇼가츠)은 양력 1월 1일로,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휴업·휴가 기간도 길다. 올해의 경우 길게는 작년 12월 27일(토요일)부터 1월 4일(일요일)까지 9일간 쉬는 곳도 상당수였다.
식당이나 상점도 이 기간에는 영업하지 않거나 며칠만 문을 연다. 그래서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된 연말 연휴 기간 식당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그나마 저녁 술집은 문을 여는 곳이 많아서 맥주 한 잔과 함께 먹는 안주가 요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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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마지막 날, 혼자 방에만 있을 수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 어느 술집에서 파는 해넘이소바를 시켰다. 소바처럼 길게 장수하라거나, 한해의 액운을 끊어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
| ⓒ 김용국 |
일본 가정에서는 설날 음식(오세치요리)을 먹는다. 해산물, 고기, 야채 등 갖가지 음식을 찬합에 담아서 층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집에서도 만들어 먹지만 백화점이나 상점에서도 명절 특수를 노리는 시기다. 고급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몇 달 전부터 예약 주문을 받는다. 우리 돈으로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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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곳곳에서는 새해 아침에 신사에서 소원을 비는 행렬을 볼 수 있다. 2026년 1월 1일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의 하라다신사의 오전 풍경이다. |
| ⓒ 김용국 |
신사에 걸린 나무패(에마)를 보니 가족 행복, 건강, 취업, 합격, 결혼, 연애, 순산, 안전운전, 사업번창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새해 바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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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1월 오사카 우메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츠유노텐신사에서 사람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이 곳은 인연, 애정운을 자랑하는 신사로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
| ⓒ 김용국 |
나의 연말연시는? 설날 음식은 구경도 못했다. 세츠분때 먹는 김초밥도 말만 들었을 뿐이다. 한국 컵라면과 일본 햇반으로 연명(!)했다. 어딜 가나 눈에 띄는 한국 컵라면은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다. 일본 컵라면에 비해 싸다. 저렴한 가격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든든하다. 일본 시장에서 당당하게 입지를 굳힌 한국 라면 회사에 감사 인사라도 보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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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 도요나카시의 한 진료센터. 이날은 휴일이라서 병원이 한산하다. 내과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병원이고 진료실만 3곳 이상이 있었다. |
| ⓒ 김용국 |
진료실이 3곳이고 입원실도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병원이었다. 간호사에게 증상을 얘기하니 마스크 착용을 권하면서 대뜸 코로나 검사부터 받으란다. 최근 도요나카 시청에서 코로나, 독감 주의를 당부하는 통지를 받은 적이 있긴 했으나 당황스러웠다. 예전에 일본 코로나 검사 비용이 수십만 원이나 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간호사에게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저, 열도 없고 코로나는 아닌 것 같은데 검사받을 필요가..."
"받아야 합니다. 검사 후에 진료실로 오세요."
한국에서도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지내왔는데, 2026년 일본에서 무슨 검사를 또 받으라는 건지. 불만을 가져봐야 별도리가 없었다. 나만 더 힘들어질 뿐.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부에 마련된 코로나 검사실 앞에 서 있자니 5~6년 전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떠올랐다.
별도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코로나 검사를 받고 다시 진료실에 들어와서 마스크를 쓰고 진료받는 방식은 5년 전 한국의 병원 풍경을 보는 듯했다. 일본은 병원에서 환자는 물론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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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의 약국의 모습. 이 곳은 일반 약은 판매하지 않고 병원의 처방전만을 전문으로 조제하는 곳이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어서인지 약제비는 그리 비싼 수준은 아니었다. |
| ⓒ 김용국 |
'김 사마!' 직원이 나를 부른다. 창구로 갔더니 처방전과 함께 청구서를 내민다. 청구서의 금액은 2450엔(2만 3000원). 혹시 0이 하나 빠졌는지 다시 확인해 본다. 틀림없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드를 건넸다. 근처 약국에서 처방전으로 조제한 약까지 포함해서 병원비로 3000엔(2만 8000원) 조금 넘게 나왔다.
작년 말 오사카에 전입신고를 하면서 의료보험도 의무적으로 가입했다. 이 경우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은 30%다. 만일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내과 진료비용으로 10만 원 정도가 청구되었을 것이다. 한 번도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일본 의료보험이 지출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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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시 이쿠노구에 있는 오사카 코리아타운. 상당히 많은 가게가 밀집되어 있다. 오전 이른 시각이라 한산하지만, 낮이나 주말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
| ⓒ 김용국 |
병원 다녀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즉석 닭죽을 하나 샀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보니 상상하던 맛이 아니다. 한국과 다르다. 달고 짜다. 그냥 흰죽을 먹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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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에서 구입한 떡국 재료 설 연휴에 떡국이 먹고 싶어서 몇 가지 재료를 사서 직접 끓어보았다. 직접 끓여보았지만 맛은 한국에서 먹던 맛이 아니다. 그래도 컵라면 대신 떡국으로 명절 기분을 낼 수 있어서 만족한다. |
| ⓒ 김용국 |
노모의 건강보다 제 입의 즐거움을 먼저 떠올리는 천박함이라니. 철들려면 아직 멀었구나. 작년 추석에 어머니를 뵌 것이 마지막이니 벌써 반년도 넘었다. 올해도 건강하시길.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그건 아마도 오랜만에 오사카에 찾아온 폭설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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