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尹, 한동훈 쏴 죽이겠다' 증언, 사실로 보기 어려워"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언급하면서 “내 앞으로 잡아오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을 법원이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1일 (비상계엄의) 결심을 굳혔다”고 보면서 특검이 지목한 2023년 10월 보다 비상계엄 모의 시점을 대폭 늦췄다. 특검이 모의단계로 지목한 윤 전 대통령과 군 수뇌부 등의 회동 5개가 비상계엄과 상관없다는 판단에 근거해서다.
19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1133쪽 분량의 내란 우두머리 등 사건 판결문에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8월 초까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가진 6차례 회동 중 5차례가 비상계엄과 상관있다는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시됐다. 앞서 특검팀은 노상원 수첩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모의 시점을 2023년 10월로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상원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윤 전 대통령과 군 수뇌부의 ①‘2023년 12월 대통령 관저 격려 만찬’을 모의 정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만찬에서 비상계엄 관련 언급 또는 추정이라도 할 수 있는 언급이 있었다는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②‘2024년 3월 말~4월 초 삼청동 안가 모임’의 경우 윤 전 대통령이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는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의 수사기관 진술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마저도 비상계엄 필요성을 말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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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쏴서라도” 인정 안해…홍장원 주장 더 신빙성 있어
재판부는 일단 2024년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 후 관저 모임 등부터 비상대권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준비가 구체화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모임에서 곽 전 사령관이 한 전 대표 등을 언급하면서 “내 앞으로 잡아오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는 윤 전 대통령의 말을 들었다는 내용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면서 공소사실에서 삭제했다. 곽 전 사령관이 술을 상당히 마셨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한 전 대표 이름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는 2024년 11월쯤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한동훈’ 등에 대해 진술한 내용이 없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53분쯤 윤 전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의 두번째 통화가 격려 차원의 전화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인 등을 체포·검거하는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이 없고 “계엄선포 봤지요”라고 언급한 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뺏겼으니 ‘방첩사를 도와’ 간첩 잡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국정원이 방첩사에도 인력을 지원하고 특활비(예산)도 지원하고 간첩정보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따르더라도 비상계엄 선포 상황에서 국정원이 방첩사가 수행하는 체포·검거 등 수사에 필요한 인력·예산·정보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간첩’에 대해 언급했을 뿐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 등을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 역시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주요 인사 10여명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았고 피고인 윤석열도 이런 지시가 있었음을 알고 있던 점을 비춰보면 명시적 언급이 없었어도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는 거짓과 선동의 정치권력을 완벽하게 배척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제가 장기집권을 위해 여건을 조성하려다 의도대로 되지 않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특검의 소설과 망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보름·최서인 기자 kim.boreu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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