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ㅌㅂ] (말) 비우니 (마음) 채워지네…‘남규리표’ 무자극 콘텐츠의 반전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걸그룹 씨야 출신인 가수 겸 배우 남규리는 홀로서기 이후 음악과 연기를 이어가기 위한 소통 창구를 찾다 유튜브 카메라 앞에 섰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하고 싶은 게 많아질수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했던 그의 아이디어였다.
남규리에게 유튜브 도전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수년간 유튜브 채널 개설 제안을 받았음에도 선뜻 답을 내리지 못했던 것은 자신의 일상이 다이내믹하지 않아서였다. 산책하고 노래하고 영화 보고 가끔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 하루를 반복해온 그에게 매일의 사건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은 맞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 그가 생각해낸 건 힐링과 ‘멍 때림’을 전면에 내세운 ‘느린 유튜브’였다. 그저 멍하니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 끝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쉼터를 표방한 유튜브 채널 ‘귤멍’은 그렇게 탄생했다.
귤멍은 남규리의 별명 ‘귤’과 멍하니 쉬는 시간을 뜻하는 ‘멍’을 합친 이름이다. 이 채널은 남규리가 산책하고 커피를 내리고 요리하고 노래를 부르고 생각에 잠기는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말보다 여백이 많은 영상, 속도를 낮춘 편집, 잔잔한 음악과 자막이 이 채널의 기본 문법이다.
남규리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멍하니 보면서 같이 쉬어갈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귤멍을 시작한 지 7개월. 벌써 구독자 7만명을 넘기며 조용한 반향을 만들고 있다. 과시적 브이로그나 토크쇼식 포맷 대신 담백한 일상과 진솔한 기록에 집중한 선택이 공감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은 남규리와 나눈 일문일답.



-콘셉트를 ‘힐링’ ‘쉼’으로 잡은 이유는.
“유튜브 제안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제 일상이 너무도 단조로워서 거절했었어요. 산책하고 노래하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러다 홀로서기를 한 이후 소통 창구를 찾다가 잔잔한 제 일상자체로도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멍 때리는 게 제게는 다시 달릴 동력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쉬어가는 힐링 콘텐츠를 만들자 생각한 거죠. 멍하니 보면서 같이 여행하고 음식을 먹고 노래도 하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채널을 구상했어요.”
-남규리에게 ‘멍’이란.
“제가 쉬는 방식은 어릴 때부터 ‘멍 때리는’ 것이었어요. 지금도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눈을 감고 어제 있었던 일과 오늘 해야 할 일 등을 생각해요. 음악도 안 틀고 TV도 잘 안 켜요. 제겐 침묵 속에서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유일한 휴식이면서 회복 시간이에요.”
-조회수나 화제성 걱정은 없었나.
“걱정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크지도 않았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했죠. 덜 자극적이고 덜 화제가 되더라도 잠깐 들러 ‘힐링하러 가야지’ 하고 쉬어갈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남규리표 힐링’은 어떻게 표현되나.
“원래 요리를 못 했는데 유튜브를 하면서 도전했어요. 또 지금까지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음악을 해왔다면 지금은 제 생각과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을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무언가를 배우고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정리하는 과정으로도 힐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불완전해도 괜찮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대중에게 전달되면 좋겠어요.”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처음에는 ‘먹방’이 부끄러웠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제가 바라보고 있는 건 카메라가 아니라 구독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굴을 마주 보진 않지만 교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결 자연스러워졌어요. 그래도 아직은 맛 표현에 서툴러요. ‘음~’ ‘아~’만 반복해서 제작진이 다채로운 표현을 늘 주문하곤 해요(웃음).”
-유튜브 시작 이후 달라진 점은.
“어딜 가도, 뭘 해도 자꾸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소위 ‘유튜브 각’을 보는 거죠. 촬영 장비랑 배터리를 계속 들고 다녀요. 또 예전에는 행사가 끝나면 인사하고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이제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되면 같이 유튜브 찍어요’ 하며 연락처를 묻곤 해요.”
-콘셉트를 수정하거나 강화해야겠다고 느꼈던 경험은.
“홍콩 여행 촬영 때 준비 없이 떠나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환전을 해 가지 않았는데 ATM 기계는 고장 나 있었고 택시를 탔는데 카드 결제가 되지 않기도 했죠. 그땐 힘들었는데 이겨내는 과정도 콘텐츠가 되더라고요. 뜻하지 않은 상황을 극복해낼 때 구독자도 함께 성취감을 느낀다는 점을 깨닫고 더 과감해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콘텐츠 제작에 어느 정도 참여하나.
“편집 과정은 거의 다 함께하려고 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편집실에 가도 되냐’고 물어서 편집팀이 괴롭다고 할 정도예요(웃음). 제가 잘 찍었는지, 각 장면이 어떤 흐름으로 붙는지, 어떤 장면이 살아남는지 궁금해서 못 참겠어요. ‘잘 찍어왔다’는 칭찬도 받고 싶고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스케줄이 많으면 밥을 못 먹고 잠자리에 드는 편이에요. 그날도 밥을 못 먹고 잠들었다가 새벽 4시30분쯤 깨서 채널에 들어가봤는데 마지막 댓글이 ‘누나 밥 좀 잘 챙겨먹어요’ 였어요. 평소 같았으면 배고파도 참고 잤을 텐데 그 댓글을 보고 밥을 먹고 잤어요. 여섯 살 조카랑 같이 보는 무해한 채널이라는 말도 기억에 남아요.”
-유튜브와 TV방송은 뭐가 다른가.
“제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습관처럼 메모를 하는데 이게 아이템이 되는 뿌듯한 경험도 많이 했고요. 방송은 짜여진 편집 방향이 있어서 종종 제가 의도한 맥락이 충분히 담기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귤멍 영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새해를 맞아 지금까지 댓글을 달아준 구독자분들 닉네임을 전부 모아 영화 엔딩 크레딧처럼 만들어 송출했어요. 구독자 한 분 한 분이 너무 소중해서 어떻게 마음을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이었어요. 품이 많이 들었는데 볼 때마다 뿌듯해요.”
-앞으로 도전할 콘텐츠는.
“올해는 도전의 폭을 넓혀보고 싶어요. 우선 영화 ‘쿵푸허슬’에 나오는 무술을 배워보고 싶어요. 홍콩 여행에서 호텔 밖 풍경을 보다가 무술하는 사람을 봤는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몸 쓰는 걸 좋아했고 피겨나 리듬체조 선수를 꿈꾼 적도 있었거든요.”
-향후 계획은.
“이제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가 아니니 노래나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신곡을 만들어 홍보하거나, 웹드라마를 만들어 직접 출연하려고 해요. 제안을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자 생각한 거죠. 그래도 섭외가 많이 들어오면 좋겠어요(웃음).”
-귤멍이 어떤 채널로 남길 바라나.
“이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르셨으면 해요. 하찮은 것도 함께 할 수 있는 친한 친구 같은 채널이 되면 좋겠어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쳤다니, 그게 정상입니까?” 채현일, 유시민 비판글
- [ㅇㅌㅂ] (말) 비우니 (마음) 채워지네… 무자극 콘텐츠의 반전
- [속보] 프리 시즌 최고점 신지아 “다음 올림픽 욕심 커져”
- [속보] 여자 컬링, 예선 최종 5위…준결승행 무산
- [속보] 시즌 최고점 이해인, 8위로 ‘톱10’…신지아 11위 선전
- “뉴라이트식 식민지배 미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해임
- [단독] “필름 1만개 폐기할 판”… 갤럭시 신기술에 액세서리 업계 ‘패닉’
- 양도세 피하려 ‘증여’ 다주택자 늘어나면… 집값 안정 대신 ‘부 대물림’ 고착화 우려
- “감형 위한 세탁재판”… 尹 무기징역 선고에 추미애 발끈
- “이런 바보”의 계엄, 무기징역 선고까지… 윤석열 1심 몰아보기 [썰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