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알프스에 홀로 둔 여친 결국 사망…남친 법정행

윤슬기 2026. 2. 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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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체감 영하 20도 속 산행
남성, 중과실치사 혐의로 재판

알프스 정상 인근에서 33세 여성이 동사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함께 등반했던 남성이 중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당시 탈진한 여자친구를 홀로 두고 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시 웹캠 영상에는 남자친구가 손전등을 들고 하산하는 모습이 담겼다. 포토웹캠, BBC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1년 전 오스트리아 최고봉에서 동사한 케르스틴 G(33) 사건과 관련해 그의 남자친구가 중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케르스틴 G는 지난해 1월 18일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해발 3798m의 그로스글로크너 산행 도중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검찰은 남자친구인 토마스 P(37)가 이날 새벽 2시께 정상 인근에서 탈진한 여자친구를 보호 장비 없이 남겨둔 채 구조를 요청하러 떠났다고 보고 있다.

검찰 "산행 책임자인 남친, 여친 위험에 빠뜨려" vs 피고 측 "사고에 불과"

검찰은 피고인이 여자친구와 달리 이미 고산 알프스 투어 경험이 풍부했고 산행을 계획한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책임 가이드'라고 판단했다. 그가 적절한 시점에 철수하거나 지원을 요청하지 않아 여자친구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또 여자친구가 난도 높은 알프스 산행 경험이 없었음에도 혹독한 겨울 환경에서 등반을 시도한 것은 물론이고, 출발이 예정보다 2시간 늦어진 데다 비상용 비박 장비도 충분히 갖추지 않았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 쿠르트 옐리네크는 이번 사건을 "비극적인 사고"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두 사람이 함께 산행을 계획했고, 스스로 충분한 경험과 준비, 장비를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관련 알프스 경험이 있었고 신체 조건도 매우 좋았다는 설명이다.

알프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구조 요청 시점 놓고 엇갈린 진술

검찰은 시속 최대 74㎞에 이르는 강풍과 영하 8도의 기온,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상황에서 철수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악천후 속에서도 산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진술은 엇갈린다.

피고인 측에 따르면 두 사람은 1월18일 오후 1시30분 '프뤼슈튀크스플라츠'에 도달했다. 이 지점은 정상 직전으로, 이후에는 정상에 오르지 않고는 되돌아오기 어려운 구간이다. 당시 두 사람 모두 탈진하거나 심하게 지친 상태는 아니어서 등반을 계속했다고 피고인 측 변호인은 전했다.

당시 촬영된 웹캠에는 두 사람이 헤드랜턴 불빛을 비추며 산을 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다 상황이 급변해 피고인의 여자친구가 갑자기 심한 탈진 증세를 보였으며, 이미 되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변호인은 밝혔다.

반면 검찰은 오후 8시50분께 두 사람이 고립됐으며, 오후 10시50분 경찰 헬기가 상공을 비행할 당시에도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은 19일 오전 0시35분 산악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통화 내용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변호인은 구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 당국 이후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바꾸고 추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변호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정상 표식인 십자가 아래 약 40m 지점까지 도달했다. 여자친구가 더 움직일 수 없자, 피고인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여자친구를 남겨둔 채 정상에 오른 뒤 반대편으로 하산했다. 검찰은 그 시점을 오전 2시로 봤다.

웹캠에는 피고인이 정상에서 하산하는 모습이 담겼다. 검찰은 피고인이 여자친구를 위해 알루미늄 구조용 담요 등 보온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고, 오전 3시30분이 돼서야 긴급 구조 당국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강풍으로 인해 야간 헬기 구조는 이뤄지지 못했고, 케르스틴 G는 눈 덮인 산비탈에서 홀로 숨졌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그가 깊이 사과하고 있으며,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유죄가 선고될 경우 피고인은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지 매체 데어슈탄다르트는 개인의 판단과 위험 감수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문제가 달린 재판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유죄가 확정된다면 산악 스포츠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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