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대신 'Buldak'…브랜드 보호에 사활 건 삼양식품

임혜선 2026. 2. 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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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명사 판결 후 상표 공백, 영문명으로 돌파구
88개국 등록·27개국 분쟁, 해외 짝퉁 확산 대응

삼양식품이 글로벌 브랜드 '불닭(Buldak)' 보호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에서 '불닭'이 보통명사로 굳어지며 식별력 논란에 막혀 상표권 확보에 제약을 받아온 만큼 해외에서 고유 브랜드로 자리 잡은 영문명 'Buldak'을 법적 보호의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달 중 'Buldak' 상표권을 지식재산처에 출원할 예정이다. 세계적 흥행으로 브랜드 가치는 급등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방어할 장치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모방 제품이 잇따라 등장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왼쪽), '불닭볶음면' 유사 상품.

앞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 주재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88개국에 상표권을 등록했지만 27개국에서 분쟁이 진행 중"이라며 K-브랜드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상표권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도 요청했다.

실제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불닭의 패키지와 유사 명칭을 사용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한글 표기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철자를 미세하게 바꿔 한국 오리지널 제품과의 연관성을 위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불닭볶음면의 중문 명칭인 '불닭면(火鷄麵)'을 포함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삼양식품 캐릭터 '호치'를 모방한 사례도 확인됐다. '불닭볶음면' 문구와 함께 'Buldak'을 크게 적은 제품은 동남아시아와 미국을 넘어 최근에는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지로 확산하는 추세다. 일부 국가에서는 제3자가 상표를 선출원해 로열티를 요구하는 이른바 '상표권 알박기'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불닭'이라는 이름의 법적 지위다. 2008년 특허법원은 '불닭'이 이미 보통명사처럼 널리 사용돼 특정 출처를 식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이후 '불닭'은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인식돼 왔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상표 공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에 회사는 영문 'Buldak'을 핵심 보호 자산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상표권 관리를 위해 전사적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법적·전략적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 판매 실적과 소비자 인지도, 언론 보도, 온라인 확산 사례 등을 근거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입증하겠다는 구상이다. 상표는 처음에는 식별력이 부족하더라도 장기간 사용을 통해 특정 출처를 인식시키는 데 성공하면 보호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송출되고 있는 ‘스플래시 불닭(Splash Buldak)’ 광고 영상. 삼양식품 제공.

현재 삼양식품은 88개국에서 불닭볶음면 관련 상표 약 500건을 등록했거나 심사 중이다. 영문 'Buldak'을 비롯해 캐릭터·포장 디자인 등 침해 대응에 활용도가 높은 상표 출원도 확대하고 있다.

불닭은 라면을 넘어 소스·스낵·간편식 등으로 확장된 브랜드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연결 기준 매출 2조3518억원, 영업이익 523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브랜드 확장은 라이선싱과 협업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상표권 방어에 실패할 경우 모방 제품 확산과 가격 경쟁 심화,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은 이제 특정 제품을 넘어 K푸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며 "국내 상표권 공백이 해외 분쟁 대응의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브랜드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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