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의 관세전쟁… 미국-캐나다 올림픽 아이스하키 대격돌

지난해 2월 NHL 스타들이 총출동한 4개국 페이스오프 대회에서 몬트리올의 캐나다 관중들은 미국 국가 '성조기가 영원하라'에 야유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겨냥해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조롱하고, 25% 관세를 부과하는 갈등 속에서 열린 대회였다. 국가 연주 후 경기가 시작되자 양 팀 선수는 9초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난투극을 벌였다. 아이스하키가 아니라 격투기로 빙판 위의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해당 경기에서 3-1로 이겼지만, 닷새 뒤 보스턴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캐나다가 설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두 나라가 사이가 좋았을 때도 아이스하키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경쟁자였다. 정치적 기류가 냉랭해지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아이스하키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서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격렬한 라이벌전이 됐다. 두 나라의 경기에는 '관세 더비'(Tariff Derby), '관세 전쟁'(Tarriff War)라는 별명이 붙었다.

1년 전 난투극을 주도했던 선수 중 한 명인 미국의 매튜 트카척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개국 대회는 훌륭한 애피타이저였다"며 "이제 메인 코스가 시작될 것이고, 훨씬 더 격렬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두 나라는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먼저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친다. 미국과 캐나다의 여자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결승전을 치른다. 여자부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인 전력을 보이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캐나다를 5-0으로 대파했던 미국은 준결승까지 6전 전승을 달리는 동안 31골을 터트리고 단 1실점만 허용하는 완벽한 공수 균형을 뽐내고 있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캐나다는 예선에서 크게 패한 뒤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통산 20골로 최다골 기록을 세운 캐나다의 주장 마리필리프풀랭은 미국과의 결승전에 대해 "전투(battle)가 될 것"이라며 "금메달을 딸 기회가 남아있다는 게 흥분된다"고 말했다. 여자부 경기지만 결승전은 치열한 육탄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역대 7번의 올림픽에서 미국은 두 차례(1998년·2018년), 캐나다는 다섯 차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남자부에서도 두 팀은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미국은 슬로바키아, 캐나다는 핀란드와 21일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강력한 우승 후보 캐나다는 체코와의 8강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힘겨운 경기를 펼친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미국도 스웨덴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벌이며 2-1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해 한층 관심을 모았다. NHL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는 건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2018년 평창 대회 때는 리그 사무국이 불참을 결정했고, 2022년 베이징 대회 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막판에 참가가 무산됐다. 이같은 공백 탓에 코너 맥 데이비드(캐나다·에드먼턴 오일러스), 오스턴 매슈스(미국·토론토 메이플리프스)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도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다.
남자 하키 준결승은 21일, 결승은 올림픽 폐회식이 열리는 22일 열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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