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안 가르친 걸 시험에? 학원 강사가 봐도 이상합니다
[이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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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 |
| ⓒ nguyendhn on Unsplash |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학원은 분주해진다. 기출 문제를 확인하고, 예상 문제를 짚어내며 늦은 밤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분주한 건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와 학원 스케줄로 빽빽한 평일을 보낸 뒤 주말까지 쉬지 않고 보충 학습을 이어간다. 그렇게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험기간은 꽤나 괴롭고 지치는 시간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만큼 보람찰 때가 없다. 학생 역시 큰 성취감을 느끼며 그동안의 고통을 훌훌 털어낸다. 해냈다는 자부심. 그것은 분명 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된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이 나왔어요
시험이 끝난 후 학생들과 함께 모여 후기를 공유한다. 성적에 만족하든 불만족하든 여기저기서 갖가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는 "안 배운 내용이 문제로 나왔어요"이다.
한 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배운 내용 반, 그렇지 않은 게 반이었어요. 시험이 끝나자마자 애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푸냐고 화를 냈다니까요(웃음)."
나도 학생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했다. 시험을 대비할 때부터 가장 막막했던 것이, 바로 이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의 시험 범위였다. 학생들은 시험 범위가 정해지면 즉각 학원에 공유하기 마련인데, 그것은 시험 대비를 위한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된다.
| OO여자고등학교 시험 범위 |
| 1. 수업 시간 중에 다룬 내용이 출제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음. 2. 수업 시간 중에 다루지 않은 내용이 출제됨. |
학교 수업 시간 중 다룬 내용은 당연히 학원에서도 학습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추가로 함께 보면 좋은 자료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학교 시험에 철저히 대비하고는 한다. 그러나 시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학생은 물론 강사 역시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시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 경우, 강사는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해 대비할 수밖에 없다. 기출 문제와 출제 동향, 교육과정 변화까지 폭넓게 검토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혹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최근 중학생 시험에 최상급 난도의 문제가 출제되었었다. 이 문제는 교과서와 학교 선생님이 배부한 학습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수업 시간에 언급하였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이 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였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는 했다.
"학원 안 다니는 친구들은 시험을 어떻게 봐요? 저희는 그나마 학원에서 알려주신 것이 있어서 풀었지만,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절대 못 풀었을 거예요."
그리고는 이런 말까지 덧붙였다.
"학원 안 다니는 친구들이 어떻게 보면 불쌍해요. 열심히 해도 못 푸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학생의 한마디는 참으로 씁쓸했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도움이 된 것은 다행인 일이지만, '정말 학원 없이는 학교 시험에 대비할 수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수능 만점자가 흔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그러나 지금도 그러한 공부법이 통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함께하기 위해서는
나는 사교육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교육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교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이 공부를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학원을 찾아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학원이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교육계에서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공교육이다. 모든 학생이 공평하게 학습할 수 있는 권리. 그것이 지켜져야 한다. 학원은 학교를 대체할 수 없다. 학교는 학원을 대체할 수 없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떠넘기기 식의 교육 방식은 학생들의 혼란을 키운다. 그 결과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면, 그것은 교육의 이름으로 허용되는 오만일지도 모른다.
정답을 내리기란 매우 어렵고도 복잡한 일이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 먼저 경험한 어른들이, 여전히 현장에 있는 스승들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시험이 학원을 전제로 설계되는 구조라면, 공교육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평가, 그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는 이야기를 어느 누가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 그런 세상이 도래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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