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면 지역 인재 생태계가 생기는가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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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2월 15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에서 열린 '지역 거점대학 경쟁력 강화' 정책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렇게 된 이유는 지역에서 인재들이 양성되고 일자리를 얻어 지역에 정착하는 생태계가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인재 양성(교육)-활용(일자리)-정주 생태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지역 거점국립대학들은 각 지역의 명문으로서 수도권 대학 못지않은 입시 경쟁력과 인재 배출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비수도권 대학들의 경쟁력이 일부 살아 있어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일정 정도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첨단산업과 좋은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대학들이 입학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게 되었고, 비수도권 대학들은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카이스트, 광주과기원, 포항공대 등 일부 연구중심대학들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등장과 쟁점
이러한 위기 의식 속에서 정치권과 교육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다. 이 정책의 목표는 전국의 9개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 서울대 수준의 재정 지원을 투입하여 교육 및 연구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대학 서열화와 수도권 집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인재들이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양질의 교육을 받고 지역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 논리이다.
그러나 지방 거점국립대에 투자를 집중하여 대학 역량이 서울대 수준으로 올라오면, 과연 지역인재의 양성-활용-정주의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을까?
지역 인재 생태계의 핵심 인자(Factor)는 산업과 일자리이다. 지역의 통근권 내에 기술인력을 필요로 하는 좋은 일자리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지역 인재 생태계는 강건하게 작동될 수 없다. 지역 인재 생태계에서 산업과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언급되어 온 일반적인 것이다. 일자리가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존재한다.
대체로 일자리를 쫓아 사람들이 이주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I·디지털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수한 기술인재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기업들이 몰려드는 반대의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또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우수한 대학이 신기술 창업과 산학협력을 선도함으로써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성공 사례도 많다. 따라서 비수도권 지역에 우수한 연구중심대학이 존재하여 기술개발과 인재 양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인재 활용을 위한 산업·일자리도 다양한 층위의 생태계 구조(미래 첨단기술산업-주력산업-소부장기반 산업)를 갖는데, 여기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인재 양성(교육) 체계가 소수의 첨단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은 인재 양성 생태계 관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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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팹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 단지 |
| ⓒ 삼성전자 유튜브 |
과연 정부의 집중 지원을 통해 거점국립대의 특성화 단과대학이 서울대 단과대학이나 카이스트, 광주·대구경북 과기원 수준으로 역량이 강화되면, 지역인재양성 생태계(고등교육 양성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5극 3 특의 성장 엔진이 지역에 장착될 수 있을까?
지역 인재 생태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성장 엔진인 전략 산업과 대학 교육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현재 가장 핫한 산업은 반도체이다. 한국 산업의 성장과 수출을 끌고 가는 원톱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인 팹(Fab) 1개를 24시간 3교대로 원활하게 가동하기 위해서는 약 5,000명 내외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도체 설계 및 첨단미세공정을 위한 석사 이상의 고기술 인력이 10~15%를 차지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인력은 공정장비 엔지니어(주로 학부졸업생)와 반도체 장비운용을 위한 테크니션(오퍼레이터, 전문학사 또는 고졸 인력)이 차지한다. 5극3특의 어느 지역이 반도체를 성장엔진으로 하여 지역인재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면, 서울대 반도체학과 수준의 고기술 인력만 양성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에 폭발적 성장이 전망되는 산업이 로봇이다. 로봇은 대표적인 시스템형 융복합산업이다. 로봇의 두뇌를 위한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감속기, 액추에이터와 같은 핵심부품, 경량특수 소재, 수많은 소재부품, 배터리 등 자동차에 준하는 공급망이 필요한 산업이다. 그만큼 로봇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력, 다양한 기술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다.
5극 3 특의 성장엔진은 인공지능, 로봇,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우주항공 등 성장전망이 밝은 첨단기술산업 중심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제권역 간 중복을 방지하고 특성화하기 위해서는 뾰족하게 돌출된 좁은 분야를 중심으로 선정될 것이다.
5극3특의 성장엔진은 바다 위에 드러난 빙산과 같다. 바다 밑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거대한 연관 기술(기초기술, 연관 응용기술, 부품소재기술)과 산업분야(가치사슬연계 산업)가 있고, 이를 수행하는 기업과 인력이 존재한다.
5극3특 성장엔진은 특성화분야를 중심으로 한 그 자체 하나의 기술-산업 생태계이다. 성장엔진의 돌출된 부분만 보고, 그에 맞는 대표 단과대에 투자를 집중해서 서울대 수준이 된다 한들 지역인재양성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첫째, 5극3특 성장엔진과 관련된 분야는 거점국립대-대표단과대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성화분야 첨단기술인력(석사이상 연구중심대학)-일반기술인력(국공립대, 사립대, 전문대)을 양성하는 다층적 대학 포트폴리오에 대해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미 3년 차에 접어든 라이즈체계(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 30 사업에서 이러한 방식을 일부 추진하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고 분절적이다. 지역 성장엔진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를 발굴하고, 대학들 간의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하여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둘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기존의 17개 광역시도 단위의 대학 지원 사업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5극3특 초광역 중심으로 거점국립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도록 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초광역 라이즈 체계의 핵심 사업으로 삼는 것이다.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광주시의 전남대학이 여수광양권의 화공인력 양성에 전문화하고, 부산시의 부산대학이 경남지역 기계공학 인력양성을 담당하며, 대구의 경북대학이 구미 전자공학 인력을 양성하였던 것을 상기해 보자. 이러한 초광역 인재양성 체계가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30년간 광역시도 행정구역 단위로 분절되었던 것을 다시 복원하는 의미이다.
셋째, 지역 국립대학은 국립대학만이 할 수 있는 교육, 국가적으로 필요하지만 사립대학은 꺼리는 분야의 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지역인재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축은 바로 인문학과 기초과학분야와 같은 기초학문이다. 현재 지역대학들은 취업률 지표와 재정 효율성에 밀려 철학, 사학, 어문학, 물리학, 수학 등 기초학문 분야 학과들을 통폐합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지방대학에서만 500여 개의 학과가 사라졌으며, 그 대부분이 인문·사회 및 기초과학 분야였다.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AGI(인공일반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사유 능력 그리고 공학의 뿌리가 되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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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수 원장 |
| ⓒ 포럼 사의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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