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정은 위원장이 답할 차례다

정일영 2026. 2. 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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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9차 당대회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에 응답해야

[정일영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북 무인기사건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6.2.18
ⓒ 연합뉴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갑작스레 현안 브리핑에 나섰다. 정 장관은 발표문에서 다시 한번 우리 측에서 발생한 대북 무인기 침투에 대해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다소 이례적인 발표다. 왜 지금, 그것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급을 높여 유감을 표명했을까?

이재명 정부의 반복된 대북 메시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했다. 정 장관은 지난 2월 10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통해 무인기 침투에 대해 북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관련해서 정 장관은 "북측은 지난 2020년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목함지뢰로 인해 우리 군인들이 부상당한 행위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한 바" 있음을 지적했다. 상호 조치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당시 정동영 장관의 유감 표명에 북한도 늦지 않게 응답했다.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월 13일 담화 발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으로 평가"했다. 이전의 날 선 반응보다는 차분해진 대응이었다.

그렇게 유감을 표명했던 정동영 장관이 설 연휴 마지막 날 다시 한번 유감 표명에 나섰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발표였을지 모른다. 행간을 보자. 이전의 유감 표명과 다른 점이 있다.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서 밝힌 유감 표명이 정부의 공식적인 유감 표명으로 급을 높였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자행한 무인기 침투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자로서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설 연휴에 '안보 관계 장관 간담회'까지 열며 공식 입장을 서둘러 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4월 미중 정상회담보다 중요해진 북한의 9차 당대회

전문가들은 올해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의 전환적 사건이 될 것이라 말한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대화와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미중관계는 한반도 정세의 상수로 작용해 왔다. 미중관계가 우호적일 때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중요 합의가 체결되는 성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는 외부 변수보다 남북관계 자체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남북대화가 중단된 지 7년이 넘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대북 강경정책은 남북 간 최소한의 비상 연락선조차 단절시켰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남북관계의 회복 없는 북미관계 개선은 무의미하다.

그런 점에서 2월 말로 예정된 북한의 조선로동당 9차 당대회가 미중 정상회담보다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9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어떤 대남정책, 대남 메시지를 발신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을 수도, 더 차가운 겨울을 맞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설 연휴에 한발 앞선 메시지를 타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접경지역에서 대북 방송과 전단지 살포를 중단하는 조치를 먼저 취했다. 북한 또한 대남방송을 중단하고 오물풍선을 보내지 않는 조치로 응답했다. 남북 모두 휴전선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한 것이다. 남북 모두 불필요한 적대행위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의도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저자세 대북정책'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반도 평화공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다. 이제 북한이 응답할 차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공존에 응답해야 한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이번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제도로 명문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당대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변화는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정부의 정책이고 역할이 아닌가?

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주장한 '적대적 두 국가관계'가 여전히 미생(未生)이라 생각한다. 그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을 '북한이 적대성을 추구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이 그렇듯,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 또한 남북 대결과 공멸을 지향할리 만무하다.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뒤엉켜있지만, 남과 북은 분명 '평화공존'의 길을 원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공존과 불가침, 흡수통일 불추구를 선언해 왔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이 답할 차례다. 그가 말하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가 공멸의 파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9차 당대회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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