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교실에서도 '아마'를 없애주십시오

김재욱 2026. 2. 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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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18년 차 초등교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김재욱 기자]

대통령님, 지난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향해 "아마는 없다"라며 정부 정책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셨습니다. 100% 동의합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지금 교실에서는 예측 불가능의 안갯속에 길을 잃은 교사들이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교실 문을 열며 자문합니다.

'내가 오늘 아이를 꾸짖으면 아동학대범이 될까?'
'급식실 가기 위해 줄을 서라고 큰 목소리로 외쳐도 될까?'
'주먹다짐하는 아이들을 발견하면 몸으로 막고 제지해도 될까?'

교사에겐 지금 모든 것이 '아마'입니다. 정당하게 가르치고 지도해도 '아마' 신고 당할 것이고, 교육청이 보호해 준다고 해도 '아마' 피의자 취급을 당할 것입니다. 교사들 사이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몇 년째 떠돌고 있습니다.

전주 M초등학교 사례를 보십시오. '악성 민원인' 때문에 아이들은 일 년 동안 무려 7명의 담임교사를 만났습니다(2024년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등은 해당 초등학교가 "2022년부터 시작된 학부모 2명의 악성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고, 반면 해당 학부모들은 언론을 통해 "교사를 괴롭히기 위해 민원을 제기한 일이 없다", "교육활동과 관련한 학부모의 정당한 의견 제시가 어떻게 악성 민원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 편집자 말).

정부는 아동학대 피신고 교사에게 '교육감 의견서'라는 방패를 주었다고 했지만, 종이 방패에 불과했습니다.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고 판정했음에도 수사기관에서 즉시 종결되는 사례는 겨우 16%에 불과합니다. 2025년 8월 31일 기준으로 검찰까지 넘어간 508건 중 정식 기소는 17건(3.3%)에 불과합니다. 불기소 처분은 450건(86.6%)에 달합니다(관련기사 : "정당한 생활지도" 교육감 의견서 내도... '아동학대 신고' 교사 고통 여전 https://omn.kr/2gys3).

교사들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생활지도인지 아동학대인지 사전에 예측할 수 없습니다. 신고당해서 최종 결과가 나온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8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지도한 어느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고, 167일 만에 경찰에서 무혐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검찰의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해당 교사는 학교 조사, 아동학대 및 성희롱 사안에 대한 교육청 두 차례 조사, 성고충심사위원회 출석, 지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를 받으며 불면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결국 정신과 치료를 위해 45일의 병가를 냈습니다.

교사들의 교육을 위해 '아마'를 없애주십시오
 2026년 2월 10일 전북도교육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오도영 전교조 전북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김재욱
대통령님, 교육 정책에서도 "아마"를 없애 주십시오. 부처 간의 칸막이를 허물고 정부의 일관된 의지를 보여주시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강력히 건의합니다.

첫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칸막이를 없애고 '아동복지법'을 즉각 개정해야 합니다. 현재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 조항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모호합니다. 이를 근거로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정부에서 먼저 부처간 소통하고 국회와 협의해 관련 법을 개정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는 서이초 사건 이후 전국 모든 교사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입니다.

둘째, '악성 민원 방지법'을 제정해 교사를 악성 민원으로부터 원천 보호해야 합니다. 지금 교육부가 내놓은 민원 대응책은 5년 전, 10년 전 제도와 하나도 다를 바 없습니다.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민원에 대해서는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이 대응하고, 도를 넘은 악성민원을 제재할 수 있는 법률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셋째, '교육감 의견서'의 사법적 구속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이를 존중해 경찰 단계에서 즉시 종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 교사들이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167일이 넘게 불면의 밤을 보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님께서 부동산 정책에서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못 박으셨듯, 교육 현장의 붕괴를 막을 기회도 지금이 진짜 마지막 기회입니다. 교사들이 "내가 가르치는 행위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때, 비로소 교실은 살아나고 우리 아이들은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교조 전북지부 소속입니다.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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