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올림픽, 기록과 계산 사이

한승주 2026. 2. 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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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등장하자 해외 중계진은 이렇게 소개했다.

특정 선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마이클 펠프스가 세계기록을 쓸어 담았을 때, 그가 입은 스피도 수영복은 기술 혁신의 상징이 됐다.

기록은 선수의 것이었지만 판매는 브랜드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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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등장하자 해외 중계진은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에서 모든 것을 다 파는 사람.” 과장이 아니었다. 그 무렵 김연아는 화장품, 통신사, 금융, 의류를 넘나들며 거의 모든 분야의 광고를 장악했다. 금메달 이후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그를 ‘연느님’이라 부른다. 빙판 위 점프는 끝났지만, 광고판 위의 김연아는 계속됐다.

특정 선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마이클 펠프스가 세계기록을 쓸어 담았을 때, 그가 입은 스피도 수영복은 기술 혁신의 상징이 됐다. 기록은 선수의 것이었지만 판매는 브랜드의 몫이었다. 올림픽 밖으로 눈을 돌리면, 골 세리머니 직후 노출되는 손흥민의 축구화는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타고 수천만 팔로워에게 동시에 전파된다. e스포츠 선수 ‘페이커’ 이상혁이 사용하는 게이밍 장비는 ‘프로의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에서 스테픈 커리가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마다 그의 이름을 붙인 신발은 곧바로 시장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이번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우승한 네덜란드 선수의 금메달 세리머니가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외 매체는 금메달 직후 노출된 나이키 스포츠 브라의 홍보 효과를 분석하며 “팔로워 1명당 1센트”라는 계산법까지 거론했다. 감동의 순간은 초 단위로 기록되지만, 시장은 즉시 달러 단위로 환산한다. 아마추어 대회인 올림픽 무대에서도 예외는 없다.

시장은 순간의 노출에 가격표를 매기느라 분주하지만, 관객이 기억하는 건 광고판 너머의 서사다. 설상 종목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대표팀 막내 최가온 선수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비상했을 때 우리가 느낀 전율은 어떤 화폐로도 환산되지 않는다. 올림픽이 여전히 특별한 이유는 ‘가장 비싼 장면’이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장면’에 우리가 마음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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