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의 푸드로드] 소고기 부위는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우리나라에는 시중에 판매하는 소고기 부위의 종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내용이 인터넷에 돌면서 한국인은 ‘소고기에 진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혹자는 육가공업자, 혹은 식당에서 의도적으로 비싼 부위를 만들어 돈을 더 많이 받겠다는 수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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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맛, 같은 가격 거부하는 미각
시장 쪼개 가격 만족도 극대화
‘비계 삼겹살’ 불만도 해결 가능
」

답은 무엇일까?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어떤 육가공업자나 식당이 현재 별로 인기가 없는 소 뒷다리에 있는 사태를 특수한 부위라고 홍보하며 가격을 올려서 유행을 만들자고 한다면 그 부위가 고급 부위로 비싸게 팔릴까? 어림없는 이야기다. 그 누구도 사태에 등심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의 구이 식문화에 사태가 적합지 않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애정하는 소의 등심으로 가보자. 등심은 어깨 뒤쪽부터 시작하여 엉덩이 바로 앞까지의 길고 큰 부위다. 등심에는 여러가지 작은 부위들이 있는데, 그 중 새우살은 특히 부드럽고 눈꽃 같은 마블링을 가지고 있어 우리 소비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작은 부위다. 그런데 새우살은 앞쪽 등심에는 적게 들어가 있고, 중간 쪽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뒤쪽 등심에는 아예 들어가 있지 않다. 따라서 새우살은 등심의 어느 부위를 자르느냐에 따라 그 양이 다르게 나온다.
다시 사고 실험을 해보자. 등심을 판매하는데, 어떤 고객에는 새우살이 잔뜩 들어간 등심을 주고, 어떤 고객에게는 같은 등심을 판매하는데 새우살의 양이 적거나 아예 빠져 있는 등심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새우살의 차이를 모르는 시장,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시장에서는 이게 큰 문제가 될 게 없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새우살이 등심에서도 다른 맛을 내고, 이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시장에서는 부당한 판매가 된다. 고객 차별이다. 같은 등심을 같은 돈을 주고 샀는데 왜 내게는 새우살의 양이 적은 부위를 주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왜? 그 시장의 소비자들은 그 차이를 알고 있으므로.
이 개념이 바로 경영학에서 언급되는 ‘세련된 구매자(sophisticated buyer)’의 개념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무언가를 쪼개서 세분화 시장을 만든다. 그래야 불만이 없고, 만족도가 올라간다. 새우살만 따로 떼어서 그 수요에 맞는 가격을 붙여서 판매했을 때, 시장에서의 불합리가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선호가 올라간다. 더 좋은 게 내게 오지 않을까 하는 확률 게임 대신, 더 선호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이다. 특정 상품에 세련된 구매자들이 많은 시장에서는 그래서 상품 구색이 늘어나며 세분화 시장이 활성화되며 시장이 발전한다.
소고기의 새우살은 ‘선호’에 해당되는 사례인데, 반대로 ‘불호’에 해당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최근 자주 지적되는 과지방 삼겹살이 이에 해당한다. 같은 가격으로 삼겹살을 구매했는데, 왜 나에겐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주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단 하나의 방법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에도 역시 쪼개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겹살을 나눠서 지방이 많은 삼겹 부위를 다른 명칭으로 지정하는 정책적 시도를 하고 있다. 근육과 지방이 조화로운 삼겹살 위쪽 부위는 ‘윗삼겹’, 지방이 많은 중간 부위는 ‘돈차돌’, 그리고 아래쪽 미추리 부분은 ‘아랫삼겹’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시장 추세라면 윗삼겹은 가격이 오르고, 돈차돌은 가격이 내려가고, 아랫삼겹은 그 중간 쯤이 될 것이다. 이 정책이 성공한다면, 삼겹살에도 다층적 가격 체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 소고기가 부위가 계속 세분화되는 이유는, 우리 소비자들이 소고기에 대해서는 매우 세련된 소비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딸기, 토마토 등의 품목도 품종을 중심으로 세분화되며 세련된 소비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반면에 닭, 감자, 고추, 깨 등은 아직 세련된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세련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농산물 품목이 수입산 농산물에 대해서 더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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