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따른 구조조정'... 30대 초반에 희망퇴직 몰리는 청년들 [이게 이슈]
정권이 교체되고, 코스피 5000을 돌파하면서 맞이한 설날이지만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합니다. 시민기자들이 전하는 설날 서민 민심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서 깊이 새겨듣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권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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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센터(자료사진) |
| ⓒ elements.envato |
구인난 속 역설: 4대보험 전액 부담하는 사장들
"사장님, 요즘 패스트푸드점도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데, 청년들이 기피하는 오토바이 수리 기사는 어떻게 구하셨어요?"
"간단해요. 돈이죠. 저는 기사들 근로소득세부터 4대보험까지 다 부담해요."
순간 혼란스러웠다. 요즘 자영업자들은 4대보험 부담이 버거워 '프리랜서' 계약으로 비용을 회피하는데, 4대보험 전액에 근로소득세까지 사업주가 부담한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 왜 그래야 하는 거죠?"
"청년 정비공들이 자신들 손에 약속한 돈을 그대로 쥐어달라고 하니까요. 가령 월급 300만 원을 약속했는데 4대보험에 원천징수까지 하면 200만 원대로 떨어지잖아요. 그게 싫다는 거예요."
"그럼 차라리 4대보험과 소득세를 감안해 급여를 올리고 실수령액을 맞춰 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사장님도 인건비 처리가 제대로 되는데, 손해 아닌가요?"
"맞아요. 제 손해죠. 그런데 청년들이 이런 단순한 방식을 선호해요. 이 급여 조건 덕분에 구인난에서 벗어났어요. 어제도 인근 오토바이숍 청년 두 명이 자리 있냐고 전화했어요. 제가 좀 덜 벌더라도 구인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 확장할 수 있으니 더 낫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활동하는 단체에서 교류하는 '카센터' 사장들에게도 물어봤다.
"저도 그래요. 4대보험과 근로소득세 다 부담해요. 요즘 청년들이 이런 방식을 선호하니 어쩌겠어요. 여기에 주 5일, 연장근무 수당까지 지급해야 그나마 사람을 붙잡을 수 있어요."
이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에서는 거의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비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건설 노동자 파견 업종에선 꽤 오래된 관행이에요. 회사가 건설 노동자 4대 보험과 근로소득세를 모두 부담하죠. 연말정산 때마다 골치 아파요."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는 회사에서 재무를 담당하는 지인의 말이었다.
언뜻 긍정적 변화로 보인다. 3D 직종 육체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이 개선되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 관행이 정상적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찝찝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 브랜드 자동차 보증수리 정비업계에서는 그런 관행이 거의 없어졌어요. 4~5년 전까지는 그랬죠. 심지어 급여 신고도 받는 돈의 80%만 해달라고 해서 사장들이 그렇게 신고했어요. 정비공들의 개인 사정도 있었지만, 사장들도 그게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보니 아니더라고요. 인건비 처리를 제대로 못 하면 모두 사업 소득으로 잡혀 손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급여를 올려 4대 보험과 근로소득세를 정상 처리하면서도 정비공들이 원하는 실제 급여를 맞추고 있어요."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필자의 자영업 시절, 알바 청년들 중 급여 통장을 친인척 명의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소득 신고 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탈락이나 4대 보험료·근로소득세 증액이 두려워서였다. 당시 세무대행업체로부터 월 수백만 원을 경비 처리하지 못해 손해 본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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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배달 대행도 많이 한다. |
| ⓒ 연합뉴스 |
"정비공들처럼 기름밥 먹는 기술자들은 더 대우받아야 해요. 10년 경력자라면 적어도 연봉 1억은 돼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5년 차 정비기술자 연봉이 4000만 원인데, 이러니 누가 정비기술자를 하려 하겠어요."
지난해 연말 정비업계 사장들 모임에서 나온 발언이다. 놀라운 건 참석한 십수 명 사장들 대부분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칠십을 바라보는 사장 한 분은 오히려 적극 옹호하기까지 했다. 물론 묘한 긴장감은 있었다. 각종 비용과 인건비 상승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더 대우해 줘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으니 말이다.
"젊은 정비기술자들은 이 연봉이면 차라리 배달 대행이 낫다고 생각해요. 거기는 잔소리도 없잖아요. 금전적으로 더 보상해 주면 되는데, 문제는 이 부담을 대기업(자동차 제조사)들과 같이 져야 하는데 중간의 우리 같은 중소상공인만 짊어지라 하니 일부 사장들은 '이제 폐업할래'라고 선언하는 거죠."
미국도 몇 년 사이 정비기술자들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각 주가 앞다투어 법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막대한 수익이 작은 동네까지 흐를 수 있도록, 자동차 제조사의 보증수리를 하는 기술자들의 공임을 현실화하는 법들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청년실업'을 걱정하면서 삼성과 현대 등 상위 10%만 입사 가능한 대기업 고용 확대에만 관심이 있다. 정부도 언론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동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당장의 돈벌이를 넘어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는 기술 기반 양질의 일자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결과 동네에는 1인 자영업자만 넘쳐나고, 일자리라고는 서비스업이나 물류 회사의 소모적인 단기 일자리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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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들은 AI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
| ⓒ Gemini 생성 |
"걱정이 하나 더 늘었어. 둘째가 3년간 비정규직 전전하다 이제 정규직 됐다고 한숨 돌렸는데, 첫째가 갑자기 희망퇴직하게 생겼네."
그의 딸은 게임사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몇 년 전 성과급도 받았다며? 나이도 삼십 대 초반 아닌가?"
"재무 악화가 아니고 AI 도입이래. AI로 업무 효율을 높인다고 10년 차 이상은 희망퇴직 받는다고."
집에 돌아와 딸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딸 역시 같은 전공으로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 중 게임사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취업한 친구 있다고 했잖아요. 그 회사도 작년에 희망퇴직 받았대요. AI 도입에 따른 구조조정이라고. 친구는 신입이라 대상은 아니지만 친한 선배들이 일괄 퇴직해서 충격받았대요."
딸은 집안 사정을 고려해 대학 내내 알바를 했다. 학업과 병행해 두 개의 알바를 하면서도 장학금까지 받았다. 하지만 과로에는 대가가 따라 한동안 병원을 오가야 했다. 이처럼 딸은 청년으로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걱정은 안 해요. 안 되면 다른 기술이라도 배워 뭐라도 할 자신은 있어요. 다만 회의감이 들어요. 중고등학교 때 뒷줄에서 자던 애들과 결국 다를 게 없는 거 아닌가, 그 모든 노력이 무의미했던 건가 하는."
애써 태연하게 말하는 딸에게 어른으로서 미안했다. 청년들에게 'MZ'라는 딱지를 붙이고 가벼운 책임감을 핀잔하던 어른들이, 정작 그 청년들에게는 어떤 책임감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문득 언젠가 영상으로 본 새끼 바다거북이 떠올랐다. 천신만고 끝에 알을 깨고 모래 위로 올라온 새끼들은 이미 반쯤 탈진 상태지만 죽을힘을 다해 바다까지 기어가야 한다. 다다르지 못한 새끼들은 말라 죽거나 갈매기 밥이 된다. 물론 힘겹게 다다른 그곳 역시 천국이 아니다. 또 다른 포식자들이 도사린 위험한 생존의 경기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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