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겼어' 소리없는 세리머니…장애 아들에 보여준 금메달 기적

장애를 지닌 두 아이를 키우며 묵묵히 현역 선수의 길을 걸어온 미국의 베테랑 봅슬레이 선수 엘라나 메이어스 테일러(42)가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령 금메달 기록을 작성하며 ‘엄마의 힘’을 보여줬다.
테일러는 지난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의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여자 모노봅(1인승)에서 1~4차시기 합계 3분57초93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력한 우승 후보 라우라 놀테(독일)를 0.04초차로 제치며 정상에 올랐다.
1984년생인 그는 41세 129일에 올림픽 포디움 최상단에 오르며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다시 썼다. 대회 초반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이 김상겸을 꺾고 우승하며 작성한 종전 기록(40세 115일)을 뛰어넘었다. 단체 종목까지 포함한 최고령 우승 기록은 지난 1924년 샤모니 대회에서 컬링 팀 이벤트를 제패한 영국의 멤버 로빈 웰시가 세운 54세 102일이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를 시작으로 총 5번째 도전장을 낸 올림픽 무대에서 그가 거둬들인 6번째 메달이자 첫 번째 금메달이다. 앞선 4차례의 대회에선 은메달 3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고대하던 금메달을 추가한 그는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여자 봅슬레이 선수이자 금메달을 거머쥔 최초의 어머니 봅슬레이 선수로 기록됐다.
아울러 미국 여자 선수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6개) 타이기록을 작성하며 스피드 스케이팅의 전설 보니 블레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작성한 ‘흑인 동계올림픽 선수 중 최다 메달 보유자’ 기록도 진행형이다.
테일러는 슬하에 두 아들 니코와 노아를 둔 엄마 선수다. 심지어 두 명 모두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첫째 니코는 다운증후군 환자이기도 하다. 장애를 지닌 아이들을 양육하며 선수 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던 건 남편(닉 테일러)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이다. 함께 봅슬레이 선수로 활동하던 남편은 아이들이 태어난 뒤 은퇴해 외조에 전념하고 있다.

BBC는 “테일러는 참가하는 국제대회마다 두 아들을 데리고 다닌다”면서 “지난해 말 노르웨이에서 열린 월드컵 도중 큰 부상을 당한 데다 성적 부진, 자녀 양육 부담 등의 스트레스가 겹쳐 국제대회 출전 중단을 고민했지만, 남편의 응원 덕분에 다시 일어섰다”고 소개했다. 이어 “테일러가 목에 건 금메달은 여성과 장애인,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승 직후 테일러는 “(금메달을 따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 직후 두 아들에게 수어로 ‘엄마가 이겼어’라고 알릴 때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막내 노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수어로 ‘내가 챔피언이야’라고 표현하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테일러는 “아이들을 키우며 얻은 인내심과 삶의 태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서 “내 삶의 과정 전체가 나를 챔피언의 길로 이끌었다. 핵심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송지훈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좀 나가있으면 안 되겠나”…윤의 집앞, 이준석의 수모 [실록 윤석열 시대2] | 중앙일보
- 장남의 딸, 둘째 며느리 줬다…한학자 차남과 영혼결혼한 그녀 | 중앙일보
- 배 가스 찼는데 “장염 도졌네”…그 노부모가 놓친 대장암 신호 | 중앙일보
- 금 딴 뒤, 지퍼 내렸다…브라 노출한 그녀 '100만달러 세리머니' | 중앙일보
- "미성년 교제 사실 없다" "김새론 아동학대"…김수현·가세연 1년째 공방중 | 중앙일보
- 20만 증발하자 눈물의 추노…'충주맨 후임' 주무관 대박났다 | 중앙일보
- 개회식때 우크라 피켓 든 여성 충격 정체…"선수들은 알아채" | 중앙일보
- 이 대통령 "사회악은 다주택자 아닌 다주택 부추긴 정치인" | 중앙일보
- 설 연휴 마지막 날, 유튜브 '먹통'… 1시간 만에 복구 | 중앙일보
- 얼음에 눕는 사나이…"난 가짜" 곽윤기도 인정한 '인코스 장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