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기적'을 기대하지 않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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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을 기자]
50일의 기적은 물 건너갔다. 잠든 녀석을 아주 잠깐 소파에 내려놓았을 때 깨지 않는 것을 보고, 아내와 거의 동시에 "50일의 기적?"이라며 속삭였다. 재빨리 숫자판을 머리에 놓고 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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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빨리 찍은 사진 아주 잠깐 낮잠자는 천사로 변신한 순간 |
| ⓒ 안사을 |
영아기에도 선행학습이 존재한다?
아내와 나는 아이를 갖기 전부터 지금까지 쭉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왔다. 디지털 가상 세계보다 숲속에서 진짜 자연을 충분히 맛보게 해주고 싶다는 것, 어떤 값비싼 장난감이나 교육 도구보다도 흙과 모래, 부모와의 대화가 훨씬 아이에게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는 것 등 서로 공감하는 바가 컸다.
콕 집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과도한 선행학습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곤 했다. 여전히 고민거리는 남아있지만, 아이의 진정한 성장과 발달이 우선이라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주가 되면 안 된다는 것 또한 그렇다.
그런데 영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를 향해서, 선행학습을 종용하는 부모의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자각했다. 마음이 뜨끔했다. 골똘히 성찰하던 중 아내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공통된 단계를 발견했다. 우리의 전전긍긍과 나의 조급함은, 초보 부모의 지친 마음에 어떤 정보가 침투하면서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이었다.
SNS,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부러운 이야기들이 자주 올라온다. 당연히 힘든 이야기가 더 많지만, 단꿈 같은 이야기에 더 눈이 쏠린다. 39일밖에 안 된 아기가 10시간 통잠을 잔 놀라운 이야기, 50일이 되자마자 침대에 등을 대고 낮잠을 주무시는 영험한 아기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그쯤 되면 이제 책이나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과 같은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 탐구하고 내 아이에게도 그 방식을 따르게 하려 노력한다. 의사 표현이라고는 울음과 이상한 괴성뿐인 작디작은 생명체에게 말이다.
잘못된 공부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적용할 수 있는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아이는 우연히 그 시점이 빨랐던 것인데, 내 아이도 기적처럼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확한 정보를 찾기도 전에 너무 이른 방법을 강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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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침대 안아서 재워야만 낮잠을 자는 아이. 요령도 생기고 이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
| ⓒ 안사을 |
우린 태교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음악교육을 전공한 나에게 동료들이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음악 전공하셨으니까 태교 더 잘하시려나? 엄마 배에다가 모차르트 음악 같은 것 자주 틀어주고 그러세요?"
"부부가 안 싸우는 게 최고의 태교입니다."
"하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핏덩이로 태어나 점점 사람의 특성이 더해지고 있는 지금, 부부의 평화만큼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단지 토론이 진해졌을 뿐인데도, 우리의 어조가 강해지면 품속의 아기가 몸을 움츠리고 긴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태어난 지 70일을 막 지나고 있는 현재. 우리가 찾은 안정에 대해, 그리고 그 조건에 대해 일과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명심할 것은, 이것은 우리 집 아기의 하루이고, 다른 아기는 또 그만의 하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상 시각은 아직 정확하지 않다. 7시에 아침을 시작하면 좋다고는 하는데 맞추기가 쉽지 않다. 4시에 밥(모유 또는 분유)을 먹었어도 어딘가 불편해서 5시 반에 깬 아이를 달래다 보면 6시에 또 밥을 먹여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침에는 굳이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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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맞춤 아빠를 보면 항상 이렇게 웃는 아이. 옹알이를 따라해주면 더 크게 웃는다. |
| ⓒ 안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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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어놓은 천 기저귀 신생아 때보다는 하루에 쓰는 기저귀 양이 조금 줄었다. |
| ⓒ 안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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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빛이 향한 곳 코앞에 모빌이 있어도 사람을 먼저 본다. |
| ⓒ 안사을 |
오래 놀아주면 안 된다. 오전이나 낮에 아이가 팔팔하다고 해서 두 시간이 넘도록 까꿍 놀이를 했다가는 큰일 난다. 이 시기에는 한 번에 깨어있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그 시간을 넘기면 과도하게 각성하게 되는데 그 결과는 밤에 찾아온다. 이는 방문객이 조심해주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낮잠은 되도록 아빠의 품에서 잔다. 엄마 품도 가능하지만, 엄마는 주기적으로 유축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분담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품속에서 재우다 보면 밥을 먹여야 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푹신한 바닥에 내려놓으면 자동으로 깬다. 놀라운 '등센서'다.
그렇게 세 번을 반복하면 오후 7시가 된다. 품에서 재우면 낮잠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서 이 시각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때부터는 패턴에서 '놀기'가 빠진다. 먹이고 트림시킨 뒤 바닥에 눕혀서 재운다.
저녁 7시부터 밤 11시 정도까지, 어떻게 해도 아이가 달래지지 않고 숨이 넘어갈 듯 울어대는 시간을 속칭 '마녀의 시간'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하루 동안 쌓인 피로로 인해 심신이 힘든데다가 각성이 심하여 잠들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 시간을 평화롭게 잘 보내면 건강한 밤잠으로 이어진다. 오전과 낮을 포근하게 보내면 마녀의 시간이 점차 사그라진다. 이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파도처럼 그 흐름을 축적한다. 우리 아이는 다행히도 최근 마녀의 시간을 극복해가고 있다. 아직 4시간이 넘게 쭉 잘 수는 없지만,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다.
그 비결은 위에 말한 것들이 전부다. 조급해하지 않기, 내 아이의 발달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규칙성을 만들어 나가기, 아이의 웃음에 혹하여 너무 오랫동안 깨워두지 않기, 안고 재워야만 하더라도 필요한 만큼 낮잠 재우기, 즐겁고 밝은 분위기를 잔잔하게 유지하기 등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여 급한 마음을 품으면 그 시기가 오히려 더 멀어질 수 있다. 옆집 청년이 서른도 안 돼서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닦달하면 오히려 상처를 주어 내 아이의 독립이 더 늦어질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50일의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100일의 기적'도 굳이 기대하지 않겠다. 하루하루를 그날의 아기답게 살아가는 아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다 보면 시나브로 찾아오는 성장으로 인해 매일 조금씩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 부부는 오늘도 이렇게 감탄했다.
"우리 하기는 낮밤을 벌써 이렇게 구분하니까 얼마나 예뻐."
"암, 그럼. 8시간 통잠은 바라지도 않아! 언젠간 자겠지. 그렇게."
"나중에는 안고 재우고 싶어도 본인이 싫어할 날이 올 거야. 지금은 이렇게 부모 품을 좋아하니 얼마나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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