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확 뽑아버렸더니…올 겨울 '두루미 낙원'서 일어난 일[멸종위기종이 돌아왔다③]

철원에 있는 두루미 중에서 새끼의 비율이 30% 정도로 높아졌는데, 일본 월동지의 몇 배 수준입니다. 생존하는 새끼가 많아졌다는 건 한반도의 먹이 환경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죠.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최근 겨울철에 철원을 찾는 두루미가 많아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강원도 철원은 매 겨울철이 되면 두루미의 낙원으로 변한다. 인간의 간섭이 덜한 접경지역인 데다 먹거리가 풍부한 농경지가 많은 덕이다.
대형 조류인 두루미는 러시아와 몽골 등지에서 번식하고 추운 겨울이 되면 남쪽으로 내려와 한국과 일본, 중국 남부 등에서 월동한다. 주로 농경지나 갯벌에서 낟알을 먹거나 곤충,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는다. 두루미(1급)와 흑두루미·재두루미(2급) 등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철원·순천만, 두루미 세계 최대 월동지
철원과 순천만 등 주요 월동지를 찾는 두루미는 2000년대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월동 물새 27년의 변화와 보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관찰된 두루미류 개체 수는 총 1만 9214마리다. 10년 전인 2015년(4617마리)과 비교하면 5배가량 늘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철원 등 한반도 중부 지역에서 개체 수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순천만 등 남부 지역에 이어 내륙으로도 분포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철원에서 가장 많은 두루미가 관찰됐다. 최근 10년 평균 5759마리다. 철원군과 주민들이 합심해 추수가 끝난 논에 볏짚을 남겨두고, 무논(물 댄 논)을 조성한 이후부터 두루미 월동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이 상임이사는 “과거에는 추수 이후에 농경지를 갈아엎거나 볏짚을 팔았는데, 최근 볏짚을 존치할 경우에 보상해주는 면적이 늘면서 두루미의 먹이 환경이 크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남 순천만도 세계 최대 규모의 두루미 월동지 중 하나로 꼽힌다. 철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평균 2890마리의 두루미가 겨울을 보냈다. 습지를 복원하고, 전선 충돌을 막기 위해 인근 농경지의 전봇대를 전부 뽑는 등 서식 환경을 꾸준히 개선하면서 매년 더 많은 두루미가 찾고 있다.
“농경지 등 두루미 먹이 공간 사라져”

이 상임이사는 “고수익을 올리는 비닐하우스를 지으면서 논이 줄어들고 있고, 농사 자체를 안 짓는 곳도 많다 보니 두루미들이 먹이 활동을 할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며 “두루미를 보호할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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