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결국 '관절'서 갈린다…"로봇당 50개 필요" 뜨는 이곳
로봇도 결국 ‘관절’에서 갈린다. 사람처럼 걷고, 잡고, 균형을 잡는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의 승부처로 ‘관절(액추에이터·actuator)’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밀한 관절 제어 성능이 제품 완성도와 상용화 경쟁력을 좌우하는 셈이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뛰어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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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LG “관절 기술 잡아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기업들도 액추에이터 산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센서 등을 결합해 회전과 직선 운동을 만들어내는 구동 장치다. 힘의 크기와 속도, 움직임의 각도를 실시간으로 제어해 로봇의 손가락과 팔다리를 정확하게 움직인다.
로봇이 똑똑해질수록 로봇 한 대에 필요한 액추에이터 수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향후 출시될 로봇은 50개가 넘는 액추에이터를 탑재한 극도로 복잡한 구조”라며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의 정밀도로 외과의사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테슬라가 액추에이터 28개를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관절 수가 배로 늘어난 셈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서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를 선보인 LG전자는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을 새로 출범했다. 클로이드 뿐 아니라 외부 기업 수주까지 염두에 두고, 생활가전(HS)사업본부 산하 부품솔루션사업부에서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수십년간 가전 사업에서 쌓은 모터 내구성 설계 노하우와 대량 양산 경험을 로봇 액추에이터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액추에이터 공급사로 선정되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급망에 합류했다. 오는 2028년 아틀라스 3만대를 양산하는 일정에 앞서, 현대모비스가 가진 대규모 생산 경험과 품질 관리 역량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초정밀 부품 제조 노하우를 축적해온 삼성전기 역시 노르웨이 초소형 고성능 전기모터 제조사 알바인더스트리즈에 투자하며 액추에이터 산업에 진출했다.
그동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위주였던 액추에이터 산업에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든 이유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관절 구성에 따라 다양한 액추에이터가 필요한 만큼, 다품종 소량생산 환경에서도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기업의 제조 역량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도 쏠쏠하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애널리시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원가(BOM)에서 액추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30~50%로 추산했다. 업계에선 6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성장 속도 역시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밸류에이츠는 글로벌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시장이 2024년 1억5000만 달러에서 2031년 98억6000만 달러(약 14조50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8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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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제 로봇 공급망…K관절 뜰까
미국 로봇 공급망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흐름도 한국엔 기회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행정부가 올해 중 로봇 산업 규제 관련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이 급증하면서 단일 공급자 체계로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복수의 공급자를 동시에 찾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한국 로봇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은 40%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CES 2026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 ‘아틀라스’와 LG전자 ‘클로이드’ 시제품에도 외국산 액추에이터가 적용됐다. 현재 이 시장은 하모닉 드라이브 시스템즈(일본), 나브테스코(일본), 맥슨모터(스위스), 비텐슈타인(독일) 등이 장악하고 있다.
해외 선두 기업들과 국내 기업 간 격차는 단순 조립 기술 때문이 아니다. 기어 사이의 미세한 틈인 ‘백래시(Backlash)’를 최소화하는 초정밀 가공 능력, 고하중에서도 마모를 견디는 특수 열처리 소재 노하우 등 수십 년간 축적된 ‘기초 체력’에서 기술력 차이가 적지 않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로봇 시장이 성장하려면 액추에이터 기업들의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와 다양한 로봇 제조사와의 협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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