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영업 노하우 담은 온라인 강의로 연봉 10억?…지식커머스 뭐길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2. 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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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한 중년 직장인이 직함과 지위를 잃은 뒤 비로소 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오피스물이다. 극 중 김낙수 부장은 대기업 영업팀장으로 근무하다 지방 공장 발령을 통보받고 인생의 균열을 맞는다. 만약 그가 상무 승진이라는 목표를 내려놓고, 20년간 쌓아온 영업 실무 노하우를 온라인 강의로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지식 비즈니스 플랫폼 ‘라이브클래스’를 운영하는 퓨쳐스콜레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4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퓨쳐스콜레 제공)
이제 그 가정은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전직 김부장’이 경험을 상품으로 만들어 연봉 이상 매출을 올리는 시대가 열렸다. 지식 비즈니스 플랫폼 ‘라이브클래스’를 운영하는 퓨쳐스콜레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4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 76억원에서 2024년 236억원으로 210% 성장한 데 이어, 3년 만에 6배 커진 수치다.
평범한 김부장도 10억 사장님…폭발하는 1인 크리에이터
가파른 성장세 뒤에는 연매출 10억원을 돌파한 ‘슈퍼 크리에이터’가 있다. 퓨쳐스콜레에 따르면, 플랫폼 내에서 연매출 10억원 이상을 기록한 크리에이터는 1년 새 4배 늘었다. 매출 상위 100명 평균 매출은 4억원을 웃돈다. 웬만한 대기업 부장 연봉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광고·협찬 없이 오직 개인 채널에서 나온 강의 판매와 재구매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성공 사례 스펙트럼도 넓다. 산업 안전 교육을 다루는 ‘생각하는 기계안전’, 병원 경영 마케팅 ‘페이션트 퍼널’, 파이썬 자동화 기술 등 전문 영역은 물론 생활 밀착형 기술까지 상품화됐다.

반영구 화장 전문가 ‘나의 반영구 선생님, 뷰티처’는 라이브클래스 내 인기 강사다.(퓨쳐스콜레 제공)
반영구 화장 전문가 ‘나의 반영구 선생님, 뷰티처’는 현장 경험을 체계화해 실전에 바로 적용 가능한 커리큘럼을 구축했다. 단순 기술 전수가 아닌 전문가 양성 모델을 만들었다. 케이크 토퍼 브랜드 ‘토핑토퍼’ 역시 취미를 창업 역량으로 전환하는 교육 모델을 선보여 누적 유료 수강생 5200명을 모았다.
제조업과 다르다…한계비용 ‘0’의 마법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이들이 어떻게 10억원이란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지식커머스’의 독특한 경제 메커니즘을 들여다봐야 한다.
라이브클래스 상반기에 선정된 슈퍼크리에이터 (퓨쳐스콜레 제공)
제조업을 보자. 자동차 1대를 팔려면 철강·부품·인건비가 든다. 1만대를 팔려면 비용도 1만배 든다. 이를 ‘한계비용’이라 한다. 반면 지식 상품은 다르다. 20년 영업 노하우를 담은 강의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일단 만들어두면 1명이 보든 100만명이 보든 추가 비용은 ‘0’에 가깝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익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첫 번째 비밀인 ‘한계비용 제로(0) 법칙’이다.

두 번째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의 힘’이다. 유튜브 같은 거대 플랫폼에선 알고리즘 선택을 받아야만 돈을 번다. 조회 수 1회당 수익은 미미하다. 하지만 라이브클래스 같은 D2C 모델은 다르다. 내 지식을 필요로 하는 ‘충성 고객’ 1000명만 있어도 된다. 10만원짜리 강의를 1000명에게 팔면 1억원이다. 여기에 심화 과정, 코칭권, 전자책 등 파생 상품을 연결하면 객단가는 계속 오른다. 불특정 다수에게 싼값에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고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가치 교환’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경험의 자산화’다. 과거 김부장 영업 노하우는 회사 내에서만 소비되고 휘발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였다. 하지만 이를 커리큘럼으로 구조화해 온라인에 올리는 순간, 잠을 자는 동안에도 수익을 내는 ‘금융자산’처럼 변한다. 노동 소득이 시스템 소득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누구나 도전 가능하지만…‘옥석 가리기’ 시작
강의 제작 역량은 있지만 세일즈 경험이 부족한 초보 크리에이터를 위해 기획부터 론칭·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라이브클래스 로켓런칭 프로그램’(퓨쳐스콜레 제공)
신철헌 퓨쳐스콜레 대표는 “지식 비즈니스 시장은 일부 크리에이터 중심 성장 단계를 지나 운영 방식이 고도화되고 저변이 넓어지는 본격 확산기에 접어들었다”며 “누구나 지식 콘텐츠를 비즈니스 구조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라이브클래스에서 슈퍼크리에이터로 등극한 ‘크리투스’(퓨쳐스콜레 제공)
이를 위해 퓨쳐스콜레는 ‘라이브클래스 로켓런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강의 제작 역량은 있지만 세일즈 경험이 부족한 초보 크리에이터를 위해 기획부터 론칭·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초기 비용 없이 매출 발생 후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1000만원 상당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 첫 매출 구조 설계를 돕는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지 않다. 지식커머스 시장 급성장에 따라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누구나 강의를 팔 수 있다는 건,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난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목 낚시’에 가까운 질 낮은 강의는 결국 시장 전체 신뢰도를 갉아먹는다.

수익 양극화 현상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상위 1%가 전체 매출을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하면 후발 주자 진입 의지가 꺾일 수 있다. 단순히 ‘왕년에 내가 말이야’ 식의 경험담 늘어놓기로는 지갑을 열 수 없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수강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팬덤을 구축하는 ‘진짜’ 전문가만이 살아남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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