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직격탄 맞은 쿠바... 사회 기능 중단 상태

정주진 2026. 2. 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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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인도주의 위기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트럼프

[정주진 기자]

 지난 16일, 쿠바 아바나 시내 한 거리에서 사람들이 쓰레기 옆을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압박과 제재가 쿠바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는 정치적인 수사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쿠바가 현재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묘사로 전혀 어색하지 않은 표현이다.

쿠바가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지난 1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서명한 행정명령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국가 위기를 선언했다. 그는 "쿠바 정부의 정책과 행위가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통상적이지 않고 비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바가 공개적으로 미국에 위협적인 세력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최첨단 군사 및 정보 시설을 배치하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쿠바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석유를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명령했다.

이 행정명령은 쿠바를 압박하는 것을 넘어 숨통을 조이는 '효과'를 냈다.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탱크선의 이동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쿠바의 석유 수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쿠바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해왔는데 그중 대부분이 베네수엘라산이었기 때문이다.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3일 미국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전까지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매일 약 3만 5000 배럴의 석유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3일 미국이 마두로를 체포한 뒤 베네수엘라 석유생산 통제권을 획득하면서 쿠바의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은 중단됐다. 그런데 미국은 1월 29일 행정명령을 통해 쿠바에 대한 다른 국가의 석유 판매 및 공급까지 차단해버린 것이다.

석유 수입이 끊긴 후 쿠바 사회는 거의 마비되어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대변인 마르타 허르타도는 성명을 통해 "쿠바의 깊어지고 있는 사회 경제 위기가 극도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성명은 "미국의 압박과 제재로 쿠바의 인도주의 위기가 우려되며 정치가 무고한 많은 사람의 삶을 고통 속에 밀어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석유 부족으로 전기 부족이 심화되고 있고 그에 따른 전력 공급 중단으로 수돗물 공급과 위생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연료 부족이 식량 배급 체계와 기본 식품 공급 교란은 물론 취약계층의 학교 급식, 임산부 시설, 노인 시설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식품, 식수, 약품, 전기, 연료 등 필수적인 서비스는 항상 보호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면서 "국가가 국제인권법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모든 국가가 (쿠바) 국민에게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방적 제재 조치를 거두어야 한다"며 "정책적 목표가 인권 침해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BBC는 석유 공급이 거의 끊기면서 쿠바는 현재 하루 18시간 정전을 겪고 있고 이로 이내 응급 병동과 투석 환자들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15일 <가디언>은 쿠바 정부가 이미 대학, 고등학교, 비필수 정부 사무실 등을 닫았고 자원 절약을 위해 대중교통도 감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주민들은 이미 과거로 회귀해 숯불로 요리를 하고 있고 목재를 이용하는 버너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연료 부족으로 쓰레기 수거 차량도 멈춰섰다. 16일 <로이터>는 쿠바 언론 보도를 인용해 수도 하바나의 경우 106대의 쓰레기 수거 차량 중 44대 만이 운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시내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다른 도시들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보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한 주민은 <로이터>에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온지 10일이 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석유 수입 중단으로 이미 경제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위기를 감지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는 쿠바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수십년 동안 '경제 기관차' 역할을 해온 관광업이 입고 있는 타격이다.

관광업에 타격을 준 가장 큰 원인은 항공사들의 쿠바 취항 중단이다. 2월 9일을 기준으로 주요 캐나다 항공사들은 쿠바 취항을 중단했다. 이는 하바나 공항이 항공유 고갈 임박을 경고한 후에 이뤄진 것이었다. 에어캐나다는 취항 중단 후 성명을 통해 이미 쿠바에 있는 약 3000명의 고객을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고 다른 항공사들도 비슷한 계획을 밝혔다. 또한 캐나다 정부는 11일 국민들에게 "항공편을 점검하고 체류를 연장하지 말라"면서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쿠바 여행을 피할 것을 경고했다.

쿠바는 캐나다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쿠바 국가통계정보국에 따르면 2025년에 75만명 이상의 캐나다인이 쿠바를 방문해 최다 방문국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보다 87.6%나 증가한 수치였다. 두 번째로 큰 방문자 집단은 해외로 이주한 쿠바인들이고 세 번째로 큰 집단은 러시아인이었다. 러시아인 방문은 2024년에 비해 71% 증가했다. 그러나 러시아 항공사들 또한 연료 부족 문제 때문에 2월 11일을 기준으로 쿠바 취항을 중단했다. 이는 관광객 급감이 현실이 됐음을 의미한다. 달하우시 대학의 존 커크 교수는 캐나다의 CBC 뉴스에 "관광업 고갈은 쿠바 경제에 큰 돌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항공사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취항 횟수를 줄였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 이후에는 연료 부족으로 더 많은 항공사가 취항을 중단했다. 2월 11일 영국 외무부 또한 쿠바에 대한 불필요한 여행 중단을 권고했다.

연료 부족으로 매년 쿠바의 하바나에서 열리는 시가 축제인 하바노 축제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14일 2월 말 5일 동안 열릴 예정이었던 축제를 따로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미국의 "경제적, 상업적, 재정적 봉쇄"로 인한 쿠바의 "복잡한 경제 상황"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바노 축제는 70개국에서 약 13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축제다. 시가 축제 취소 또한 미국의 봉쇄로 관광업과 국제 교류가 실질적인 타격을 입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고 이런 상황의 축적은 경제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관광업이 쿠바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관광객 감소는 쿠바인들의 생계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관광객 급감이 수입 부족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한 외교관은 <가디언>에 "시골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도시 사람들은 몇 주 안에 혹독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 만족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16일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면서 기자들에게 "쿠바는 실패한 국가다. 비행기에 넣을 연료도 없어서 활주로를 잠그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루비오 장관이 쿠바와 대화하고 있으며 쿠바는 반드시 거래에 응해야 한다. 왜냐면 이건 정말 인도주의 위협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쿠바 현 정부를 축출할 것이냐는 기자들에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쿠바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경제 및 인도주의 위기 조짐까지 보이면서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1962년의 미사일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상황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쿠바는 베네수엘라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한 곳이 아니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또한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무력분쟁 지역및사건 데이터프로젝트(ACLED)의 라틴아메리카 카리브 분석가인 티키아노 브레다는 <알자지라>에 "트럼프의 목표는 쿠바 정부를 붕괴시키는 것보다 굴복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에 "이민, 쿠바에 있는 미국의 적대 세력, 러시아 및 중국과의 안보 협력 등과 관련한 조건에 굴복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쿠바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16일 발언에 대해 브루노 로드리게즈 파릴라 쿠바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쿠바에 대한 미국의 증가하는 적대적 행위는 평화, 안보, 국제법 위반"이라고 응수했다. 파릴라 외무장관은 중국, 베트남, 스페인 등을 방문해 상황을 공유하고 지원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알려진 성과는 없다.

쿠바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아메리카 전체에서 패권을 장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서 나온 것으로 정당성이 없다. 쿠바가 미국에게 공격 의지를 드러낸 것도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상황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쿠바는 언제든 대규모 시위로 폭발할 수 있는 국민의 반발과 눈앞에 닥친 경제 위기를 피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급히 미국과 합의를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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