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조직의 공통점? 범인은 무능이 아니라 ‘모호함’”…오탁민 작가 인터뷰
리더십의 본질을 파고든 신간 ‘명료함: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이 출간 즉시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다. 도서출판 탁희재에서 펴낸 이 책은 출간 전부터 트레바리 재등록률 1위 클럽장인 저자의 명성으로 주목받았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창업자, ‘일의 격’ 신수정 KT 부사장 등 업계 리더들의 극찬이 이어지며 스타트업과 경영계 필독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저자 오탁민은 테크 업계에서 ‘타키(Taky)’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경영 코치이자 프로덕트 전문가다. 20대에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고, 쿠팡이 테크 자이언트로 급성장하던 시기 신사업 프로덕트 오너(PO)로 활약했다. 현재는 창업자와 실무 리더들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도록 돕는 코칭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은 오탁민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이전 경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테크 업계에서는 ‘타키’라는 이름으로, 프로덕트 코치로 더 많이 불린다. 20대에 두 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이후 쿠팡에서 PO로 일하며 수십만명 단위의 사용자를 가진 제품을 수백만명의 고객이 쓰도록 성장시키는 일을 했다. 지금은 기업이 ‘1 to 10(성장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0에서 1을 만드는 창업도 중요하지만, 1을 10으로, 10을 100으로 만드는 과정이야말로 시스템과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과거 20대 때 경영자로서 겪었던 부족함과 그로 인한 갈증 때문이다. 당시 성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늘 쫓기는 기분이었다. 이후 커리어를 쌓으며 얻은 ‘명료함’이라는 철학을 통해 그 불안을 극복했는데, 이 경험을 다른 리더들과 나누고 싶었다. 둘째, 기술적 솔루션보다 리더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인공지능(AI) 시대라 해도 조직 문제는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셋째,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코칭은 한 번에 한 명, 한 조직밖에 돕지 못하지만, 책은 시공간을 넘어 수많은 리더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롤로그에도 썼듯, 리더십의 본질은 테크닉이 아니라 복잡성을 걷어내는 명료함에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
Q. 우리는 흔히 말을 유려하게 하거나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것을 명료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아무리 논리적인 말이라도 상대방이 다르게 해석해 엉뚱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명료함이란 무엇인가.
명료함을 이해하려면 그 반대인 ‘모호함’과 ‘복잡성’을 먼저 봐야 한다. 조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복잡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리더십의 실패다. 명료함이 없는 상태란 리더의 생각, 말, 행동이 제각각인 상태다. 리더가 겉으로는 혁신을 말하면서 속으로는 안정을 원하고, 행동은 보수적으로 한다면 구성원은 혼란에 빠진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해석 비용’이다.
명료함이란 리더가 스스로 조직의 기준을 치열하게 고민해 세우고, 그 기준과 일치하는 행동을 꾸준히 보여주는 상태다. 단순히 말을 잘하거나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차원이 아니다. 리더가 ‘인간 등대’처럼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이 돼 구성원들이 그 신호를 보고 스스로 갈 길을 찾는 것이다. 조직 규모가 커져도 복잡도가 늘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며 달리는 상태, 이것이 내가 정의하는 진정한 명료함이다.

많은 리더가 팀원들을 ‘똑똑하니까 대충 말해도 알아듣겠지’라고 착각한다. 이건 리더의 직무 유기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한계가 있어서, 말로만 전달된 지시는 각자의 경험과 편견에 따라 왜곡되기 마련이다. ‘잘해보자’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빨리 하자’로, 누군가에게는 ‘꼼꼼히 하자’로 해석된다.
해결책은 두 가지다. 첫째, 구전(口傳) 문화를 없애고 글쓰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아마존이 PPT를 없애고 6페이지 글쓰기를 시키는 건 폼이 나서가 아니다. 글을 쓰려면 리더 스스로 생각을 정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표가 무엇인지’,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지’, ‘성공 측정 지표는 무엇인지’,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은 무엇인지’를 명시한 문서는 오해의 소지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둘째, ‘일(What)’만 던지지 말고 ‘문제(Why)’를 공유해야 한다. 벽돌을 나르라고 시키지 말고, 우리가 성당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맥락을 알면 실무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Q. 시중에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나 추상적인 철학을 다룬 리더십 서적이 넘쳐난다. 이 책이 기존의 이론서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그들의 문화와 한국의 현실은 토양 자체가 다르다. 맹목적으로 구글이나 넷플릭스의 제도를 따라 하다 실패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자율과 책임’이라는 멋진 말 뒤에 숨겨진 냉혹한 평가 시스템은 보지 못하고 자율만 도입했다가 방임으로 흐르는 식이다.
이 책은 한국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도 비주류지만 확고한 철학으로 존경받는 파타고니아나 베이스캠프 같은 기업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맹목적인 성장이 아니라 ‘우리다운 성장’이 무엇인지 묻는다. 당장 내일 회의에서 무엇을 할지 막막한 리더들에게는 아주 구체적인 팁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미팅 한 번에 한 마디씩’ 원칙이다. 업무 진척도만 체크하지 말고, 회의 끝에 우리 조직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딱 한 마디만 덧붙여보라. “우리는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합니다” 같은 말이다. 이 반복된 메시지가 쌓여 문화가 된다.

리더는 일종의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사용자가 앱을 쓰기 불편해하면 그건 사용자 잘못이 아니라 디자인 잘못이다. 마찬가지로 구성원이 목표를 이해하지 못하면 리더의 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백마디 말이나 복잡한 엑셀 표보다 강력한 것은 ‘감각’이다.
구체적으로 ‘고객 관찰’을 추천한다. 거창한 사용성 테스트가 아니다. 우리 제품을 고객이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직원들과 함께 지켜보는 것이다. 식당이라면 손님이 어느 자리를 피하는지, 언론사라면 독자가 기사를 꼼꼼히 읽는지 훑어보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인간은 숫자보다 타인의 반응에 훨씬 크게 반응한다. 우리 일이 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설명하지 말고 느끼게 하라. 이것이 명료한 동기부여의 핵심이다.
Q. 스타트업 경영 코치로서 수많은 CEO와 프로덕트 매니저들을 만난 걸로 안다. 현장에서 목격한 리더들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이었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떻게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나”이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 “좋은 사람이 제 발로 찾아오게 하려면 우리 조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를 먼저 물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조직에 인재가 오면 금방 실망하고 떠난다. 나비를 쫓아다니지 말고, 나비가 날아들 수 있는 꽃과 정원을 가꿔야 한다. 채용은 헤드헌터의 기술이 아니라 조직 문화의 결과값이다.
또 다른 고민은 ‘성장의 허무함’이다. 회사는 커지는데 리더 개인은 소모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는 회사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해서 생긴다.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은 아니다. 리더 스스로 ‘나는 어떤 리더로 남고 싶은가’,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를 명료하게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타는 서퍼가 될 수 있다.
Q. 조직 내에 만연한 불필요한 해석과 오해를 걷어내고 싶어 하는 리더들이 많다. 당장 내일 출근해서 팀원들과의 대화나 회의 방식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지만 강력한 행동 하나를 꼽는다면.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회의 시간에 리더가 먼저 “이 부분은 나도 잘 모르겠다”, “지난번 내 판단이 틀렸다”라고 말해보라. 리더가 완벽하려고 애쓰면 구성원들은 입을 닫고 리더의 눈치만 살피게 된다. 이른바 ‘심리적 안전감’이 사라지는 것이다.
리더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때 역설적으로 조직의 소통은 명료해진다. 눈치 게임이 사라지고 사실에 입각한 토론이 가능해진다. 리더는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정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내일 출근하면 팀원들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라.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가?” 이 질문 하나가 조직의 공기를 바꿀 것이다.
Q. 이 책을 덮은 뒤 현업으로 돌아간 독자들이 스스로나 조직에 던지게 되길 바라는 질문이 있다면.
책의 마지막 장 주제가 ‘오직 명료한 개인만이 명료한 리더가 된다’이다. 리더십 책이지만, 김봉진 창업자의 추천사처럼 삶을 선명하게 만들고 싶은 모든 개인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는 소음이 너무 많다. 남들이 정해준 성공 방정식을 따르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을 잃게 된다.
이 책을 덮은 뒤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 “나에게 성장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가치를 지킬 때 행복한가?”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내면의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것이 명료함의 시작이다. 이 책이 독자분들의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자기다운 성장의 길을 찾는 데 작은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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