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 눈길 끄나…농우바이오·팜한농 대기업 ‘열일’ [스페셜리포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6. 2. 1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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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 눈길 끄나

농우바이오·팜한농…대기업 ‘열일’

‘K종자’ 맏형은 단연 NH농우바이오다. 국내 채소 종자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주요 종자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매각될 때도 독자적인 경영권을 지켜내며 종자 주권을 수호했다. 현재 미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다. 전 세계 70여개국에 종자를 수출, ‘비전 2030’을 통해 글로벌 10대 종자 기업 진입을 목표로 뛴다.

최근 농우바이오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기후 위기 극복’이다.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농가에서는 ‘병에 강하고 극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는(내병성·내재해성)’ 종자를 원한다. 대표 성과가 고추 품종인 ‘제왕청고’와 ‘청정지대’다. 이들 품종은 고추 재배 농가 최대 골칫거리인 청고병(풋마름병)에 강력한 내병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 탄저병, 칼라병, 역병 등 다양한 병해에 복합적인 저항성을 지녔다. 초세가 강하고 열과(갈라짐)·칼슘 결핍 현상이 적어 기후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도 높은 생존력과 상품성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름철 고온기 재배에 특화된 ‘TS판타지 대추방울토마토’ 역시 농우바이오 기술력을 입증한 사례다. 폭염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생육과 착과가 안정적이고 주요 병해에 대한 복합 내병성까지 갖춰 여름 작기 토마토 재배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런 성과 배경에는 첨단 ‘디지털 육종(Digital Breeding)’ 기술이 있다. 농우바이오는 다수 우량 계통과 유전자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전체 선발(Genomic Selection)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기존 육종 방식이 육성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교배 조합을 설계했다면 디지털 육종은 방대한 유전체·표현형 데이터를 분석해 교배 결과를 사전에 예측한다. 이를 통해 병 저항성뿐 아니라 수량성, 재배 안정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을 수립한다.

팜한농 역시 눈길을 끈다.

지난해 전국 고추 주산지 농민 사이에서 “고추가 아닌 금덩어리”라는 호평을 이끌어낸 ‘티탄대박’이 팜한농 품종이다. 농사를 망치는 주범인 칼라병(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과 탄저병을 동시에 막아내는 ‘복합 내병성’ 덕분에 약값은 줄고 수확량은 늘어나니 농민들이 찾을 수밖에 없었다.

현장 열기는 지난해 팜한농 실적표에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팜한농 종자(기타 부문) 내수 매출은 3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재작년 1년 치 내수 판매액(369억원)의 90%를 3분기 만에 달성한 수치다.

특히 LG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육종 현장에 본격 투입한 지난해는 ‘데이터 육종’ 원년이었다. AI가 수천수만개 유전자 조합을 시뮬레이션해 통상 10년이 걸리던 신품종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 육종을 ‘데이터 과학’으로 바꾸고 있다.

아시아종묘 역시 이 분야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윈스톰’ 양배추는 거센 비바람과 태풍에도 끄떡없고 여름철 고온과 병충해를 이겨내는 독종 같은 생명력을 앞세웠다. 이 종자 하나로 거둔 매출액만 48억원에 달한다. 덕분에 아시아종묘는 지난해 기준 매출 278억원, 영업이익 약 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시아종묘 특장점은 ‘종자 백화점’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보유한 작물 수만 243개, 품종은 1444개에 달한다. 대기업이 장악한 레드오션 대신 허브, 어린잎채소, 새싹채소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독자적인 생존 공식을 만들었다.

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핵심 무기는 ‘웅성불임성’ 기술이다. 암수딴그루를 만들어 불량 종자가 섞이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순도 100% 교배종을 만들어내는 고난도 기술이다. 이를 통해 만든 양배추와 브로콜리 종자는 품질이 균일하고 병에 강해 까다로운 ‘농심’을 사로잡았다.

아시아종묘 전체 매출 약 30%인 85억원이 해외에서 나온다. 특히 양배추 종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릴 정도로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현재 전 세계 53개국 260개사에 종자를 수출하며 ‘종자 한류’를 이끈다.

가나종묘는 독자 개발한 애플토마토와 기능성 토마토 루비벨을 앞세워 글로벌 종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가나종묘는 1999년 창업 초기부터 남들과 같은 빨간 토마토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 10년 넘게 육종에 매진했다. 그 결실인 애플토마토는 파프리카를 닮은 모양과 아삭한 식감으로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최근엔 기능성 토마토 루비벨이 성장을 이끈다. 피부 미백에 효과적인 파이토엔과 파이토플루엔 성분이 풍부해 일본 의료법인과 업무협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딸기 종자 시장에서 농업회사법인 헤테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설립 초기 15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현재 50억원을 돌파하며 연평균 250% 성장했다. 21세부터 육종 연구에 뛰어들어 17년간 외길을 걸어온 최이영 헤테로 대표 기술력이 빚어낸 성과다. 통상 품종 개발에 6~12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첫 출하 이후 단기간에 이룬 쾌거라 평가받는다.

현재 주력 제품 ‘홍희’와 ‘골드베리’는 미국·중동 등지에서 호평받으며 연간 20만달러 로열티를 거둔다. 딸기 단일 품목으로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헤테로는 손실률을 줄이고 주당 1.2㎏(딸기 모종 한 포기에서 한 작기 동안 수확할 수 있는 총량) 수확이 가능한 스마트팜·인도어팜 전용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내년에는 초고당도 신품종 ‘황금실’을 시장에 선보여 글로벌 종자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시드피아 역시 주목받는다. 진상벼, 골든퀸 2호·3호, 천혜진선향, 오복진선향, 로열퀸, 프로자스민 등을 주력 종자로 보유한 회사다. 글로벌 소비자 기호와 선호도가 높은 새로운 유전자형 향미 소재를 발굴했다.

2024년 제20회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시드피아의 골든퀸3호. (시드피아 제공)
까다로운 국내 규제, 규모화 발목

민·관 협력해 수출 인프라 구축해야

우리나라 종자 산업이 직면한 과제로 전문가들은 네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글로벌 수준에 맞는 규제 표준화다. 특히 새로운 육종을 개발할 수 있도록 LMO(유전자변형생물체)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전 세계 주요국은 GEO(유전자편집생물체)를 GMO(유전자변형농산물)와 구분해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GMO가 다른 생물 유전자를 넣은 기술이라면 GEO는 원래 있던 유전자를 정교하게 고친 기술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크리스퍼) 기반 GEO를 전통 육종과 동등하게 취급해 상업화를 촉진했다. 일본은 유전자 교정 토마토 시판을 허용했다. 호주는 외래 유전자 도입이 없는 유전자 교정 작물을 GMO와 구분해 관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LMO법상 GEO를 GMO와 동일한 규제로 묶는다. 이로 인해 생산·재배·판매가 사실상 제한되고 인증이 복잡해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조준성 툴젠 법무대외협력실 변호사는 “GEO와 GMO를 동일한 규제 틀에서 다루는 기존 법체계와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이해 부족이 맞물려 LMO법 개정이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LMO법 개정 시 국내 GEO 산업의 본격적인 상용화와 국제 통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 체계를 국제 기준에 맞게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과제는 규모를 키우는 일이다. 종자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육종 연구 인력, 온실, 분석 장비, 종자 저장·가공 처리 시설, 품질검정·종자 검사 체계가 필수다. 그러나 국내 종자 산업 규모는 전 세계 1% 수준에 불과하다. 종자 기업 대부분이 영세하다. 2024년 기준 2561개 업체 중 종자 판매액 연간 5억원 미만인 소규모 업체가 92%를 차지한다. 이 같은 구조에서 R&D(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과감히 해외 기업을 M&A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산업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 기업 간 M&A는 효과가 크지 않다. 해외로 시야를 넓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내부 역량을 차근차근 키우는 유기적 성장 방식만으로는 이미 공고해진 글로벌 과점 체제를 돌파하기 어렵다”며 “해외 유망 농업 자산과 종자 기업에 대한 과감한 M&A로 단숨에 글로벌 유통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과제는 마케팅과 유통 역량 확보다. 종자 글로벌화를 위해 현지 기후와 토양, 재배 관행에 맞는 매뉴얼을 갖추고 교육과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화는 단순히 육종만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하나의 ‘플랫폼’을 수출한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임용표 건양대 AI융합스마트농업연구소장은 “아무리 훌륭한 종자를 개발해도 재배를 제대로 못하면 소용없다”며 “종자를 해외에 유통해서 현지에서 제대로 재배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산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과제는 민·관 역할 분담과 협력 강화다. 현재는 민(民)과 관(官)이 경쟁하는 구도다. 종자 기업은 물론 농촌진흥청과 국립종자원도 종자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공통된 의견이다.

조유현 대표는 “민간이 100억원 넘게 투자해 시장을 개척하면 일부 지자체나 농업기술원이 복제품을 만들어 저가로 보급해 시장을 교란한다”며 “이는 공무원 윤리의식 부재이자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품종 개발 경쟁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민간이 하기 힘든 종자 정선 시설 확충이나 보증 종자 공급 시스템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며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인프라를 지원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국에서도 100년 이상 가는 명품 종자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7호·설합본호(2026.02.11~0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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