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시대, 어떤 주식을 살지 고민인 분들에게
코스피 5천 시대라고 합니다. 설 연휴, 밥상머리에서 재테크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주식부터 경제상식까지, 기사로 '돈 이야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말>
[문아영 기자]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이 세계를 집어삼키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온라인에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말을 마주하고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다 이내 뒷맛이 씁쓸해졌다.
최근 주식시장 관련 뉴스가 연일 뜨겁다. 코스피 5000 돌파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JP 모건 등 국내외 증권사들이 코스피 7500을 전망하는 2026년 한국 사회 아니던가. 주식을 산다는 행위는 기업 일부를 소유하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주주가 된다는 것은 배당받을 권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권리, 그리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2026년 한국 사회에서 주식은 '시세 차익'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주주의 권한보다는 한탕 잘 해내기 위한 베팅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주주로의 권리는 관심 밖에 놓여 있는 모양새다.
길지만 짧은 설 연휴가 시작됐다. 설 연휴에 그냥 늘어져서 쉬겠다는 계획을 세우거나 이것저것 밀렸던 것들을 해보겠다는 야심 찬 마음을 먹을지도 모른다. 그 계획을 다 실현하기도 전에 연휴는 쉬이 끝나버리겠지만, 모처럼의 연휴, 바빠서 미뤄두었던 질문들을 한 번 들춰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돈 없이 살 수 없는 세계에서 그래도 조금 덜 더러운 돈으로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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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07.53포인트(3.86%) 내린 5,163.57로 장을 마감했다. |
| ⓒ 연합뉴스 |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2025년 9월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팔란티어 주식은 약 8조 원에 이른다. 테슬라, 엔비디아 다음이다. 이 기업은 이미 종목이 아니라 팬덤이라고 보아야 하는 경지에 다다랐다. 그런데 팔란티어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알기에 팬덤 급의 인기에 복잡한 마음이 든다.
팔란티어 테크톨로지스는 빅데이터를 통합·분석해 기업과 정부 기관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미국의 AI 및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팔란티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미 국방부와 CIA, FBI의 핵심 데이터 분석 인프라이며,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추적·검거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언론을 통해 팔란티어의 시스템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작전에서 표적 선정과 감시 체계에 활용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 기업의 주식은 '유망 종목'으로만 소개되며 소비된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긴장을 배경으로 방산주 열풍이 분 시기도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방산주는 급등세를 보였고, 2023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대만해협 무력시위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방산주를 적극 매수했다. 그뿐인가.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4년 2월 기준 대량살상무기 분야 기업에 약 5937억 원을 투자했다.
이렇듯 촘촘히 얽힌 구조 속에서 완벽히 깨끗한 자본의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각자 자신의 투자 기준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개개인이 늘어날 수 있다면, 시장의 주주권한을 통한 견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이 얽혀 있는 세계에서 한 사람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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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검은 돈> 스틸 컷. |
| ⓒ 넷플릭스 |
넷플릭스의 몇 가지 다큐멘터리는 이런 고민을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검은 돈(Dirty Money)>과 <부패의 맛(Rotten)>, <언노운:킬러로봇(Unknown:Killer Robot)>이 대표적이다.
<검은 돈>은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HSBC 자금세탁, 약값 폭리 등 기업과 개인의 대규모 금융 부정행위와 탐욕의 실체를 파헤친다. 폴크스바겐이 왜 디젤 엔진에 집중하고 무슨 이유로 2015년 훨씬 전부터 배출가스를 조작해 왔고 왜 했는지, 어떤 부정한 방법들이 동원됐는지 차분하지만 세밀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이 탐사 다큐멘터리는 화려해 보이는 기업의 이면을 보여준다.
<부패의 맛>은 인간이 먹고 마시는 먹거리 뒤에 숨은 부패와 추악한 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땅콩, 마늘, 우유, 생선, 아보카도 등 일상에서 매일 먹는 식품 산업 이면에 숨겨진 사기, 부패, 범죄, 환경 파괴의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언노운: 킬러로봇>은 '기계가 인간의 생사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군사영역에서의 인공지능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다룬다. 전장에서 인간 대신 인공지능이 생사여탈권을 행사하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담고 있다.
국제 '전쟁산업'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섀도 월드(Shadow World)>도 추천한다. 이 작품은 정부 간 무기 거래와 불법 무기 거래의 연결고리를 폭로하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치인 출신의 저술가 앤드루 파인스타인(Andrew Feinstein)이 추적해 온 국제 무기 거래의 실상을 담아냈다.
조금 더 착하게 투자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개인적으로 윤리적 투자의 기준을 세워 봤다. 첫째, 무기·담배·화석연료 등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을 활용할 것. 둘째, 환경(E)·사회(S)·지배구조(G)를 재무 분석에 함께 고려하는 ESG 를 참고하고,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나 교육 등 사회적 가치를 직접 만들어내는 분야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투자 방침으로 돈을 벌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모건 스탠리가 2004~2018년 동안 총 1만 723개 ETF·뮤추얼펀드를 분석한 결과(Morgan Stanley 'Sustainable Reality' - Analyzing Risk and Returns of Sustainable Funds), 지속가능투자(ESG·SRI) 펀드와 전통 펀드의 장기 총수익률에는 일관되거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ESG 펀드의 하방 위험(downside deviation)이 평균 약 20% 낮아 시장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 더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도이치뱅크 등 주요 금융기관의 연구 역시 윤리적·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전통 전략에 비해 구조적인 수익률 페널티를 보이지 않으며, 일부 경우 리스크 조정 성과가 동등하거나 우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착한 투자는 곧 손해"라는 통념을 반박할 수 있는 결과다.
물론, 이를 근거로 "착한 투자가 초과수익을 보장한다"고 일반화하는 것 역시 과도한 해석이다. 현재 연구 흐름을 가장 정확히 요약하면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손해는 없다" 정도가 적절하다. 미국의 경우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Weapon Free Funds(weaponfreefunds.org)와 같은 플랫폼이 미국 내 수천 개 뮤추얼펀드와 ETF를 대상으로 군사 무기 및 방산 기업(핵무기, 집속탄, 대인지뢰 등 논란·금지 무기 관련 기업 포함)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추적해 다섯 단계 등급으로 보여주며, 자신의 펀드가 무기 산업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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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splash Image |
| ⓒ austindistel on Unsplash |
최근 내가 일하는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 사무실에 반가운 연락이 도착했다. 회원 한 분이 주식으로 수익이 났다며 100만 원을 후원해 주신 것이다. 거금을 피스모모와 선뜻 나누어 주시다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영리 활동의 지속을 위해서는 그 활동을 지지해주는 후원자의 존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후원은 자본의 형태를 띠지만 자본 그 이상의 의미다.
부동산 망국론은 있지만 방산주 망국론은 없는 2026년 대한민국에서 지금과 다른 현실을 만들고자 하는 당신 한 사람의 선택은 결코 작지 않다. 당신의 세계를 바꿈으로써 이 촘촘한 연결망에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평화교육 단체 '피스모모'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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