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될지라도, 더 도전적으로…" 유병훈 감독이 밝힌 올해 안양 키워드 '물어뜯는 좀비'

[풋볼리스트=남해] 김진혁 기자= 유병훈 감독은 그동안 자신의 축구에 대한 핵심 키워드를 시즌 전 제시해 왔다. 첫 부임인 2024시즌 꽃봉오리 축구, 첫 K리그1 도전인 2025시즌 좀비 축구. FC안양에서의 3번째 시즌을 앞둔 유 감독은 올해 핵심 키워드로 '물어뜯는 좀비'를 짚었다.
유 감독과 함께 안양은 창단이래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24시즌 유 감독은 안양 지휘봉을 잡으며 생애 첫 사령탑 자리에 올랐고 그해 안양을 K리그2 우승을 달성, 창단 11년 만에 팀을 1부로 이끌었다. 첫 K리그1 무대에 오른 유 감독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 좀비같은 축구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1부 데뷔 시즌을 치렀다. 울산HD와 개막전 승리, 창단 첫 FC서울전 승리 등 이따금 강팀을 격파하며 나아간 안양은 근소한 격차로 파이널A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36라운드에서 잔류를 확정하며 K리그1의 자격을 첫해부터 확실히 증명했다.
어느덧 안양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차가 된 유 감독은 6위권 진입, 강팀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향성 확립 등을 목표로 2026시즌을 구상 중이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겪은 K리그1 경험과 현 선수단 전력을 융화한 새로운 안양 축구를 구축하기 위해 올겨울도 배움과 고뇌를 놓지 않고 있다.
"K리그2 승격, K리그1 잔류를 달성하기 위해 신경 썼던 전술에서 조금은 탈피하고자 한다. 새로운 콘셉트로 더 도전할 수 있는 방향성을 만들고 있다. 작년에 경험했던 것과 제가 직접 판단한 부분에서 내린 결정이다. 올해 다이렉트 강등이 1팀밖에 없지만, 통계로 보면 초반에 안 좋은 팀이 강등되는 게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초반에 승점을 얻기 위해선 기다리는 것보다 더 도전적으로 맞서보려고 생각 중이다"라며 변화를 각오했다.

유 감독이 예고한 올해 안양 축구의 키워드는 '물어뜯는 좀비'다. K리그2에서 맺은 꽃봉오리가 화려한 꽃잎을 피웠고, 꽃잎을 떨어뜨린 안양은 쉽게 죽지 않는 좀비 정신으로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3번째 도전을 앞둔 유 감독의 안양은 이제는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맹렬하게 덤비고 맞서는 전투적인 좀비로 변하고자 한다.
"저도 그걸 고민을 많이 했다(웃음). 얘기 해놓고 지키려고 많이 노력하긴 했었다. 첫해 '꽃봉오리 축구'는 빠른 공수 전환으로 상대를 흔들겠다고 한 거다. 작년 '좀비 축구'는 1부 경쟁이 어렵고 쓰러지더라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자는 의미였다. 작년에는 버티는 좀비였다면 올해는 더 물어뜯는 좀비로, 도전하는 좀비로 변화를 줘볼 생각이다. 작년 같은 경우는 상대 상황을 먼저 기다리고 시작했다면 올해는 설령 실패가 될지라도 더 도전적으로 맞서려고 한다."
올 시즌 안양의 변화는 '어떻게 6강 진입을 할 수 있을까'에서부터 시작됐다. 파이널A 진입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운 유 감독은 새 시즌 필수불가결한 변화의 이유를 크게 2가지에서 찾았다. 첫 번째 이유는 지난 시즌 약점의 보완이다. 본래 강하고 끈끈한 수비로 정평 났던 안양은 지난 시즌 K리그1 특유의 빠른 경기 템포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초반 상대의 공세에 쉽게 골문이 열리기도 했고, 원정 분위기에 짓눌려 불필요한 실점 상황을 맞기도 했다.
관련해 유 감독은 "파이널 라운드가 갈릴 때 6위와 불과 승점 2점 차였다. 외부적으로 드러난 우리의 약점을 줄여야 한다. 작년에 전반 15분과 후반 15분 내 실점률이 거의 40% 몰려 있었다. 이 부분에서 압박할 건지 아니면 더 집중력을 가지고 지킬 건지 무언가 명확한 콘셉트를 가져야 한다. 또 하나는 원정 승률이다. 작년 원정 19경기 중 10패로 승률이 낮았다. 3~4경기는 무승부로 가져오는 등 승점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첫 번째 이유를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는 선수단 변화다. 지난 시즌 14골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책임진 모따가 전북현대 임대를 떠났다. 4골 6도움으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 야고 역시 해외로 이적했다. K리그 최고의 타겟맨 모따가 빠졌기에 굵직한 축구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유 감독은 올겨울 전술 콘셉트를 바꿔 새로운 유형의 외국인 선수들을 들였다. 또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게'를 초점으로 확실한 무기를 지닌 최건주, 이진용, 홍재석 등 국내 즉시전력감도 알뜰하게 수급했다.
"모따가 작년 후반기부터 나간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대비하는 과정에서 방향성을 바꿔보자고 마음먹었다. 엘쿠라노는 모따 보다 득점력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따 보다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이 더 원활하다. 올해 우리가 하려고 하는 축구와 더 부합한다. 새로운 외국인 윙어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팀에는 온더볼이 좋은 선수가 많았다. 그래서 공을 가지고 돌아가는 유형보단 직선적인 유형이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기존 선수와 영입생 간 호흡 그리고 전술 완성도를 높이는 게 남은 시간 숙제다"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물어뜯는 좀비 축구'를 구상하면서 유럽 몇몇 구단들의 전술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최근 축구 트렌드에서 리그 중하위권 팀이 강팀을 상대로 내려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거 상대적 약팀들이 4-4-2 낮은 수비 블록을 두고 선수비 후역습으로 강팀을 상대하는 사례가 잦았다. 그러나 최근 유럽 리그를 중심으로 '맞불 작전'을 놔 국지적인 혼란을 의도적으로 야기하는 축구가 많아지고 있다. 의도된 혼란으로 상대가 잘하는 걸 방해하고 흐트러진 상황에서 치명적인 한방을 넣는 패턴이 큰 요지다. 유 감독의 안양도 해외 구단 사례를 참고해 '안정성'보단 '과감성'에 집중하는 접근을 구상 중이다.
"우리는 어쨌든 중위권을 바라보는 팀이다. 하지만 강팀을 상대할 때 안정성만 추구한다기보단 구조상으로 만들어 놓고 타이트하게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을 참고삼아 팀에 접목하고 있다"라며 "1차 태국에선 디테일화 작업을 했고 2차 남해에선 자체 경기나 연습 경기를 통해 반복 숙달하는 게 훈련 목표다. 작년에는 어떻게 보면 비슷한 전술을 쓰니까 세밀하고 완벽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면 올해는 새로운 걸 시도하다 보니 영상 자료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공격도 수비도 그냥 머무는 게 아닌 전진하면서 나가게끔 해야하기 때문에 선수단에게 영상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과감한 변화를 다짐한 만큼 단기간에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 감독은 설령 멀리 돌아가더라도 궁극적인 성장을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훈련을 위해 떨어지는 선수를 배제하거나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제 스타일은 1, 2차 훈련에서 최대한 모든 선수를 이해시키고 함께 데려가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더 더디게 갈 수도 있지만 안양이 더 강한 팀이 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안양이 K리그 경쟁팀들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공포의 좀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심을 확신과 증명으로 바꿔 온 유 감독이 있기에 올 시즌 안양의 축구는 어느 때보다 기대될 수밖에 없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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