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비웃는 자가용 승용차… 등록 대수 26년 새 172%↑
인구는 2020년 정점 지나 감소세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 분화 영향

이달 퇴직을 앞둔 A씨(60)는 최근 신형 SUV 차량을 새로 계약했다. 당초 퇴직과 함께 아내가 쓰던 노후 차량을 처분하려 했지만, 오히려 ‘1인 1차’를 유지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A씨는 “아직은 아내나 저나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모임에 참석할 일이 많다”며 “최소 3~4년은 더 유지할 생각”이고 말했다.
인구는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도로 위 자가용 승용차 숫자는 26년째 쉼 없이 늘어 173%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인구가 11%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가파른 속도다.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 분화 등 요인이 차량 숫자를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가용 승용차 등록 대수는 2063만2170대로 1년 전(2042만5766대)보다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7월 1일 기준)는 1년 전(5175만1065명)보다 0.13% 감소한 5168만4564명이었다. 국민 2.5명당 1대의 자가용 승용차를 보유한 셈이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99년과 비교해 보면 자가용 승용차 등록 대수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1999년 인구는 4661만6677명으로 25년 새 10.9% 늘었는데, 이 기간 자가용 승용차 등록 대수는 756만6777대에서 172.7% 늘었다. 인구는 2020년(5183만6239명)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외국인 인구 제외), 자가용 승용차 등록 대수는 1999년부터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
소득 증가와 함께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 분화가 ‘1인 1차 시대’를 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인 가구 급증이 자동차를 ‘공유 자산’에서 ‘개인 필수품’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가구 수와 비중 모두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다다. 여기에 A씨처럼 취미나 경제활동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진 ‘액티브 시니어’의 차량 보유 의지가 꺾이지 않는 점도 수요를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동차 시장도 ‘성장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2~3%대를 유지하던 전년 대비 자가용 승용차 등록 대수 증가율은 2024년부터 1%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에는 특히 서울은 지난해 등록 대수가 265만6261대로 1년 전(265만6854대)보다 593대 줄어들며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규 수요의 둔화도 나타난다. 지난해(1~12월) 신조차 등록 대수는 117만6365대로 1년 전(115만6818대)보다는 늘었지만, 133만대까지 올랐던 2020년(133만6112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세 속 차량 등록 확대의 한계, 주차난, 친환경 차 소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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