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절망의 병 아냐… 직장 생활·결혼·출산도 가능해졌다”
'조현병 명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세현 교수

-국내 조현병 유병률에 변화가 있나.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0.8~1.1%로 국가 간 차이는 크지 않다. 국내 환자는 약 40만~50만 명으로 추정되며, 2021년 건강보험공단 기준 진단 환자는 약 30만 명이다. 미진단 환자를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환자 수가 2010년 약 20만 명에서 10여 년 만에 30만 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매년 신규 진단은 약 2만 명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수명 연장에 따른 누적 효과로 전체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 현재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으로, 더 이상 ‘젊은 층의 병’으로만 볼 수 없다."
-진단과 치료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나.
"약물 선택지가 확대되고 치료 전략도 발전했다. 현재는 2000년대 이후 개발된 2세대 항정신병 약물이 주로 사용되며, 과거보다 부작용이 상당히 개선됐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도입돼 한 번 투여로 1~6개월간 효과가 유지된다. 치료제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환자 상태에 맞춘 치료가 가능해졌다.
치료는 약물을 기본으로 심리·재활적 개입을 병행한다. 외래에서는 일상 기능과 복학·취업·가족 관계 등을 점검하고, 왜곡된 사고나 환청에는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한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경우에는 환청과 ‘거리를 두는 법’을 익혀 증상과 별개로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의욕 저하·우울에는 행동 활성화 프로그램을, 체중 증가나 대사 이상에는 운동을 병행한다."
-병원에 가봐야 하는 초기 신호가 있다면.
"환청과 망상이 대표 증상이지만, 초기에는 훨씬 미묘한 변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각과 해석의 왜곡’이다. 주변 자극에 과민해지고, 무관한 일을 자신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관계 사고’가 나타난다. 친구들의 대화, 타인의 시선, 일상적 상황도 자신을 향한 부정적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단순 예민함과 달리, 학교·직장 생활이 어려워지고 외출을 꺼리는 등 대인 회피가 반복된다면 전문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 병을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치료로 어떻게 이어지나.
"자발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설명하기 힘든 불편감과 고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내가 아픈 것이구나”라고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며 안정을 얻기도 한다. 다만 현실 검증력이 떨어지고 환청·망상이 심해지면 치료 필요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때는 의료진과 가족이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안전 문제가 우려될 때는 비자의 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는 처벌이나 격리가 아니라, 보호와 치료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입원 절차가 강화됐는데, 영향이 있나.
"법 개정은 부당한 장기 입원과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전문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2인 동의, 외부 전문의 추가 심사 등 절차가 한층 엄격해졌다. 인권 보호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제때 입원시키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보호의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입원이 지연되거나, 증상이 심각해도 즉각적인 조치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 부담이 가족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인권 보호의 원칙을 지키되, 치료 필요성이 명확한 상황에서는 전문가 판단을 보다 신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약물 거부의 이유는 졸림·무거움 등 부작용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병식’이다. 악화될수록 스스로 병을 인정하지 못해 “나는 아프지 않다”며 치료를 거부한다. 약을 끊는 경우는 증상이 좋아졌다고 판단해 중단하는 경우와, 악화됐지만 병식이 없어 거부하는 경우로 나뉜다. 병식 소실 자체가 질환의 한 증상이다."
-진료에서 환자의 사회적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있는가.
"단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처음에는 위중해 보였지만 크게 호전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가벼워 보였으나 장기화되는 사례도 있다. 급성 발병, 여성, 조기 치료 등이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률적 경향일 뿐이다. 모든 환자에게 회복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개별 경과는 예측할 수 없어 “누가 더 좋다, 나쁘다”라고 속단하지 않는다. 일정 기간 꾸준히 치료한 뒤 경과를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이다."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면.
"병식이 없는 환자에 대한 입원 제도 개선과 국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급성기 병상을 충분히 확보해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며, 방치되거나 교정시설로 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고령 조현병 환자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도 시급하다. 50세 이상 환자가 늘고 있지만, 치매 환자처럼 이용할 수 있는 주간보호시설이나 돌봄 체계는 부족하다. 장기 입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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