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예측’ 루비니 교수 경고 “암호화폐 종말 온다”

김철오 2026. 2. 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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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
“트럼프 정책, 암호화폐 몰락 촉발”
지니어스법 ‘美 자유은행 시대’ 비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19년 4월 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동전으로 묘사한 이미지. 뉴시스, 로이터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가 ‘암호화폐 종말’을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국제 오피니언 플랫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다가오는 암호화폐 종말’(The Coming Crypto Apocalypse)이라는 제목으로 쓴 기고에서 “화폐의 미래는 점진적으로 진화하겠지만 암호화폐 사기꾼들이 주장하는 혁명으로는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최근 가격 급락은 이 가짜 자산의 극심한 변동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대로 암호화폐 규제 대부분을 폐지했고 지니어스(GENIUS)법에 서명했다”며 “하지만 지난 1년간 지정학적 위기에서 금값이 60%나 오를 때 비트코인 가치는 연간 6%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헤지(위험 회피)가 아닌 위험을 증폭시킨 수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은 특정 업체가 암호화폐를 발행할 때 그 물량에 상응하는 현금과 국채 등 다른 자산을 일대일 비율로 예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담보 요건을 강화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만, 결국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에 편입시킨 조치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2024년 7월 27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2024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지니어스법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암호화폐 정책이 되레 암호화폐 시장의 몰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니어스법을 1800년대 미국 민간은행들이 마음대로 화폐를 발행했다가 연쇄 부도를 맞은 ‘자유은행 시대’에 비유하며 “당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과 암호화폐 업계의 부패한 로비가 미국의 금융과 경제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니어스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최종 대부자 접근권이나 예금 보험 혜택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의) 잘못된 투자나 자산 취약성이 공황을 일으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월가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른바 ‘리먼 쇼크’를 사전에 예측한 경제학자다.

루비니 교수는 2006년 9월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연설에서 주택시장의 거품과 이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 증권(MBS)의 부실 증가, 다른 금융상품의 연쇄 손실, 대형 금융기관 파산,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는 현실이 됐고, 이후 루비니 교수에게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급락 이튿날인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과 스마트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암호화폐 시장에선 이미 투자 과열로 인한 부작용이 금융가로 전이될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 2000여곳을 고객사로 둔 미국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필스는 비트코인 가치 급락의 여파로 이달 첫 주부터 고객의 예치 및 출금을 중단시켰다. 블록필스는 미국 투자사 서스퀘하나그룹과 시카고 기반의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그룹의 투자를 받은 업체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611억 달러(약 88조원)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블록필스의 고객 예치·출금 중단 조치에 대해 “2022년 ‘암호화폐 겨울’ 당시에도 셀시우스와 블록파이, 볼드, 제네시스, 보이저 등 암호화폐 관련 업체가 출금을 중단시켰다”며 “당시 암호화폐 시장 자산의 70%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타고 하락세를 다소 만회했다. 지난 13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4%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반등해 7만 달러 선을 한때 회복했다. 한국시간으로 15일 오후 9시20분 기준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1주일 전보다 0.95% 하락한 7만0117달러(약 1억130만원)를 가리켰다.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1억324만원에 거래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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