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이클 공식 달라졌다…‘급등→붕괴’ 아닌 ‘고점 체류’?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6. 2.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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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 둔화 → 고점 장기 체류
CAPEX 확 늘린다는 빅테크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
(연합뉴스)
2000년대 이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크게 3번 찾아왔다. ① 노트북 수요 증가에 힘입은 2000년대 초중반 ② 모바일 기기 확산이 본격화한 2010년대 초반 ③ 스마트폰 교체 수요와 가상자산 채굴에 힘입은 2010년대 중후반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슈퍼사이클이 과거와 분명한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급등 이후 급락하는 전형적인 사이클이 아니라, 고점에서 오래 버티는 ‘체류형 사이클’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이클은 상승 → 둔화 → 고점 장기 체류(plateau)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점 장기 체류를 점치는 이유를 두고 이수림 애널리스트는 “D램 수요의 중심이 ‘서버 교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며 “과거 사이클은 대부분 스마트폰과 PC 사이클 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과거 반도체 사이클은 ‘소비재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빅테크의 AI 인프라 확대를 위한 경쟁이 핵심 요인이다.

소비재 중심의 사이클은 변동성이 크다. 일례로 2010년대 초반 슈퍼사이클을 살펴보자. 소비자들의 피처폰 → 스마트폰 교체 수요 확대를 확인한 세트 제조사는 공급 물량 경쟁을 펼쳤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에 나섰다.

문제는 업종 특성상 리드 타임(주문일과 인도일 간 간극)이 길다는 점이다. 각종 장비를 받는 데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 보고 설비투자를 늘렸지만 수요 예측은 빗나갔다. 증설로 늘어난 물량은 곧 악성 재고로 이어졌다. 재고를 털어내려는 ‘치킨 게임’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슈퍼사이클은 공급 시차 → 공급 과잉 → 치킨 게임 → 반도체 가격 급락·감산 악순환 구조로 막을 내렸다.

반면 지금의 슈퍼사이클은 이전과 다르다. 이수림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서버 수요는 성능·전력·총소유비용(TCO) 경쟁 기반 수요”라며 “메모리 가격이 올라도 성능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격 저항이 약하다. 메모리를 사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그래서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빅테크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확대됐다는 점도 이 같은 논리에 힘을 실어준다. 메타와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은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구글의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1800억달러다. 블룸버그 컨센서스(117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아마존과 메타도 각각 2000억달러, 1250억달러를 제시했다. 당초 컨센서스는 각각 1460억달러, 1110억달러였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미국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의 설비투자가 컨센서스보다 20% 이상 높게 제시돼야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해왔다”면서 “이들의 설비투자 상향 조정은 반도체 업황의 단기 센티멘털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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