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올림픽 시작한 거 알았어요?" 고등학생 아들의 질문이 뼈아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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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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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 든 차준환과 박지우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 대한민국 기수인 피겨 차준환과 스피드스케이팅 박지우가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한다고는 들었는데... 벌써 시작했어?"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지 며칠 뒤, 고등학생 아들과 나눈 대화입니다. 예년 같으면 포털 메인 화면에 개막식 장면이 걸리고, 회사에서도 경기 이야기가 오갔을 텐데 이번에는 조용했습니다. D-day를 알리는 카운트다운도, 응원 광고도, 거리의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올림픽은 우리 일상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보이지 않는 축제'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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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 소식이 JTBC 자막으로 처리된 장면 |
| ⓒ JTBC |
이번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지상파 3사가 아닌 방송사가 단독으로 중계를 맡은 첫 사례로, 60여 년간 이어져 온 중계 구조의 변화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JTBC 뉴스 역시 "지상파 3사가 아닌 방송사가 올림픽을 단독 중계하는 것은 6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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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가온, 한국 설상 첫 금메달!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기뻐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나중에 유튜브 다시 보기를 통해 찾아봤지만, 결과를 다 알고 나서 보는 영상에서는 감동의 절반이 증발해 버립니다. 스포츠가 주는 최고의 미덕인 예측 불가능성의 짜릿한 묘미는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온 국민이 선택권 없이 한 채널에서 보여주는 경기만 수동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 국민이 함께 내지르는 함성 없는 조용한 금메달, 허전하고 씁쓸했습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떠올랐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점심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경기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모여 있던 근처 회사 로비로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이미 거리를 오가던 수많은 시민이 숨을 죽이고 대형 TV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모두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감상했습니다. 점프 하나하나에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왔고, 경기가 끝나고 점수가 발표되던 순간, 로비는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날 처음 만난 사람 모두가 마치 자신이 금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그 뭉클하고 감동적인 기분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우리가 20년도 훨씬 지난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공유하는 것처럼, 올림픽도 선수들이 경쟁하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문화적 기억의 축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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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개회식, 참가국기 입장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가국 국기가 입장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탈리아와 한국의 시차가 8시간인 것도 작용했겠지만, 시청 창구가 좁아진 것이 국민적 관심을 떨어뜨리는 높은 문턱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겨준 김상겸 선수의 은메달도, 유승은 선수와 임종언 선수의 값진 활약상도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관심의 저조는 무관심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전에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휴대전화를 갈아탄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출퇴근길 버스와 지하철에서 DMB로 아시안게임 중계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접근성이 확보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관심 있는 경기를 시청할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경기 이야기, 선수 이야기, 이런저런 장면 등에 대해 나누게 됩니다. 그 과정이 올림픽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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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티나(왼쪽)와 밀로. |
| ⓒ IOC |
이번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요. "그때 올림픽 했었나?"라는 흐릿한 기억만 남는 건 아닐까요.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만큼은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계권은 시장의 논리로 결정될 수 있지만, 함께 환호할 권리까지 시장에 맡겨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아들의 말을 듣고, 또 이번 올림픽을 지켜보며, 저는 국민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감동의 시간을 조금은 도둑 맞은 듯한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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