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핑계고' 보고 만든 시상식, 조카들아 기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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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지 기자]
명절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10대엔 용돈 받는 날이었고, 20대엔 놀기 좋은 휴일이었으며, 30대엔 그저 버텨내야 하는 노동의 날이었다. 40대인 지금의 명절은 어떤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날' 쯤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어릴 때 만해도 명절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 피우는 맛이라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지금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있어도 각자 섬처럼 떨어져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아직 오지도 않은 명절이지만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 듯하다. 아이들은 각자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질문엔 겨우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언제 집에 가냐고 보챌 것이다. 나들이를 가자니 어디든 북적여서 종일 TV만 켜 두는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집집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주변에서 "명절이 정말 즐거웠다"거나 "최고의 명절이었다"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정말 방법은 없는 걸까? 그래서 소개해보려 한다. 내 돈 내고 내가 직접 체험한 '즐거운 명절 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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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상과 미션이 담긴 봉투 아이들에게 나눠준 용돈 봉투 |
| ⓒ 조영지 |
어차피 줄 용돈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덜 민망하고 좀 더 당당해질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해서 남편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새해 용돈 시상식'다. 이 아이디어는 유튜브 채널 <뜬뜬>의 '핑계고 시상식'에서 얻었다고 한다.
신년이 되면 우리는 남편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 연애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이라, 서로의 인생에 꽤 깊은 지분이 있는 사이다.
아이들까지 모이면 총 13명. 적지 않은 인원이 1박을 함께 보낸다. 명절을 앞두고 이 시기에 여행을 잡는 이유는, 입학을 앞둔 아이들을 축하하고 새 학기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용돈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비용은 모두 곗돈에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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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션 수행 중인 가족 우리 가족 만세를 부르며 미션을 수행하는 아이 |
| ⓒ 조영지 |
"자, 우리 큰조카는 이모, 삼촌들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예요. 가장 첫 번째로 태어나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 했고, 올곧은 성품과 늘 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줬죠. 오늘 여기 여러 상이 준비되어 있는데, 하나를 뽑아 미션을 수행하면 이 봉투 안의 용돈이 수여 됩니다. 유우~ 미션? 예스 오어 노? "
"예스! "
아이들도 어른들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첫 번째 조카가 뽑은 상은 '황금빛 새해 약속 상'. 미션은 무반주 댄스 10초 동안 신나게 추고 "사랑합니다" 외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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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돈 뽑기 중 다양한 미션이 담긴 용돈 봉투를 뽑는 중 |
| ⓒ 조영지 |
상과 미션은 다양했다. 우주 대스타상(양 손으로 볼 하트를 만들고 "내가 바로 귀염둥이" 하고 귀엽게 말하기), 행복 충전소 상(엄마에게 큰 절하면서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기) 등등. 가족이 함께 하는 미션이 포함되자, 평소엔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과 스킨십이 자연스레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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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돈 획득한 아이들 미션을 완수 후 용돈을 획득한 아이들 기념 사진 |
| ⓒ 조영지 |
"상을 받으니 기분이 좋고, 미션이 재밌어서 많이 웃겼어요."(12세, 최아무개)
"엄마, 아빠한테 부끄러워서 못했던 말을 이번 기회에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7세, 백아무개)
"아들의 포옹도 받아보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겠어요. 너무 좋습니다." (47세, 부모 권아무개)
부모도, 아이도 웃게 만든 새해 용돈 시상식. 올해 명절에는 친조카들을 위한 작은 시상식도 준비해볼 생각이다. 명절마다 반복되던 '공부 열심히 해라',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같은 말 대신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상과 말을 건넬 것이다. 올해는 어쩌면 "정말 재밌는 명절이었어!" 이 한마디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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