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수직 통합’, SK는 ‘AI 동맹’…서로 다른 HBM 전략

권지혜 2026. 2. 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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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 강점
글로벌 파트너사와 손잡고 AI 생태계 확장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의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4 제품.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를 세계 최초로 출하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전 5세대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며 우위를 점했지만 차세대 HBM 대결에서는 일단 삼성전자가 치고 나가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삼성의 ‘수직 통합’ 전략과 SK하이닉스의 ‘AI 동맹’ 구상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양산 출하한 HBM4에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하던 전례를 깨고 최선단 공정 1c D램(10나노급 6세대)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1c D램은 전 세대인 1b(10나노급 5세대)와 비교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HBM4는 HBM3E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약 1.22배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HBM 시장에서 고전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HBM4에서는 초기 수율 확보와 고객 인증에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특히 메모리 설계부터 파운드리 제조, 최첨단 패키징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원스톱 솔루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고객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1~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6’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는 내부에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모두 갖고 있는 기업으로 지금 AI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좋은 환경에 있다”며 “이에 적합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엔비디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을 했다. 사진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만난 최 회장. SK그룹 제공

반면 SK하이닉스가 현재 HBM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데는 빅테크와의 오픈 협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견고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HBM 개발 협력을 맺는 등 3각 동맹 체제를 구축했다. 가장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파트너들과 손잡고 AI 생태계를 확장해가는 구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브로드컴, 메타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AI 산업의 미래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역시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공고히 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세미콘코리아 행사에서도 AI 기반 연구개발(R&D)과 협업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성훈 SK하이닉스 R&D 공정 담당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개별 회사의 AI 시스템을 넘어 소재·부품·장비 파트너사들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AI 생태계 시스템’을 통해 기술 변곡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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