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된 코스피 5000…3차 상법 다음 스텝도 줄줄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3차 상법 개정으로 ‘코스피 5000’시대 공고화
스튜어드십코드 강화·주가누르기 방지법·공시제 개편 등 5개 후속 주요 과제

2026년 들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한국 주식시장 중 코스피(KOSPI)가 5000을 돌파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이 기업 지배구조를 일반 주주 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해 상법을 개정해온 정책적 변화와 반도체 훈풍 사이클이 맞물린 덕이다.
민주당은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1,2차 상법 개정의 후속 작업을 진행한다. 관습적으로 굳어진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맞이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이달 내로 3차 상법 개정을 통과시킨 후, 5가지 중점 과제를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지배구조를 보다 민주적이고 주주친화적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우선 기업의 자기주식을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3차 상법 개정을 통해 코스피 5000의 안착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3차 상법 개정 다음 단계로는 1,2차 상법 개정의 변화를 점검하고, 3차 상법의 부수 법안을 처리하며, 기관투자자의 기업 경영 관여를 확대하는 등의 5가지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주주 이익 충실 의무’ 가이드라인 마련
민주당은 우선 1차 상법 개정으로 도입한 ‘이사의 주주이익 충실의무’ 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법무부와 함께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상법상 이사는 ‘회사’의 이익에 충실할 의무만 있었는데, 이를 ‘회사 및 주주’의 이익에 충실할 의무로 바꾸면서 기업 이사회가 책임져야 할 범위가 넓어졌다.
1차 상법 개정에 따라 주주충실의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정할 필요가 있다는 재계의 요구가 지속됐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TF를 구성해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발표한 이사의 행위 규범 가이드라인 초안엔 계열사 간 합병 시 사외이사 특별위원회 판단 요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는 초안을 추가 검토한 뒤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3차 상법 개정 후속 세법개정·공시제 개편
3차 상법 개정의 후속 법안으로 세법 개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3차 상법 개정은 기업의 자기주식(자사주)이 자산이 아닌 자본의 성격임을 명문화하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이에 따라 자사주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해를 ‘자산상 차익’로 볼 것인지 ‘자본금 증감’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과세 명목이 달라진다.
기업 입장에선 자사주를 자산으로 분류했을 경우 거래 시 차익이 발생하면 법인세를 부과했는데, 자본으로 분류하면 법인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주주 입장에선 자사주 취득 목적에 따라 과세 방법이 달라진다. ’소각’이 목적이었다면 전체 주식 중 회사 소유의 주식이 사라지므로 일반 소액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진다. 이는 일종의 배당의 효과를 낸다고 보고 최고 49.5%의 배당세율을 적용받는다.
처분이 목적이라면 통상 27.5%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최근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에 따라 최대 33%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재정경제부는 기업이 자사주를 적극 소각해 주가를 높일 수 있도록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업의 공시제도를 개편하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기업 경영상 주요 결정사항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충실하게 공개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는 취지다. 민주당은 1차 상법 개정으로 명문화된 ‘이사의 주주이익 충실의무’가 어떻게 이행됐는지를 기업 공시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하고, 자본조달비용과 배당 기준도 기업 정기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하는 등 공시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배당 관련 정보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기업은 배당을 결정할 때 배당 규모 정도만 공시하는데 투자자본이익률(ROIC)과 자본조달비용(COE) 등도 함께 공시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재투자 및 배당 결정 기준을 투자자에게 알리자는 취지다.
기관투자자 의사결정 내실화…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만든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도 3차 상법 개정 다음 단계의 정책 변화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의 수탁자 책임 근거를 명문화하고 이행 여부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이행평가도 금감원이 맡을 예정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지난 14일 대표발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집사(steward·스튜어드)처럼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행동지침이다.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 투자자가 믿고 맡긴 투자금에 대해 적극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이는 소액주주 대신 의결권 행사·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주친화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자율규범으로 운영돼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이행보고서를 공시한 기관은 전체의 9%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됐고, 이재명 대통령 또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주문한 바 있다.
중복 상장·주가 누르기 막는다
기업의 중복 상장을 제한하고 의무공개매수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 주가누르기 방지법도 추진한다. 기업이 내부 사업부를 쪼개 자본시장에 중복 상장하는 등의 문제가 반복됐는데, 여당은 이를 회사 돈 들이지 않는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 ‘꼼수’로 보고 있다. 이러한 중복 상장 문제가 불거져 한국의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는 문제의식이다. 중복상장 방지법 역시 김태년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상장 규정에 중복상장 여부 등과 관련해 세부 사항을 정하고 한국거래소가 이를 업무에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지배주주에게서 회사 지분을 사들일 때 이와 동일한 가격에 소액주주 등의 잔여 지분도 강제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대주주만 챙기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수는 ‘100% 의무공개매수제’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냈다. 인수합병(M&A)에서 2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면 잔여 지분을 모두 매수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해당 법안은 야당 발의안도 존재하고 이미 당정 협의가 진행돼온 만큼 기준만 논의되면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이 대통령이 이소영 의원의 상속세 및 증여세 개정안을 언급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국내 대기업 오너는 2·3세에게 회사를 물려줄 때 주식을 양도해 지배권을 넘겨준다. 이때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상장사 주가를 낮게 유지해온 관행이 있었다. 이에 법안은 상속세 등을 매기는 기준을 바꿔 대주주가 주가를 누를 이유를 없애기 위해 발의됐다. 상장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 미만이면 비상장회사처럼 공정가치로 주가를 평가하되 순자산 가치의 80% 밑으로는 평가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다만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경우 대주주가 개인일 때는 상속세 개정의 대상이 되지만, ‘기업’이 대주주일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쟁점이 있다.
배임죄 폐지·주52시간제 손질도
일련의 제도 개선들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일반 주주 친화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경영계 측에서의 반발이 존재한다. 특히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3차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1차 상법 개정으로 인해 경영진이 내리는 인수·합병이나 투자 등의 행위들이 예상과 달리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주주의 이익에 충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임죄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도 이뤄짐에 따라 경영계에선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주주와 노동자 측이 동시에 배임죄로 고소하면 어떤 결정도 내릴 수가 없게 된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일종의 ‘당근’으로 경영상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주기 위해 배임죄를 연내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와 민주당 ’경제형벌합리화TF’는 지난해부터 각종 배임 행위를 유형화해 형법상 배임죄를 대체할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배임죄 유형이 워낙 다양하고, 경영계 일부에선 직원들의 배임 행위를 처벌할 규정이 필요하단 이유로 배임죄 폐지를 반대하는데다 법무부 소관부서의 인원도 부족해 배임죄 폐지는 연내 입법을 목포로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련의 상법 개정 작업 이후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상 자율성을 확보해주기 위해 ‘주 52시간제’도 손질할 전망이다. 다만 주 52시간제는 기후환경노동위원회 소관 사항이라 제도 개선의 시점은 불투명하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위 관계자들이 대부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혹은 정무위원회 소속이다. K자본시장특위 핵심 관계자는 “2026년엔 한국 자본시장이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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