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부터 포항까지 흔적 찾았다…국내 첫 산양 지도 만든 교수 [멸종위기종이 돌아왔다①]

3년 넘게 백두대간 일대의 험준한 산지를 다니면서 산양의 흔적을 쫓았다. 조사 중 나뭇가지에 귀를 다쳐 고막이 파열되기도 했다. 국내 첫 산양 지도를 만든 조영석 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의 얘기다.
최근 국제 학술지 ‘오릭스(Oryx)’에 ‘한국 산양의 분포 지도 작성 및 서식 예측’이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저자인 조 교수는 논문에서 국내 최초로 산양의 정량적 분포 지도를 완성해 발표했다.
산양은 한반도 산림 생태계를 대표하는 초식동물이다. 오랜 세월 동안 외형이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린다.
과거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감해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꾸준한 복원 사업을 통해 개체군도 조금씩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산양의 분포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개체 수가 과거에 급감했다가 회복 중이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실제로 이들이 어디에 사는지를 보여주는 전국적인 분포 지도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도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양평부터 포항까지…892곳서 산양 존재 확인

이를 토대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광범위한 현장 조사를 수행했다. 배설물과 발자국 등 산양의 흔적을 찾아다녔다고,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실제 개체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전국 892개 지점에서 산양의 존재를 확인했다. 산양의 서식 남방 한계선은 경북 포항이었으며, 경기 가평과 양평 등 수도권까지 서식 범위가 확장된 사실도 밝혀냈다.
산양은 해발이 높고 산림이 울창한 지역에 주로 서식한 반면, 인간 활동 지수가 높을수록 출연 확률은 급격히 감소했다.
그는 “산양은 고도가 높고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곳을 선호했으며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 주변에서 더 자주 확인됐다”며 “반대로 도로가 있거나 땅값이 높은 지역은 강하게 기피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위협…서식지 연결 복원해야”

그는 앞으로 산양의 생존을 위협할 가장 큰 요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지금의 온난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북방계 동물인 산양의 서식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기후 모델링을 해보면 2060년 이후 남한은 산양에 적합하지 않은 서식지가 된다. 그만큼 산양이 기후변화에 견디기 쉽지 않다는 뜻”이라며 “개체군이 고립되지 않고 백두대간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서식지 연결 통로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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