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베팅’ 슈퍼개미, 삼성전자와 7년 드라마 결말은
액면분할 직후 30% 급락…‘실패한 투자’로 보였던 1~2년
500억 손실 버틴 슈퍼개미…‘장투 성공모델’

올 들어 삼성전자가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며 본격적인 재평가 국면에 접어들자, 2018년 액면분할 직전 주당 250만원을 막 넘어선 가격에 삼성전자 주식 8만주를 사들였던 개인투자자의 ‘2000억원 베팅’ 스토리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주당 250만원(액면분할 전 기준)을 웃도는 고점에서 단행한 과감한 베팅은 ‘개미의 반란’ 혹은 ‘무모한 고점 매수’라는 엇갈린 시선 속에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슈퍼개미의 행보는 단순한 자산 증식을 넘어 이후 삼성전자가 겪을 파란만장한 7년사의 서막이었다.
액면분할 직전 ‘2000억 몰빵’ 소문, 사실로 확인
삼성전자 주가가 50대1 액면분할을 앞두고 250만원을 막 돌파한 2018년 4월25일. 시장에선 “서울 강남 대형 증권사 지점에서 한 ‘슈퍼개미’가 삼성전자에 2000억원을 ‘몰빵’해 8만주를 사들였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번졌다. 다음 날 한국거래소 매매동향에서 미래에셋대우 창구를 통해 이날 개인 순매수액 394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물량이 처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문은 곧 실제 거래로 굳어졌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50대1 액면분할 기대감을 앞세워 250만원선을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국면이었다. ‘슈퍼개미’로 불린 이 고액 자산가는 4차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주로 삼성전자를 지목하고,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4만~5만원대로 낮아지면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점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면분할 직후 30% 급락…‘실패한 투자’로 보였던 1~2년
하지만 기쁨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2018년 5월4일 거래 재개 이후 주가는 그의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거래 재개 첫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대 하락세로 출발했고, 이후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반도체 업황 둔화가 겹치면서 주가는 방향성을 잃었다. 2019년 1월에는 액면분할 이후 최저가인 3만7450원(종가 기준)까지 밀리며 분할 전 마지막 거래일 대비 낙폭이 29%를 웃돌았다. 이 투자자의 손실률이 30%에 육박한 셈이다.
액면분할로 그의 보유 주식 수는 8만주에서 400만주로 불어났지만, 주가 급락 구간에서 평가손실은 한때 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일각에선 “고점에 2000억원을 베팅한 실패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고, ‘국민주’ 기대 속에 분할에 나섰던 삼성전자 역시 박스권에 갇힌 대표 우량주라는 냉소 어린 시선을 감수해야 했다.
500억 손실 버틴 슈퍼개미…‘장투 성공모델’
그렇다면 이 슈퍼개미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2018~2019년에 어떤 선택을 했을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2018~2019년 수백억원 규모의 평가손을 보면서도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지 않고 버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액면분할 직후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실패한 타이밍’이었지만, 액면분할의 기대와 실망, 장기 박스권의 지루함을 모두 이겨낸 장기 투자의 상징적 모델이 됐다는 평가다.
이 투자자가 당시 매입한 물량을 지금까지 그대로 들고 있다고 가정하면, 수익 구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액면분할 후 기준 매입단가는 주당 약 5만400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400만주를 보유한 상태에서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17만원을 웃돌면서 단순 시세차익만 5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2018년 이후 꾸준히 지급된 현금배당과 특별배당을 합치면 누적 수익 규모는 더 커진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AI·HBM이 이끄는 ‘실적 재평가’…이번 랠리는 다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등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반등,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가 겹치면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증권가는 HBM과 D램 가격 상승을 근거로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00조~170조원대로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일부에선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8만7000원에서 24만7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4는 재설계 이슈 없이 고객사에 퀄이 완료됐으며 1분기부터 매출액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HBM 매출액은 지난해 73억달러(10조5000억원)에서 올해 170억달러(24조5000억원)로 1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6년 전세계 영업이익 상위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 영업이익(170조원) 비중이 약 9%에 달하는 반면 시가총액 비중은 약 3%에 불과해 향후 기업가치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며 목표주가 24만원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배 증가한 33조원,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비 9배 증가한 41조원이 예상된다”면서 “1분기부터 시작될 대폭적인 실적 개선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상승 국면의 초입을 시사해 어닝 서프라이즈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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