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사의 주맥 '단심가'

김삼웅 2026. 2. 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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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심가>라면 웬만한 초등학생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흔히 정몽주는 '동방이학(東方理學)의 조(組)'라 불릴만큼 학문과 지절이 투철하여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이다.

포은 정몽주(1337 ~ 1392)는 고려말 '무인 최영'과 함께 '문인 정몽주'로 쌍벽을 이룰만큼 국가의 간성이었다.

정몽주의 <단심가>는 이후 올곧은 선비·지식인들의 신념체계가 되고, 여성의 정조와 더불어 남성의 도덕적 가치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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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의 향연 88] 학문과 지절이 투철하여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이다.

[김삼웅 기자]

▲  정몽주 초상화. 경기도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보물로 지정돼 있다.
ⓒ 용인시민신문
<단심가>라면 웬만한 초등학생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흔히 정몽주는 '동방이학(東方理學)의 조(組)'라 불릴만큼 학문과 지절이 투철하여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이다.

포은 정몽주(1337 ~ 1392)는 고려말 '무인 최영'과 함께 '문인 정몽주'로 쌍벽을 이룰만큼 국가의 간성이었다. 그런데 불행한 시대는 이들 걸출한 인물 두 사람은 비명에 쓸려가고 말았다.

위화도회군으로 고려의 군권을 장악한 이성계 세력에게 정몽주는 너무 큰 장애물이었다. 어느날 이성계의 아들 방원이 잔치를 베풀어 정몽주를 초청했다. 그의 심적(心跡)을 알아보려는 계산이 깔렸다. 방원이 큰 잔에 술을 따라 권하며 준비한 시를 읊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러한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서 백년까지 하리라.

이방원의 속내를 모를 리 없는 정몽주는 술잔을 비우며 응대했다.
이 몸이 죽어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즉흥시로써 이방원의 회유를 물리친 정몽주는 태도가 늠연하여 함부로 범치 못할 기개를 보였다. 이방원으로서는 일격에 소인배가 되고, 더불어 적대감이 부글거렸다. 이날의 사연을 전해들은 정몽주의 절친한 벗 스님 한 분이 읊었다.
강남 만리에 들꽃이 만발하니
어느 곳인들 봄바람을 싫어할 산이 있으랴.

스님은 정몽주를 찾아가 산야로 돌아가 은둔하라고 권하였으나 그는 다가오는 운명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얼마 후 개성 선죽교에서 이방원이 보낸 자객에게 피살된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정몽주의 <단심가>는 이후 올곧은 선비·지식인들의 신념체계가 되고, 여성의 정조와 더불어 남성의 도덕적 가치로 굳어졌다.

조선시대에 수양대군의 폭거에 대항하여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사전에 탄로되어 능지처사를 당한 사육신이 이를 이어 받았다. 사육신뿐만 아니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랑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곤건 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성상문)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도 하는 것가
아무리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땅에 났더니. (성삼문)

낙랑장송들아 너는 어이 홀로 서
바람 비 눈서리에 어이하여 푸르렀나
우리도 창천과 한 빛이랴 변할 줄이 있으랴. (무명씨)

우정(禹鼎) 무거울 제 삶도 또한 크더라만
홍모 가여운 데선 죽음 도려 빛나더라
날 밝도록 잠 못자고 가자고 문 나서니
현릉의 솔 잣나무 꿈속에 푸르더라. (이개)

비바람 들이치는 위천물가 낚시돌에
저 고기 써 너를 배워 세상 일 잊었더니
어찌 다 늘그막에 난다긴다 장수되어
쓸데없이 백이 숙제 굶어죽게 한단 말인가. (김시습)

금생여수라한들 물마다 금이나며
옥출곤강이라한들 뫼마다 옥이 나며
아무리 여필종부라 한들 님마다 좇을 소냐. (박팽년)

<단심가>의 정신은 한말·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지식인·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에게까지 이어진다. 그는 '일편단심'의 단(丹)에서 글자를 택해 단재(丹齋)라 호를 짓고 불의한 시대를 매섭게 살았다. 망명지에서 지은 '임술년 가을밤'에는 그의 단심이 묻어난다.
외로운 등잔불 반득거리며
내 수심을 돋우네
안타까운 일편단심
다 태워버리고저

외로운 창을 들어
나라 운명 못 돌리고
모지라진 붓을 가져
역사를 끄적거리네.

이역방랑 무릇 십년에
서리발 수염이 흩날리고
병석신음 밤은 삼경에
달빛이 루에 드네.

고향의 룽어 횟맛
하도 좋다 말을 말아
지금엔 땅 없거니
어선을 어따 매리.

덧붙이는 글 | [붓의 향연]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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