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아파" 최가온 절뚝이며 전화, 그 뒤 대역전극 펼쳐졌다

“딸이지만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만난 최가온(18)의 아버지 최인영(51)씨. 그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우승을 차지한 딸을 자랑스러워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시작한 결선 1차 시기에서 최가온은 두 번째 점프 공중 세 바퀴를 도는 캡 1080을 선보이던 중 하프파이프 상단 턱에 부딪혀 굴러 떨어졌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다 간신히 기운을 회복했지만, 오른 무릎 통증으로 다리를 절었다. 이어진 2차시기에 앞서 관중석이 크게 술렁였다. 대회장 전광판에 출전 포기를 의미하는 ‘DNS(Do Not Start)’라는 문구가 떴기 때문이다.
최인영씨는 “얘가 스노보드 자체를 그만둘까봐 걱정했다. 왜나면 (이전에) 큰 허리 부상을 당했을 때와 똑같은 형태로 똑같이 부딪혔다. 아이가 트라우마에 질렸고, 저한테 전화를 걸어와 ‘걸을 수가 없다고 무릎이 아파서’라고 했다”고 전했다.
최가온은 지난 2024년 1월 스위스 락스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도중 1080도(3바퀴) 회전 기술을 연마하다 중상을 당한 이력이 있다. 부상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그가 더 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고심 끝에 경기를 포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도 3차 시기 때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했다. 마지막 3차시기에 고난이도 기술을 줄줄이 성공시켜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

최인영씨는 “4방향을 넣어하는데, 클로이 김과 시미즈 사라가 어떤 기술을 하는지 못 봤다. 가온이가 부상 당한 상황에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온이에게 ‘좀만 기다리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림픽이니까 조그마한 ‘런’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 기다렸다가 하자’고 말해줬다”며 “예선 최고의 ‘런’정도만 해도 포디움에 설 것 같다고 기를 살려줬다. 한번만 힘을 내자고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부녀는 처음에는 서로에게 화를 냈다. 최가온은 “아빠 때문에 탔잖아”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아빠가 미안해”, “내가 아빠한테 미안해”라고 속삭였다.
최가온은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인데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최인영씨는 “울음도 없고, 정말 독하다. 그래서 자주 싸운다”면서도 "너무 자랑스럽고 제 딸이지만 존경한다”고 했다.
리비뇨=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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