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번째 호흡... 고아성에 칭찬 아끼지 않은 '파반느' 감독

장혜령 2026. 2. 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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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발표회]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장혜령 기자]

12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파반느>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이종필 감독, 변요한, 고아성, 문상민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 <파반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영화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영화로 각색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원작의 감성을 레트로 느낌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미장센까지 완성했다.

십 대 시절의 꿈을 이룬 작품
 이종필 감독이 12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작의 팬이었던 이종필 감독은 <파반느>가 운명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연출 기회가 생긴다면 멜로를 해보고 싶었다. 십 대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멜로 영화를 연달아 보며 사랑은 결국 인류를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이십 대 때 원작을 읽고서는 십 대 때 받았던 감상을 더하고 싶었다. 지나간 사랑의 추억, 삶과 미래에 대한 막연함 등. 세계와 영역의 확장을 꿈꿔볼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원작의 제목 수정 비하인드도 밝혔다. "'파반느'는 왈츠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느린 클래식 춤곡을 뜻한다. 원작 소설은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파생되었다. 영화 제목을 '파반느'로 한 것은 수식어를 빼고 고유어 같은 상징성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색 주안점에 대해서는 "원작의 변주를 주었다. 가장 큰 차이는 '못생긴 여자'의 프레임을 달리했다. 영화는 정확한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이 80년대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면 영화는 감성이 지배한다. 못난 것은 얼굴이 아닌 마음이라 느꼈다. 사랑을 해본 사람, 언젠가 사랑을 해볼 사람 모두 이입하도록 했다"고 각색 방향을 전했다.

원작은 문체를 읽으면서 저절로 들려오는 음악 사용이 이색적이다. 이런 감수성을 그대로 옮겨온 영화 OST도 눈에 띈다. 이 감독은 "음악 감독님이 기절할 수준이었다. 데스메탈, 모던 롯, 옛날 가요, 클래식 등이 나온다"라며 "누군가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리워하는 일련의 경험에 맞는 음악을 장면에 적절히 배치했다. 미정이 클래식 실황을 듣는데 박수 소리까지도 미정의 사랑을 응원하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영화가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만큼, 시간이 흘러도 존재하는 백화점을 비틀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원작은 85년이 배경이다. 소비 중심 사회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외면하는 가치를 동시에 품은 장소가 백화점이다. 영화는 현대로 배경을 옮기면서 달라진 백화점의 위상을 담았다"라며 "예전만큼의 성업은 아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백화점에서 직원과 손님의 동선이 다르다. 빛이 들지 않는 백화점 지하의 어둠을 뚫고 빛을 찾아가는 인물이 존재한다. 백화점 이름이 유토피아인 이유도 어둠 속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아낌없는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세 친구의 관계성에 관해서 "어릴 적 친구는 계산하고 만나지 않는다. 어쩌다가 만나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관계가 되는 게 친구다"라고 전했다.

유토피아 백화점의 아미고
  12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변요한, 이종필 감독, 고아성, 문상민.
ⓒ 연합뉴스
<파반느>의 세 친구 경록, 미정, 요한은 서로 다른 상처로 어둠을 지녔다. 경록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로 무의미한 삶을 이어간다. 미정은 자신감 없는 외모로 늘 위축된 상태다. 요한은 누구보다도 밝아 보이지만 깊은 암흑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미정을 맡은 고아성은 "마음을 닫고 살아가던 미정이 경록과 요한을 만나면서 점차 변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마찬가지로 감독님이 삼각구도를 좋아해서 친구를 만들어 주셨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고아성은 "그동안 저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자존감 높고 올곧은 인물을 맡았는데 착각 속에 살았었다. 사실은 내면에 나약함과 부족함이 많았다. 미정을 연기하기 위해 묻어 둔 저를 꺼내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며 "미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을 편지에 꾹꾹 눌러 담을 거라 상상하며 글씨체에 공들였다. 어릴 때 혼났던 서툰 젓가락질 버전을 미정에게 입혔다"며 세심한 인물 해석을 전했다.

이종필 감독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고아성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저에게 고아성은 최고다. 미정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전구 같은 캐릭터다. 미정의 음울함을 잘 잡아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빛나는 모습, 사랑할수록 아름다워지는 모습이 어느 순간 보였다"고 말했다.

요한을 맡은 변요한은 "이름부터 운명적이다. 요한의 감정은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초월적 단어, 은유적 상징을 더한 인물이다"라며 "상처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알지만 모르는 것처럼 요한을 저에 맞게 체화했다"고 밝혔다.

이종필 감독은 "원작에서 이름도 공교롭게 요한이다. 요한씨가 맡아줘서 실존성이 생겼다. 요한은 상반된 감정을 오가는 어려운 인물이다"라며 "시나리오를 쓸 때도 실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상상만 했고, 편집하면서도 낯설었고 그러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왔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경록을 맡은 문상민은 "경록은 무용수라는 꿈이 있지만 현실에 순응하는 인물이다. 숫자 0 같은 경록이 미정과 요한을 만나면서 채워진다. 표정, 감정이 생기고 삶의 질문과 해답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이종필 감독은 "경록은 청춘의 표상이지만 정체된 공기나 기분 같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상민씨와 열의를 갖고 경록을 만들어 갔다. '저 같아서요'라고 답했던 상민씨의 말을 되새기면서 즐겁게 경록을 체화하는 작업을 도왔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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