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쓸어담아도 환율 울상…한·일·대만 ‘통화 약세’ 이유는

양유라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diddbfk1@naver.com) 2026. 2. 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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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한국·일본, 자금 유출이 유입 압도
고령화·저금리·자산 급증으로 해외투자↑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호황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한국·대만·일본 통화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수출을 견인하고 일본 역시 무역·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환율 흐름은 정반대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보다 해외투자와 대미투자에 쓰이는 달러가 더 많아지면서 환율을 좌우하는 힘이 ‘무역’에서 ‘자본 이동’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8%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상품·서비스 수출은 32.2% 증가했고 경상수지 흑자도 1분기 297억달러에서 3분기 458억달러로 확대됐다. 그러나 환율은 반대로 움직였다. 대만달러는 지난해 6월 말 달러당 29.59대만달러에서 최근 31.56대만달러로 약 6.3% 약세를 보였다.

엔화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의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보다 11.1% 증가한 약 31조8799억엔(약 2084억달러)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외 투자 수익과 전자부품·식품 수출이 흑자를 뒷받침했지만 엔화는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역시 수출 지표만 놓고 보면 탄탄하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7097억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넘어섰고 반도체 수출은 22.2% 증가한 173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도 1230억5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1480원을 웃돌며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3국 통화 약세에는 자국 기업 대미투자와 국민들의 해외투자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만은 2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추진 중이며 연간 250억달러만 집행해도 기존 해외직접투자 규모를 웃돈다. 한국과 일본 역시 각각 3500억달러, 5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대규모 달러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투자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1143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722억달러 늘어난 수치로 같은 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1230억달러)의 92.9%에 달한다.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거의 같은 규모로 해외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한국은행은 6일 ‘2025년 12월 및 연간 국제수지(잠정)’ 브리핑에서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가 가장 많았던 주체는 개인투자자”라며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가 외환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투자와 대미투자 구조가 이어지는 한 원화·대만달러·엔화의 약세 동조화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으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 머물지 못하고 다시 해외로 향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환율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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