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수있다→중꺾마→최가온의 다시해보자...韓스포츠 역대급 서사 나왔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장면은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펜싱 남자 에페 결승이 손꼽힌다. 박상영이 제자 임레(헝가리)에 9-13으로 끌려가던 그 때. 관중석에서 한 마디가 들려왔다. “할 수 있다.”
박상영은 주문을 외듯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다”를 되뇌었다. 10-14로 끌려간 데다 동시타가 발생하면 양쪽에 점수를 주기에 승부를 뒤집기를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경기에서 박상영은 연속 5득점을 뽑아내 15-14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따냈다. 포기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울림을 주며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화두가 된 말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였다. 원래 이 말은 e스포츠 롤드컵에서 약체로 꼽힌 DRX의 데프트가 “무너지지 않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한국축구는 9% 확률을 뚫고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공격수 조규성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가 쓰인 태극기를 들었고,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지 채 한 달도 안돼 마스크를 쓰고 나선 손흥민은 “너무나도 멋있는 이 말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2026년 한국 스포츠에 길이 남을 역대급 서사가 나왔다. 스노보드 최가온(18)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 시기에서 보드가 슬로프 턱에 걸려 고꾸라지며 넘어졌다. 어디 한 곳이 부러진 줄 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폭설이 이어진 가운데 2차시기에 DNS(출전하지 않는다)가 뜨면서 기권을 택한 것으로 보였다. 코치진과 부모님 모두 말렸지만 최가온이 뛰겠다며 출전을 강행했으나 재차 넘어졌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클로이 김(미국)이 88.00점을 획득하면서, 10.00점으로 11위에 그치던 최가온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최가온은 3차시기에서 스위치 백사이드 900을 시작으로 5차례 점프를 모두 성공하는 기적 같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최가온은 점수가 나오기 전부터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90.25점을 받자 보드를 들고 소리쳤다. 두 번 넘어져도 날아오른 최가온은 자신의 우상인 클로이 김을 넘어 금메달을 따냈다.

해외 중계진은 “이 것이 올림픽의 마법 같은 순간”이라고 했다. 영화 시나리오도 이렇게 쓰면 신파다.

무릎 통증 탓에 다리를 절뚝인 최가온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넘어지고 나서 처음에는 ‘아 나도 이대로 포기해야 되나’ 생각하고, 위에서 엉엉 울었다. 이 악물고 걸어보자하고 걷기 시작하는데, 조금씩 다리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조금 마음 편하게 ‘다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타기 시작했다."
“다시 넘어지더라도 끝까지 해보자.” 최가온이 대한민국에 선사한 영감이다.
밀라노=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산 내려와서도 야동 찾았다…사패산 살인범의 역겨운 자수 | 중앙일보
- 의대·하버드·예일대 간 삼남매…'잘 되는 집' 세 가지 공통점 | 중앙일보
- "더는 못살겠다, 이혼할거야" 상처투성이 윤 '포시즌스 사건' | 중앙일보
- 기계체조 국대 충격…여중생에 "키스보다 심한 것 해줄게" | 중앙일보
- 걸어서 병원 온 4세 아이가 죽었다…수술실 '충격 의료사고' | 중앙일보
- "한 번만 더 놔 달라" 싹싹 빌게 된다…20만원 짜리 주사 정체 | 중앙일보
- 17세 가수 김다현 "출연료·정산금 수억 미지급…전 소속사 고소" | 중앙일보
- 고 정은우 생전 문자 공개…"사기꾼 많아, 난 방송국 바보였다" | 중앙일보
- "아이돌 아냐?" 외신도 난리…피겨 중계석 앉은 미모의 한국 여성 | 중앙일보
- 두 번 넘어지고 일어났다…'불굴의 보더' 최가온, 한국 첫 금메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