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최가온, 눈물의 금메달... 클로이 김도 넘어섰다

박시인 2026. 2. 1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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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전설' 클로이 김 제치고 최연소 금메달 기록 경신...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

[박시인 기자]

▲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가온, 한국 설상 첫 금메달!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가온(세화여고)이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의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가온은 14일(이하 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하며 클로이 김(미국·88.00점)을 제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이로써 최가온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안겼다. 또, 2008년 11월생(17세 3개월)인 최가온은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뤄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을 경신했다.

최가온, 큰 부상 딛고 3차 시기서 기적의 1위
▲ 모두가 끝났다고 믿은 순간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최가온이 1차시기 크게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오며 총 5번의 공중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난이도(회전과 기술 조합), 높이(공중에서 비행), 수행 능력(기술의 성공 및 정확도), 다양성(회전 방향 등), 창의성(새로운 기술과 연기 등) 등 5가지의 심사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며, 총 100점 만점이다. 예선 1, 2차 시기 중 높은 점수로 최종 순위가 가려진다.

결선에서는 눈이 펑펑 내렸다. 이에 연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넘어지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최가온도 1차 시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7번째로 연기를 펼친 최가온은 스위치백나인을 깔끔하게 성공시켰으나 스위치 스탠스로 공중 3바퀴를 도는 '캡텐'을 시도하던 중 하프파이프의 가장 자리인 림에 걸려 머리부터 떨어졌다.

최가온은 충격이 오래 지속된 듯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채 눈밭에 누워있었다. 현장 의료진이 투입된 이후 다행히 일어나긴 했지만 2, 3차 시기 출전 가능성은 희박했다. 2차 시기를 앞두고 잠시 전광판에 '출전하지 않는다(DNS)'는 표시가 뜨면서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최가온은 2차 시기 출전을 강행했다. 1차 시기에서 10.00점으로 9위에 머문 최가온은 아쉽게 2차 시기에서도 착지 실수를 범했다. 앞선 1차 시기 추락의 여파인 듯 보였다.

그런데 기적이 발생했다. 최가온은 3차 시기에서 스위치 자세로 진입해 백사이드 방향으로 두 바퀴 반을 도는 스위치 백사이드 900을 뮤트 그랩과 함께 완벽하게 소화했다. 첫 기술을 성공시킨 최가온은 이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캡 720, 프론트사이드 900 멜론 그랩, 백사이드 900 스테일피시를 시도한 최가온은 마지막 기술로 프론트사이드 720 인디 그랩을 성공시키며 실수 없이 착지했다. 최고 높이 3.1m, 평균 2.6m에 달하는 압도적인 연기였다. 최가온의 최종 점수는 90.25점. 중간 순위 1위로 등극하자 최가온과 코칭 스태프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3차 시기에서 가장 마지막 순서로 나선 클로이 김은 연기 중도에 넘어지면서 자신의 최고 점수인 1차 시기의 88.00점을 넘지 못했다. 결국 금메달의 주인공은 최가온에게 돌아갔다. 최가온은 시상대로 걸어갈때 다리를 절뚝 거릴만큼 부상 여파가 남아있었다. 투혼과 기적의 금메달이었다.

2008년생 최가온, 한국 스노보드 새로운 역사 써내다
▲ '더 이상 실수는 없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최가온이 3차시기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가온은 2008년생으로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 가운데 최연소 선수다. 하지만 전통의 효자종목인 쇼트트랙보다 금메달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졌던 종목은 하프파이프의 최가온이었다.

최가온은 성인 데뷔 무대였던 2023 X게임 수퍼파이프 종목에서 최연소 금메달 기록(14세)을 경신했으며, 그해 12월에는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2024년 초 허리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주춤했지만 부상에서 돌아오자마자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2025-26시즌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만 3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첫 출전인 올림픽에서도 최가온은 침착하면서도 대범했다. 하루 전 열린 예선에서 순위에 집착하지 않고, 결선 진출에만 초점을 맞추는 연기를 펼친 끝에 6위로 마감했다. 자신의 장기인 스위치백사이드나인, 스위치백텐을 구사하지 않았다.

최가온은 "예선에서는 가볍게 결선만 가자는 느낌으로 가벼운 기술을 선보였다"라며 "오늘은 반도 안 보여드렸기 때문에 내일 결선에서 그동안 연습한 거를 다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 클로이 김과 기뻐하는 최가온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클로이 김,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오노 미쓰키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가온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클로이 김이었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 대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스노보드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를 노렸다. 클로이김은 올림픽을 앞두고 어깨 탈구 부상으로 월드컵에 불참했지만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 90.25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 결선에서는 최가온과 클로이 김의 맞대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서 머리로 추락하는 큰 부상을 당했다. 2, 3차 시기 출전마저 불투명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차 시기 착지 실수를 딛고 3차 시기에서 투혼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최가온은 기적의 금메달을 따냈다. 부상 여파로 인해 월드컵에서의 기록한 자신의 점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금메달을 차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한국 스노보드는 지난 2018년 평창 대회 이상호가 남자 스노보드 알파인에서 최초의 은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 남자 스노보드 알파인 김상겸(은메달), 여자 스노보드 빅에어 유승은(동메달)으로부터 메달이 나왔다. 스노보드 금메달은 이번 최가온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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