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정리" 나스닥식 퇴출, 한국 증시에 효과 있나
금융위 '상장폐지 개혁방안' 전문가 진단
"방향은 맞다. 오히려 늦으면 늦었지."
"좀비기업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격 1000원'이 부실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이 동전주(1000원 미만 저가주) 퇴출 등을 골자로 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하자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의 페니스톡 제도를 참조한 이번 조치가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구조적 처방 없이 '가격 잣대'만 앞세워 성장기업들의 부담만 키울지는 향후 세부 제도 설계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진짜 핵심은 아무 기업이나 상장하지 않게끔 진입 구조부터 손보는 것이라는 주문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특히 코스닥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한계기업 정리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번 개혁방안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상폐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코스닥 좀비기업, 한계기업 등 시세조종에 취약한 회사들이 많았는데 전향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개혁방안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한 ▲코스닥 상장폐지 집중관리기간 운영 ▲시가총액 기준 조기화·동전주 요건 신설·완전 자본잠식 요건 강화·공시위반 요건 강화 등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코스닥 상장심사 폐지 절차 효율화 등을 골자로 한다. 시행 시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만 100~220개사가 상폐 대상에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가격=부실 아니다" 반론도...나스닥과 다른 구조도 지적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동전주 퇴출이다. 주가 변동성이 큰 동전주는 그간 반복적으로 투기 및 작전 세력의 표적이 되며 개인투자자 피해를 키워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브리핑에서 "(동전주 퇴출을) 진작 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국제 기준을 도입하게 됐다"고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가격 1000원이라는 기준의 적정성을 두고는 우려도 제기된다. '동전주=부실기업'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저평가된 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를 위축시키거나, 대형주 중심 장세를 심화시켜 시장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시총·자본잠식·영업현금흐름 등과 결합해 살펴봐야 한다. 1000원 미만이라고 다 같은 동전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나스닥식 제도를 그대로 코스피·코스닥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나스닥은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고 장외시장이 발달해 있어 퇴출 이후에도 거래와 재도전의 통로가 비교적 열려 있다. 반면 동전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닥의 경우 개인투자자 비중이 80% 안팎인데다, 대체 시장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구조다. 상장 단계에서도 나스닥과 달리 한국은 기술특례 상장 등으로 진입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구조적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가격 기준만 도입할 경우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이번 상폐 방안에서 아쉬운 점은 기업거버넌스 요건과 유통주식 조건이 빠진 것"이라며 "나스닥은 상장 시 독립이사가 중심이 된 이사회, 감사위원회, 높은 윤리기준 등을 요구한다. 1000원 요건은 주관적이고, 기업거버넌스와 유통주식 조건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전주 퇴출 과정에서 액면분할을 통한 상폐 회피를 차단한 정책 설계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액면가 500원에 주가 1000원인 기업과 액면가 5000원에 주가 1000원인 기업은 엄연히 다르다. 액면가 대비 주가 비율을 세부적으로 나눠 기준을 산정하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전주 퇴출 과정에서) 소외된 성장주가 있을 수 있기에 실질심사를 할 때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며 "바로 상장 폐지보다는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코스닥의 모델이 됐던 나스닥 역시 상장폐지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진입 구조도 손봐야" 개인투자자 피해 우려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상장 진입 구조를 꼽는 목소리도 있다. 안 교수는 "핵심은 다산(多産)을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 벤처캐피털(VC)이 너무 쉽게 코스닥에 상장하니까 결국 문제가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옥석 가리기 없이 아무 기업이나 다 상장하니 문제가 되는 건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코스닥 80%는 개인투자자로 결국 피해는 개인이 본다"며 "퇴출을 빨리빨리 하라는 것도 결국 퇴출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된 시가총액 기준 상향과 관련해서는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안 교수는 "방향은 찬성하는데 (기준이) 획일적"이라며 "예를 들어 지주회사 같은 경우는 시가총액이 낮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티어를 세분화해 이에 당장 퇴출보단 티어 내에서 일단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만드는 게 더 낫다"고 진단했다. 김수연 광장 연구위원은 "시장 요건이 갑자기 너무 높아졌다. 얼마나 실현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며 "기업으로선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적용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밖에 금융당국이 예고한 거래소 개편 방안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이 교수는 "코스닥 시장을 따로 분리하는 게 맞다"며 "현재로선 코스피 2부리그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국민성장펀드나 모험자본 등이 나오는 건 결국 코스닥과 관련된 건데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키우려면 코스닥을 활성화하는 게 맞다"고 했다. 반면 안 교수는 "코스닥 분리가 아니라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야 한다"며 "모든 기업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하고, 코스피 안에서 티어1, 티어2, 티어3 이런 식으로 나눠 승급하는 식으로 운영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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