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97세 아버지에게 설 앞두고 배달된 20년의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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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배경에는 장단군에 아버지의 외가가 있는 것도 한몫했다.
설과 추석 명절에도 차례상에 쌀밥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궁핍했던 아버지 세대의 쌀에 대한 추억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또한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한다는 소식에 연민의 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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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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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단군 실향민 어르신이 아버지께 보낸 장단쌀 떡국떡 |
| ⓒ 이혁진 |
고향이 개풍군인 아버지는 피난 후 고향과 가까운 장단군 실향민들과 교류가 많았다. 특히 그분과 형제처럼 의지하며 지냈다. 그런 배경에는 장단군에 아버지의 외가가 있는 것도 한몫했다. 아버지처럼 6.25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어르신은 월남해 아버지를 만나 형님이라 불렀다. 당시 실향민들은 고향을 이야기하며 서로 호형호제하는 것이 흔했다.
변치 않는 정성
이북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쓸쓸함을 달래는 유대와 친근한 정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진했다. 그걸 보고 자란 우리들도 대를 이어 친목과 애향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인연으로 어르신은 20여 년을 해마다 쌀을 보내고 있다. 5kg 정도의 쌀은 맛도 있지만 변치 않는 정성에 탄복할 때가 많다. 쌀 대신 떡국 떡을 손수 만들어 보내기도 한다.
장단군은 콩으로 유명하지만, 쌀과 인삼과 함께 '장단삼백'이라 불렸다. 이북사람들은 황해도 연백평야의 쌀을 오래전에 쳐주었지만 '장단쌀'도 이에 못지않았다. 특히 장단 사람들의 쌀에 대한 자부심은 유별나 지금도 '민통선'에서 쌀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어르신은 그중 한 분으로 지금은 자녀들이 장단 쌀의 명맥을 살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 선대의 쌀에 대한 애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생산되는 쌀은 모두 일본으로 가져가거나 전쟁 물자로 쓰여 정작 농사꾼은 먹을 것이 없었다. 모두가 쌀밥을 먹는 게 소원이라고 하던 시절, 농사짓는 사람이 공출할 쌀을 감추면 엄한 처벌을 받았다. 실제로 증조부는 제사상에 쓸 쌀을 숨겼다 들켜 모진 고문을 받아야 했다.
설과 추석 명절에도 차례상에 쌀밥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궁핍했던 아버지 세대의 쌀에 대한 추억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 박씨 어르신이 쌀 농사를 시작한 것도 쌀을 실컷 먹어보겠다는 발로였다. 아버지 영향일까. 어렸을 때 밥풀을 남기거나 떨어뜨리면 여지없이 어른들의 설교가 이어졌다. 미워서가 아니라, 자식들이 다시는 배곯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노파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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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떡국떡을 물에 불려다가 국에 넣어야 부드럽고 맛있다. |
| ⓒ 이혁진 |
먹을 것을 함께 하는 것은 소중하다. 아버지는 고향 후배와의 오래된 형제애를 쌀이라는 식량을 통해 유지했는지도 모른다. 설날이면 부모와 형제들이 더 사무치게 보고 싶은 아버지는 형제 뿐 아니라 이북 동포 모두가 쌀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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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만든 사골떡만두국, 떡국떡은 장단쌀로 만든 것이다. |
| ⓒ 이혁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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