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차 배우 '신세경'이 정의한 30대 인생의 맛
[이준목 기자]
"유명세라는 게 거대하고 날카로운 칼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 휘두르지 않으면 위험하니까. 유명해진 이상 평생 말조심, 행동 조심하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연예인으로서의 삶은)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고, 매사에 신경을 쓰며 지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부단히 스스로를 점검해야만 했다."
1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배우 신세경이 한 말이다. 세경이라는 본명은 '세상의 빛'이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이름처럼 신세경은 섬세함이 빛나는 배우로 어느덧 28년 차를 맞이했다.
신세경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에서는 북한 식당의 미스터리한 종업원 역할을 맡았다. 북한 말투를 소화하며 열연을 펼쳤다. 라트비아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동안 신세경은 함께 출연한 동료배우인 조인성, 박정민 등과 함께 스태프들을 위해 50인분의 요리를 직접 준비한 미담이 화제가 됐다.
배우인 동시에 9년 차 '1세대 연예인 유튜버'로도 유명한 신세경은, 최근 새 콘텐츠에서는 '파리에서 혼자 한달 살기'를 했다. 빵집 오픈런에서, 집에서 요리 만들어 먹기, 관광, 저녁 운동 이후 혼자 맥주 즐기기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유튜브 편집도 직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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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경 유퀴즈 |
| ⓒ TVN |
"엄마 지인분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러 가서 발탁됐다. 그때 친구 생일 파티가 있었는데 못 가고 오디션에 가서 낙심한 기억이 난다. 저는 쌩 아마추어였는데,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오디션 현장에 가서 갑자기 울어보라고 이런저런 연기를 시키니까 당황했다. 별의별 상상을 하면서 겨우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어릴 때였는데 당시 앨범 자체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라서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한 기회로 데뷔하게 된 신세경은 이후 < TV유치원 하나둘셋 > 등 다수의 어린이 프로그램 MC로 활동하면서 브라운관의 아역스타로 발돋움한다. 당시 어린이였던 시청자들에게는 종이접기의 대가 김영만 선생 밑에서 함께 야무지게 종이를 접던 '코딱지 소녀'라는 별명으로도 친숙하다. 또한 10대 학창 시절에는 '목동 여신'으로 불리며 신목고등학교 3년 후배인 박보검과 함께 2대 얼짱으로 통했다고.
중학생이었던 15세에는 무려 2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하드라마 <토지>에서 여주인공 김현주의 아역으로 발탁됐다. 어른들도 소화하기 힘들다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원작 전권을 모두 완독한 일화도 유명하다. 신세경은 "원작 소설을 읽지 않으면 캐릭터를 이해 못 할 것 같아서다. 분량이 20권 정도 됐는데 엄청 길더라"고 회고했다.
'똑순이'로 유명한 신세경은 연기 활동을 하면서도 학창 시절 전교 10위권 안에 드는 우등생이었고 독학으로 영어를 익힐 정도로 노력하는 학구파로 유명했다. 20대에는 인생의 본질을 통달한 것 같은 의미심장한 어록을 다수 남겼다.
"인생은 크레용으로 두텁게 칠한 그림이 아니다. 멀리 원경까지 있는 수채화다." (21세 신세경)
"제 청춘은 아침도 밤도 아닌 해 질 녘의 고요한 느낌인 것 같은데 참 행복하다." (28세 신세경)
정작 신세경은 자신이 쓴 과거의 글들이 언급되자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때는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복잡하고 난해하고 깊이 있는 생각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단순하게 좋더라(웃음). 28세에 쓴 글은 지금도 정확히 기억난다. 제가 너무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폭풍 같은 시기는 지나갔고, 그렇다고 환희에 찬 시기도 아니었다. 28세는 '적당한 온도를 갖춘 안정적인 시기'였다고 생각했다."
신세경 자신을 '겁도 많고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저는 돌다리를 두드려보다가 끝내 안 건너는 스타일이다. 정말 안전한 길로만 가려고 하는 편이다. 평상시에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매사에 항상 조심한다. 그래서 인터뷰할 때도 실수를 안 하려고 자꾸 '쿠션어'를 깔게 된다.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라 일반화는 아니다'라며 구구절절 사족을 덧붙이는 식이다(웃음)."
신세경은 20세에 출연한 <선덕여왕>에 이어 시트콤 <지붕 뜷고 하이킥>의 연이은 성공으로 큰 인기를 끌며 아역의 그늘을 벗고 성인 연기자로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당시의 신세경은 인기를 즐기기보다 낯선 유명세에 적응하느라 혼란스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신세경은 배우로서 한창 주가가 높아지고 있던 시점에 오히려 활동을 한동안 줄이는 의외의 선택을 내리기도 했다.
"<지붕킥>은 제게 은인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 이후로 몇 년은 바쁘게 활동했다. 하지만 그때는 무슨 상황인지 인지 못 하고 살았다. 어디를 가도 나를 알아보는 이런 유명세와 인기를 체험해 본 적이 없으니까 혼란스러웠다. 저는 '계획형 인간'이라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 꼼꼼히 체크도 하고 싶고 문제가 있다면 수정과 연습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니까."
신세경은 "유명세란 거대하고 날카로운 칼과 같은 것"이라고 정의하며, 항상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살기 위하여 노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가족들 역시 '신세경 부모님'으로 불려야 하기에 딸의 입장을 이해하고 같이 조심했다고.
철두철미하고 섬세한 성격 때문에 '섬세경'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신세경은 "<유퀴즈> 녹화도 마치고 혹시 말실수한 것은 없는지 매니저와 체크해야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그런 신중함과 꼼꼼함이야말로, 신세경이 험난한 연예계에서 사건사고 없이 28년간 롱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좋게 보면 섬세하고, 한편으로는 '뭘 저렇게까지?' 예민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민해야만 한다. 오래오래 이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
고민과 걱정이 많은 성격의 신세경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베이킹이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모든 공정에서 꼼꼼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베이킹에 몰입하다 보면 명상하듯이 잡념을 없애는데 최고라는 것이다.
어느덧 30대가 된 신세경에게, 20대 때와는 또 다르게 정의한 '인생'의 재미는 무엇일까.
"행복이란 미루면 안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파악하고, 일상속 즐거움을 찾아서 누리는게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일단 저는 그렇게 살고 있다. 근데 이것도 제 생각이니까, 너무 일반화는 하지말아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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