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이 '위헌'이란 대법원에 묻고 싶은 다섯 가지
[정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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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
| ⓒ 이정민 |
앞서 대법원은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헌법 제101조에 근거해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한다든지, 불복이 있다 해서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장도 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 '4심제'로 가는 길이고 국민들을 소송 지옥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재판소원은 위헌이 아니다. 오히려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다. 아래에서 재판소원이 위헌이라는 대법원 주장에 대한 반박을 통해 재판소원이 합헌이고, 그 도입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주장을 개진한다.
1. 헌법 제101조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헌법 제101조 제1항),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헌법 101조 제2항)고 정한 헌법 조항을 들어 헌법은 재판에 대한 불복을 대법원에서 끝내도록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는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을 최종심으로 해야 함을 명시한 것이라며 재판소원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상 사법작용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 사법작용과 정치적 사법작용이 그것이다. 민형사재판 등 전통적·일반적 사법작용은 대법원 등 일반사법부가 담당하고, 정치적 사법작용인 헌법재판은 헌재가 담당한다. 즉 사법권이 일반적 사법권과 정치적 사법권인 헌법재판권으로 2원화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처럼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별도의 기관 없이 대법원 등이 모든 재판을 관할하는 경우에는 일반법원이 두 가지 사법권 모두를 담당하지만, 우리나라나 독일 등 대륙법계의 국가에서는 대체로 별도의 헌법재판기관을 설치하여 일반사법권은 대법원 등 일반법원이 담당하고, 헌법재판이라고 하는 정치적 사법기능은 헌재가 담당하는 것이다. 결국 헌법 제101조에서 말하는 사법권은 일반적 사법작용에 대한 권한에 국한되며, 따라서 재판소원 등 헌법재판권을 헌재에 부여하는 것은 헌법 제101조와 무관한 것으로 합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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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
| ⓒ 사진공동취재단 |
따라서 헌재의 헌법판단에 대법원이 기속되듯이 대법원의 법률판단에 헌재가 기속된다. 이처럼 재판소원을 도입하더라도 헌재가 대법원의 법률판단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재의 심판이 제4심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독일의 학설과 판례도 재판소원을 제4심으로 보지 않는다.
둘째, 재판소원 도입이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대법원의 주장은 틀렸다. 오히려 재판소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고 권력통제와 헌법수호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길이다. 만일 국민의 기본권이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로 침해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국가의 존재 목적은 바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헌법 제10조).
한편 대법원은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권리구제가 지연되며, 경제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또한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대법원의 위헌적인 확정판결로 인해 기본권을 전혀 구제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다소 지연되더라도 최종적으로 권리구제를 받는 것이 당사자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연된 정의의 실현이 정의의 미실현보다 낫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소원은 권리를 구제받지 못한 당사자가 절차의 지연을 감수하고 본인이 원해서 제기한 것이 아닌가? 이러한 논리는 경제적 약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다른 한편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의 문제는 국선변호인제도의 확대 및 활성화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3. 재판소원이 법원의 법률 해석과 적용을 재판단하는 절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첫째, 대법원은 재판과정에서 법률심뿐 아니라 일부 제한적 헌법심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법원이 헌법심을 담당하는 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즉 대법원은 자신의 주 임무인 법률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부수적·제한적으로 헌법판단을 할 뿐이지, 최종적인 위헌결정은 내릴 수는 없다.
위헌법률심판의 경우를 보자. 위헌결정은 헌재에서 내리지만 제청은 법원에서 한다. 따라서 법원은 당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만일 위헌이라는 의심이 들 경우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하는 것이다. 즉 당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판단을 위해 제한적·부수적 위헌심사를 하는 것이다. 법원은 제청을 할 수 있을 뿐이고 최종 위헌결정은 오로지 헌재만이 내릴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 재판이 법률심이자 헌법심이라는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헌재만이 최종적·배타적 위헌결정권을 가진다.
둘째, 재판소원 역시 법원의 법률 해석과 적용을 다시 판단하는 절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틀렸고, 재판소원이 활성화된 독일의 실제와도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헌재의 헌법판단에 법원이 기속되듯이 법원의 법률판단에 헌재가 기속된다. 따라서 재판소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헌재가 법원의 법률 해석과 적용을 다시 판단하지 않는다. 헌재는 헌법심만을 담당하므로 법원이 내린 잘못된 헌법판단만을 통제하고 파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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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 |
| ⓒ 사진공동취재단 |
그런데 대법원의 결론이 헌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낮을수록 바람직한 것이다. 만일 대법원 판결이 헌재에서 자주 뒤집힌다면 이는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사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헌재가 헌법이라는 도구를 통해 법원을 통제하게 되면 실로 엄청난 바람직한 효과가 나타난다.
법원의 모든 재판의 전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헌법에 대한 극도의 경각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즉 만에 하나라도 위헌적인 또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반드시 헌법소원을 통해 헌재의 헌법적 통제를 받아 파기환송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모든 법원과 판사들로 하여금 고도의 헌법적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재의 파기환송은 대법관들에게 경력과 평판 및 자존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재판소원의 순기능은 매우 크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헌재에서의 인용률이 낮아야 한다. 그것이 정상이고 그것이 재판소원의 도입 목적이다. 독일이 그렇다. 독일의 경우 실제 인용률이 1~2%에 그치는데 이는 법관 모두 헌법 전문가가 되어 매 사건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헌법적 검토에 매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이 법치선진국인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독일은 헌재가 최고사법기관인 구조로 우리와 사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대법원과 헌재가 동급의 병렬적 기관으로 설치된 우리는 재판소원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독일은 5개의 대법원 위에 헌재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재판소원의 도입 문제는 대법원과 헌재의 위상 문제와는 전혀 별개다. 즉 이는 법률심과 헌법심의 이원화에서 비롯된 문제다.
예컨대 헌재가 없는 미국의 경우 대법원이 법률심과 헌법심을 모두 담당하지만, 독일이나 우리처럼 법률심은 대법원에 헌법심은 헌재에 부여하고 있는 이원화된 사법체계에서는 헌법심의 최종판단은 헌재에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재판소원을 통해 입법권과 행정권뿐 아니라 사법권도 그 위헌 여부에 대하여 헌재의 심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률심과 헌법심의 이원화 사법체계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재판소원의 도입으로 4심제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으면서 헌재 아래에 위치하게 되기 때문에 사법부 내의 위상 변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런데 방금 지적했듯이 재판소원의 도입은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적 통제와 국민 기본권의 효율적 보장이라는 헌법 실현의 문제이다. 재판소원의 도입으로 4심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헌법상 동급인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양 기관 상호 간 관할과 기능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재판소원을 통해 법원의 전 재판 과정에서, 그리고 결과적으로 법원의 재판 대상이 되는 검찰과 수사기관의 수사와 기소 등 전 사법 내지 준사법과정에서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이 최고도로 존중되고 보장되는 결과를 낳는다.
5. 확정판결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조항이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확정판결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조항에 대하여 법치주의 훼손 가능성을 경고했다. 확정판결을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처분은 헌법재판에 있어서 본안사건에 대한 종국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하거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제도다. 이는 본안결정 이전에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손해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불가피한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종국결정 전에 잠정적으로 행하는 조치이다. 따라서 가처분은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필수적이다.
재판소원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잠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처분 조항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가처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재판소원이 인용되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효과적인 기본권 구제는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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